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다니다보면 건물입구나 외벽에 ‘유치권행사 중’이란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용어일 것이다.「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유치권자)가 그 물건 등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등을 유치(반환거부와 점유계속)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민법 320조 ①항). 유치권은 부동산, 동산, 유가증권 등에 성립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부동산에 성립하는 유치권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사항들을 간단히 설명한다. 

첫째는 건물신축 도급계약과 관련하여 수급인(공사업자)에게 인정되는 유치권이다. 도급계약에 의하여 수급인이 공사를 완료하면, 도급인(건축주)은 공사대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만일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전부 받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을 완전히 인도해야 한다면, 수급인은 대금을 변제받지 못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공평의 원칙에 입각해서 수급인이 법정담보권인 유치권을 행사하여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인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건물임대차계약과 관련하여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의 사용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 즉 필요비(건물 수선비 등과 같이 건물보존에 필요한 비용과 조세 공과금 등)와 유익비(임차목적물의 객관적 가치를 실제로 증가시킨 비용 등)를 상환 받을 때까지 임차목적물을 유치할 수 있는, 임차인에게 인정되는 유치권이다. 임차목적물의 하자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 손해배상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그 목적물에 유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유치권이 채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변제를 강제하는 채권자를 위한 유익한 권리지만, 성립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이 갖추어 져야한다. ①유치목적물에 관한 채권이 발생하고, ②채권이 변제기에 이르고, ③목적물을 실질적으로 유치하고 있어야 하고, ④유치권을 배제하는 특약이나 법률이 없어야 한다. 채권자의 유치권행사에도 불구하고 변제하지 않는 경우, 채권자는 유치권자로 법원에 유치목적물에 대한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부동산경매절차에서 공사업자 또는 임차인이 유치권을 신고하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치권신고가 있으면 유치권 존재 여부와 담보금액의 불확실성 때문에 매각이 잘 되지 않고, 경매가격도 지나치게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만일 불법 목적에 의한 허위 또는 부실한 유치권 신고가 있다면 소유자와 배당권자 또는 매수인에게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소유자 나 유치권신고로 불이익이 예상되는 배당권리자 등은 유치권 부존재확인청구 소송 등을 통하여 사전에 그 위험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이선행 법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