설 명절기간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이 화제가 됐다. 김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데다 차기 대권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컸던 모양이다. 가족 간의 밥상머리에서 지인들과의 술자리에 이르기까지 온통 '김경수'로 시끄러웠고, 그의 형량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실형을 선고한 판사가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측근이라는 점과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압박이 보복성 판결로 이어졌다는 게 여당과 김 지사 지지층의 관점이다.

과거 국가정보원 '여론조작·댓글사건'은 물론이고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선거캠프에서 생산한 문준용씨 가짜 뉴스와 관련, 민주당이 상대 세력에게 날을 세울 때와는 영 딴판이다. 이른바 '재판 불복' 기류는 여권과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지지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재판 불복은 사법부 존립마저 흔들어 사법체계와 사회질서를 깰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은 여당대로 법원을 꼬집고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대선불복을 운운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파렴치한 짓거리에 불과하다.

김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뜻밖이란 반응도 있다. 하지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타당한 논리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물론 '사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건은 우리를 화나게 했고, 안희정 사건처럼 판사마다 형량이 다른 것이 문제지만 그렇다고 모든 재판이 재판관 개인의 이해득실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없다.

법원의 이번 실형은 드루킹 일당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에 김 지사가 직접 가담했다고 보았고, 가담 행위를 범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여기에 김 지사가 킹크랩을 이용한 드루킹 일당의 조직적인 댓글 조작을 충분히 인식했을 뿐만 아니라 작업할 기사 목록, URL 등을 주고받으며 댓글 조작을 지속적으로 승인·동의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김 지사의 구속으로 그친다고 볼 수 없으며 그만큼 시사하는 바도 크다. 네이버 댓글의 공감 수를 늘리는 데 여러 개의 반복적인 명령을 클릭 한 번으로 수행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의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포털 플랫폼 내에서 뉴스를 읽고 댓글을 달고, 공감·추천하도록 돼 있어 언제든지 메인화면이나 랭킹에 오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키운다. 이 과정에서 여론조작도 가능하다. 김 지사의 재판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제는 SNS를 가지고 사회 여론을 조작하는 자들을 찾아내야 하고 이를 조장한 파렴치범은 무거운 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여론조작은 곧 자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