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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열고 뜨겁게 사랑합시다
<개성공단 방문기 1>
2006년 12월 04일 (월) 00:00: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우리와 똑같은 사람

개성공단을 다녀왔다. 투철한 사상도 없고, 뜨거운 민족애를 지닌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없는데 다녀왔다. 그것도 북한의 핵실험이 있고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곱지 않게 보는 눈과 말이 많은 이때에 다녀온 것이다.

개성공단 방문을 주최한 민족화합운동연합(남측)과 민족경제협력연합회(북측)에서 뜻하는 목적은‘제2차 개성청소년 평화통일 숲 가꾸기’였다. 그러나 민족화합운동연합의 회원도 아닌 필자는 본 행사 목적보다 이른바 통일부의 대북사업 가운데 하나인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이 더했다.

그것은 지역의 한 인사가 얼마 전에 개성공단을 다녀온 소감이‘아무것도 볼게 없고 아무 소득도 없이 막대한 돈만 북한에 퍼주느라고 쏟아 부어대는 곳’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정녕 아무 소득도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 그동안 대북사업을 지지하며 기대했던 마음을 접어야겠기에 직접 확인해보고자 일부러 방문단에 참가신청을 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필자의 한 친구가 농담 삼아 쥐뿔도 없으면서 뭘 퍼주러 갔다 왔냐고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필자는 아직 그 친구에게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는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 못한 것이 아니라 할 말이 많아 장황하게 늘어놓아 봤자 그 친구가 제대로 알아들을 리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그런 질문과 질타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에 어줍지 않지만 그 대답을 이 글로 대신한다.

46인용 대절버스 여섯 대를 이용한 이백 팔십 여 명의 방문단 가운데 보령시에선 초등학생까지 포함해 스물일곱 명이 이번 평화통일 숲 가꾸기에 참가했다. 남측 출입국사무소를 나서며 다소 흥분되고 긴장되는 분위기로 약 10분 남짓한 시간을 소요하며 2km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했다.

“북한 사람들도 우리하고 똑같잖아?”“옷이랑 모자가 멋진데 모자는 좀 무거울 것 같다.”

수속을 밟느라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화려한 겨울 복장을 한 북측 요원들을 보고 남측 초등학생들이 조용조용 주고받는 소리였다. 그랬다. 본 대로 느낀 대로 솔직히 표현하는 아이들의 말처럼 같은 얼굴에 같은 우리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장교라도 되는 것처럼 화려하게 장식한 겨울코트 복장에, 특히 갸름한 얼굴에 비해 균형이 맞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모자가 다소 생소할 뿐 우리와 다른 게 없었다.

북측 출입국사무소에서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은 검색수속을 간단히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국사무소 밖으로 나오니 확 트인 경치가 멋있어 사진 찍으려다 북측 안내요원의 황급한 제지에 머쓱했다. 모두 군사기밀지역으로 함부로 사진 촬영을 해선 안 된다는 남측 안내를 맡은 노세극 위원의 사전주의사항을 깜빡했던 것이다. 평소에 제멋대로 움직이며 마구 찍어대던 버릇이 나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에 매우 쑥스러웠다.

수속을 마칠 무렵 갑자기 북측 장교 한사람이 남측 방문단 보령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작성한 안내문안 인쇄물을 들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신문 잡지 등 유인물을 일체 가져갈 수 없는 데다 문제의 인쇄물에는 ‘숲이란 찾아볼 수 없는 민둥산과 흙먼지 나는 길, 작고 마른 북측 사람들의 찌든 얼굴, 월 60달러(약 6만원)의 저 임금에 만족하며 기계처럼 일하는 고학력의 젊은 여성들....’이란 내용이 북측을 비하했다는 말이었다.

남측의 사고방식으로는 별일도 아닌 것을 트집 잡는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니 북측의 자존심과 긍지에 큰 상처를 주는 내용이었다. 인쇄물을 모두 수거해 북측에 주며 겨우 양해를 얻어내기까지 노세극 씨를 비롯한 남측 대표들이 진땀을 뺐다.

◆개성공단과 그 현황

   
▲ 개성공단조성현장
북측 출입국사무소를 나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찾아본 곳이 옷을 만드는 주식회사‘신원’의 공장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모양과 색깔이 아주 똑같이 생긴 자전거 수백 대가 각각 번호표를 달고 세워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깔에 검은 안장인 자전거들은 개성 시내에 사는 북한 노무자들이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까운 곳의 노무자들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먼 곳의 노무자들은 전용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주식회사‘신원’공장의 책임자가 나와서 몇 가지 설명과 당부를 한 뒤 공장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안에 들어가니 신원의 생산제품 전시실에 우리은행 측에서 환전소를 마련해두고 환전을 하고 있었다. 약간의 기념품을 살 달러를 바꾸려는데 생각보다 환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며 전시된 신원 제품을 보니 숙녀복, 신사복, 코트 등, 고급부터 바지, 원피스, 티셔츠 따위의 가벼운 것까지 여러 가지 옷들이 생산되고 있었다.

공장안엔 옅은 하늘색 복장에 레이스가 있는 희고 둥근 모자를 쓴 여성노무자들이 재봉 한 대에 한 사람씩 수백 대의 재봉을 돌리고 있고 각자 맡은 대로 오려진 천들의 일정한 부분에 재봉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똑 같은 복장을 입었으나 제품의 작업하는 부분에 따라 작업반장인지 관리 감독자인지 사람이 하나씩 붙어 있었다. 말없이 진지하게 작업만 하고 있는 분위기가 남측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긴장감에서인지 작업에 방해되어서인지 다소 무겁게 느껴졌지만 눈이 마주치면 웃음으로 대하는 여유를 보여주고 있었다.

신원공장을 본 뒤 서둘러 개성공단건설을 맡아 일하고 있는 현대아산주식회사의 본관을 찾았
   
▲ 개성공단도시계획모형
다. 본관 1층과 2층에 개성공단의 목표와 조성규모와 그 모습이 모형도로 표현해 놓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층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동영상 관람과 함께 북측 젊은 여선생의 설명으로 그동안 공단 조성이 진전된 상황과 앞으로 진행할 계획을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개성공단사업은 개성부터 강화도와 인천에 이르기까지‘개성국제자유경제지대’로 발전시키려는 목적을 두고 있었다. 아울러 개성에 총 규모 이천 만평이란 세계평화를 위한 세계 제 일의 공단을 조성할 계획으로 현재 이백 만평을 진척 중이라고 했다. 눈으로 언뜻 보기에도 공단조성은 꽤 많이 진척된 상태였고 실제로 스물 세 업체가 입주예정을 하거나 입주를 했으며 신원, 삼덕통상과 같은 몇몇 입주한 업체는 이미 제품을 생산해 수출의 실적도 올리고 있었다. 현대아산주식회사는 현재 개성공단 조성에 투입된 남측의 인력 칠백구십팔 명 가운데 삼백 육십 명을 상주시키며 천 이백 명의 북측 인력을 동원해 공단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해 제품생산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 전체 일만 여명의 북한노무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한 달에 육만 원정도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업체들은 그동안 높은 임금으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할 때는 가격경쟁에서 밀려났지만 개성공단에서 북측 노무자의 낮은 임금과 남측의 기술과 자본을 합쳐 제품을 생산하니 세계시장에서 품질과 가격경쟁에 떨어지지 않아 수출의 실적을 높이게 되었다며 이것이야말로 남북 모두가 살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사업을 발판으로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아울러 세계평화에도 한 몫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매우 희망적인 설명을 했다.

현대아산주식회사 본관의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바삐 움직이며 조성되고 있는 공단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옥상에서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사방으로 내려다보이는 공단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안내를 맡은 북측의 선생들과도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야기도 몇 마디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다음 호 계속)

/프리랜서 안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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