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에서 활동하는 아동작가 안학수씨와 소설가 서순희(필명 서희)씨는 좋아하는 일이 글쓰는 것인 부부 작가다.

안 작가는 1993년 대전일보와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으며, 서 작가는 81년 MBC 라디오드라마 소재공모 당선, 문예지 ‘정신과 표현’에 단편소설 ‘늪속의 사내’ 발표(´97)로 활동을 시작했다.

남보다 활동이 약간 불편한 이 두 작가의 작업실 겸 자택인 흥화아파트를 찾았다.

<보령신문사>의 시민기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안 작가는 “인터뷰 받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며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촬영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더 이상 미루지 못해 이뤄졌다”고 쑥스러운 인사말을 건낸다.

기자 역시 ‘장애인의 날’에 즈음해 찾아간 것이 마음에 걸려, 혹여 실수하지 않을까 염려되었지만 두 작가에게 “저 역시 보령이 고향이니 따지면 한참 후배고, 시내에서도 자주 뵈었을 것”이며 “보령신문사 입사한지 얼마 안 되는 초임 기자”임을 털어놓으니 마음의 문이 열리며 이야기 보따리가 앞 다투어 터져 나왔다.

“나는 구정물통입니다”

“더러운 구정물이라도 가만 놔두고 오래 기다리면 앙금이 가라앉고 맨 위엔 맑은 물이 생기게 됩니다”

‘구정물통에서 건져 올린 맑은 물’이 그의 작품이라는 안 작가의 설명이다.

인내하는 시간의 애절함과 물을 떠 올릴 때의 조심스러움이 연상되는 표현이다.

“순수해지고 싶은 마음에 동시를 쓴다”는 안 작가의 주장이고 보면 작은 잘못도 구정물통이다.

“순수해져야 동시를 쓸 수 있다. 순수함은 문학의 기본”이라 말하는 안작가는 금은방 사장 시절을 얘기하며 “혹여 저 손님은 사기꾼이 아닐까하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나 역시 사람들로부터 믿지 못할 사람으로 의심받는 금은방 분위기는 괴로웠다” 며 경제적인 풍요는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의 시각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써왔던 마음은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고 안 작가는 설명했다.

둔감하지 못했던 심성 때문에 안 작가 스스로 ‘용렬하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분기가 오르면 참을 수 없었던 마음은 현실과 타협할 수 없었던 작가로서의 고집이었다.

풍요로운 집안에서 순탄한 작가의 길을 걸어 온 서 작가와 달리 어려운 환경에서 현실에 쉽사리 타협하지 못하고 작가의 길을 동경한 안 작가는 결혼과 고 이문구 선생을 만나며 그 빛을 발하게 된다.

작가의 길을 밝혀 준 두 분 선생님

초등학교시절에도 안 작가의 몸은 불편했다.

“특별활동시간에 서예반에 들었지만 적응이 어려워 문예반 활동을 시작했는데 첫 시간 글짓기를 보고 담당 선생님이 작가가 되라며 글쓰기 지도를 해줘 교통안전 글짓기 경시 대회에 출품, 충남경찰국장상을 받은 것이 글짓기의 시작이었다”고 안 작가는 말한다.

가정이 어려워 학업을 잇지 못하고 기술교육을 받고 생업 일에 하루를 보내는 중에도 글쓰기의 열정은 가시질 않았다.

자신이 없어 밖으로 내 놓지 못하고 써내려간 글들은 서 작가와 결혼 이후 1990년 ‘한내문학회’의 발족과 함께 알게 된 명천 고 이문구 선생을 만나고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서 작가는 그간의 안 작가 작품들을 고 이문구 선생에게 보여 줬고 그 답으로 돌아온 말은 “시인이다. 동시를 이리 쓰는 이 없다”는 찬사와 함께 용기를 얻었고, 금은방도 정리하며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한다.

‘잠자리날개’와 ‘만화시계’가 만나다

스스로 ‘문학병’에 걸렸다 인정하며 풍요롭지 못한 생활 속에서도 서로의 작품에 대한 비판을 아낌없이 하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부부 작가는 중매로 결혼했다.

서 작가의 ‘잠자리 날개’ 같은 멋쟁이 옷은 안 작가에게 매력적이지 않았고, 결혼할 마음이 없어 상대방에게 혐오감을 줄 생각으로 엉뚱한 ‘만화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은 서 작가에게 기가 막힐 뿐이었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을 수 없었으나 서순희씨가 ‘작가’라는 말에 모든 게 이해가 되며 호감이 생겼으며 그 후 안 작가는 편지로 서 작가의 마음을 끌어 광복 40주년 기념일에 결혼하게 됐다고 한다.

‘선녀와 나무꾼’의 해피엔딩 스토리

두 작가를 만나며 ‘선녀와 나무꾼’이 떠올랐다.

몸동작이나 표정 결혼하기까지의 과정도 선녀와 나무꾼이다.

대부분 전래동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선녀와 나무꾼’은 그 결말이 슬프다. 선녀가 두 아이를 데리고 하늘나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쑥국새 이야기’라 불리기도 하는 이 동화는 “나무꾼이 쑥국을 맛있게 먹는 사이 선녀가 두 아이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 나무꾼이 자기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다가 쑥국 쑥국... 울어대는 쑥국새가 되었다”는 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나무꾼의 불쌍한 결말을 싫어한 화자들은 결말부분에 ‘선녀가 두레박을 내려주어 나무꾼도 하늘에 올라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끝낸다.

동화는 아무리 봐도 ‘해피앤딩’이 어울린다.

‘문학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두레박과 줄’이 되어 두 작가의 작품 활동은 즐거운 네버앤딩스토리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