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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곤순 서예관 추진 '논란'
2009년에 이어… 市, 내년도 예산에 혈세 5억원 배정
전 문화원장 A씨, 현 시장과 친분 내세워 적극 추진
2018년 12월 10일 (월) 12:22:24 김종윤 기자 jjong8610@hanmail.net

보령시가 지난 2009년에 이어 또 다시 이곤순 서예관 조성을 추진하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령시는 보령문화의전당 전시실을 이곤순 서예관으로 리모델링을 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에 5억원을 배정했다. 11일부터 실시되는 시의회 예산심사에서 예산이 통과되면 내년도부터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생존작가인 이곤순 서예가의 이름을 딴 서예관 조성을 위해 시민들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보령출신 다른 작가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특정인에 대한 특혜로 비쳐질 수 있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크게 네 가지다.

첫번째, 관례와 격에 맞지 않는다. 서예계 관례상 생존작가를 위한 기념관이나 서예관을 지자체가 나서서 조성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간혹 있더라도 작가 본인이 사재를 들여 전시관 등의 건물을 짓거나 토지를 희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16년 타계한 동강 조수호 선생도 대한민국 서예계에서 유일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자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인정 받았지만, 생존당시 본인의 이름을 딴 서예관이 없었다. 동강선생과 쌍벽을 이뤘던 초정 권창륜 선생은 국비를 지원받아 2009년 경북 예천에 초정서예연구원을 개원했지만 연구원 부지를 본인이 희사했다.
 
두번째, 문화상품과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곤순 서예가가 충청지역 서예계에서 중요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국내 서예계를 대표하기에는 부족하고, 보령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보령과 연관이 없다. 보령시민중 이곤순 서예가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며, 외지인들이나 관광객들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문화상품이나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지 여부가 극히 불투명하다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단순히 보령출신이라는 이유로 생존작가의 이름을 딴 서예관을 지어준다면, 중앙 서예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신두영 선생도 빼놓을 수 없다. 신두영 서예가는 이곤순 서예가와 함께 타계한 일중 김충현 선생으로부터 사사했으며, 현재 예술의전당 서예관 교수를 맡고 있다.

세번째, 서예관을 조성하려는 장소가 적합하지 않다. 현재 보령시가 서예관으로 조성하려는 곳은 지역의 예술 동아리 20여 곳에서 1년동안 번갈아가며 작품발표회 및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 보령문화의전당 전시실이다. 이곳에 서예관이 조성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동아리 회원들은 문화의전당내 기획전시실을 쪼개 사용하거나 문예회관 등으로 전시장소를 옮겨야 한다.

보령에서 태어났을 뿐 보령에서 아무런 활동도 하지않는 사람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향토작가들을 쫓아내는 셈이다. 왜 시민들이 이런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는 이 사업이 특정인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부터 이곤순 서예관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주체는 과거 보령문화원장을 역임했으며, 현 김동일 시장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 A씨다.

A씨가 이 사업을 이렇게 집요하게 추진하려 하는데는 이곤순 서예가와의 사제관계가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과거 이곤순 서예가에게 사사받은 바 있으며, 이를 인연으로 본인에게 사사한 제자들이 이곤순 서예가에게 사사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보령의 문화예술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A씨가 본인과 사적관계에 있는 현 시장에게 부탁해, 보령시민의 세금을 이용해 본인과 인연이 있는 스승의 서예관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시 관계자는 "기존에 동아리 회원들이 사용하던 전시실에 서예관을 조성하고, 전시실을 사용하던 분들은 현재 기획전시실 일부를 나눠 지금처럼 사용하시는데 불편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 2009년에는 국가 보조금을 받아 문화의전당을 건립하다보니 보조금을 지급받을 당시 계획대로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서 서예관 추진이 무산됐었다"며 "올해 말 보조금을 받은지 10년이 지나 이런 규정에서 자유롭게 돼 다시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지역의 한 예술인은 "지역에 서예관이나 전시관들이 들어서는 것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보령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이나 지역발전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이곤순 선생을 위해 시비 5억원을 투입해 서예관 조성을 추진하는 것은 보령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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