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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북면 궁포리 삽개, 오마니, 천궁, 금파 편
우리 마을이야기9)
2006년 11월 06일 (월) 00:00: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모처럼 천북면을 찾아 궁포리로 향했다. 궁포리는 본래 홍주군 지역이었다. 1901년(고종 광무 5년)에 오천군 천북면으로 속했다가 일제시대인 1914년 행정구역을 통·폐합하기 전까지는 궁포리란 이름이 없었다. 다른 지역의 이름도 대부분 그렇듯이 모든 지역의 이름들이 일본식으로 바뀌어 표시된 이름이다.

   
▲ 천궁마을 전경
삽포동, 오만동, 천궁리, 금파동, 온천동, 종지동 일부를 합하고 천궁과 삽포의 이름을 따서 궁포리라 하여 보령군 천북면에 편입되었다고 한다.

삽포동의 순 우리 이름도 삽개다. 천북면 소재지에서 북서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솔고개로 넘으면 이십여 가호 남짓 사는 아담한 마을이 나오는데 바로 삽개다. 삽개의 북쪽 성호나루터부터 금파동까지 포구마을이었던 궁포리는 예전에 재래염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민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농촌이다.

삽개를 들어서니 길가 공터에 자리를 깔아놓고 콩을 타작하는 노부부가 있다. 보령의 올 콩농사는 모두 잘된 편인 것 같다. 청라면 우수고개에서도 콩 농사가 잘 된 집을 보았었다.

“콩 농사 잘 지으셨네요. 이 동네는 농사를 짓는 젊은 사람이 좀 있나요?”

“움슈 굴구이 장사허는 사람이나 있으까?...초등학생이 딱 한 명유, 걔두 내년인 중학생 된다더먼 그만큼 젊은 사람이 읍으니께 애들두 읍는규. 인저 농촌은 얼마 안 가서는 사람 움써서 살지 뭇허게 될뀨.”

“농사짓는 것도 오랜 경험으로 터득할 수 있는 기능인데 후계자가 없으니 기능도 사라지고 말겠어요.”

“기능유? 여긴 농사 말구 진짜루 사라지는 기능이 있쥬”

“그게 뭔데요?”

“염전의 천일염 말구 전통 뭣이라나 아무튼 재래식으루 만드는 소금점 말여유.”

“아~! 그 바닷물을 끓여서 만드는 소금 말씀이세요?”

“그렇쥬, 여긴 바닷가라서 예전에 그걸 직접 허던 분덜이 많었는디 이젠 허지두 않지먼 헐 줄 아는 분이 몇 안 남었슈.”  

“그럼 아직도 하던 분이 누가 계신가요?”

“저짝 너머 오만이루 가먼 아마 그거 허시던 분이 지실뀨.”

노부부가 가르쳐준 오마니로 가는 길은 옛날 염전이 있었다는 벗터쪽으로 돌아가거나 절골고랑 쪽으로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 있는데 벗터쪽으로 향했다. 벗터쪽으로 가려면 은적골을 끼고 돌아가야 한다. 이 은적골은 원적골의 다른 이름인데 옛날 절이 있어서 원절골로 부르다가 원적골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은적골에 온천 샘이 있어 온천동이라고 부른다는 말이 있는데 이곳이 아니고, 금파동의 서쪽 부분에 있는 쇠편골이 온천동이라는 말도 있어 어느 곳이 온천동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궁포리에 온천동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 개막은 땅이 된 염정을 하던 갯벌
은적골을 끼고 돌아 벗도리까지 돌아보니 홍보지구 개막은 땅 넓은 갈대밭이 확 터져 눈에 들어왔다. 야생 조류들이 둥지를 틀기에 좋을 만큼 무성한 갈대밭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고도 넓다. 그 때 갈대밭 가장자리에 차를 세워 놓고 사냥에 나서는 국방색 얼룩무늬의 옷을 입은 사냥꾼 두 명이 엽총을 들고 풀어 놓은 개 한 마리를 따라가고 있다. 이곳이 야생조류 사냥터로 수렵허가지역인지는 모르나 보호해야 할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것 같아 보기에도 사납고 기분이 나빠진다.

포장이 되지 않은 달구지 길을 털털거리며 차를 몰다보니 누에머리의 파원안이다. 이 파원안은 작은 골짜기로서 골짜기 앞에 둑을 막다가 망한 일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파원안을 지나 파우논 간사지와 구 간사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니 오마니가 나왔다. 오만동이라는 이 오마니는 산등성을 사이에 두고 작은 오마니와 큰 오마니 두 마을로 나뉘었는데 옛날에 나라로부터 오만석지기를 하사받은 사람이 살았다 해서 오마니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다.

작은 오마니는 집이 두 채 밖에 없어 큰 오마니로 들어갔다. 삼태기 형의 아담한 마을이 꽤 고요하다. 하다못해 개짓는 소리도 없이 밭에서 마당에서 거두고 널어 말리고 가을걷이에 바쁜 사람의 모습이 두세 명이 보였지만 바쁜 이들에게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뒤꼍에 커다란 모과나무가 있는 집 앞 바깥마당이 비교적 넓어 그곳에 차를 세웠다. 용감하게 대문을 들어서니 뜻 밖에 젊은 아낙과 그 아들로 보이는 청년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보령신문사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연세 많으신 어르신이 계시면 이 마을에 관한 옛이야기나 좀 듣고 싶은데요.”

“그러세요? 그러면 요 앞 텃밭에서 고추 따시는 분이 저의 아버지신데 가서 여쭈세요.”

말씨로 보아 외지에서 온 이집 노인의 딸이 아들을 데리고 가을걷이를 도우려고 옷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올해 여든세 살이라는 노인은 마른 고춧대만큼이나 야위었지만 하얗고 깨끗한 피부에 발음도 또렷하고 정신이 맑아 꽤 정정했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명함을 내밀자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좋게 대한다.

“이 마을에 재래식 염전을 하던 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누군지 혹시 아시나요?”

“그게 나유, 염전이 아니구 염점유, 염전은 천일염처럼 밭을 허는 거구 나는 가마솥으루 끓이는 염점을 했쥬. 내가 그걸 아마 한 삼십년 했나? 그랬을뀨.”

“재래식 염점이라 하면 천일염전하고 소금 채취하는 방법이 어떻게 다른가요?”

노인은 묻기를 기다렸다는 듯 재래소금인 전오염 채취하는 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설명 해주었다. 그러나 직접 경험하지 못한 필자는 다 이해하지 못하고 어렴풋하게 떠올리며 열심히 들었다.

전오염이란 개펄 가운데 구덩이를 파고 나무로 틀을 짜서 설치한 거방에 간수를 채취하여 섭씨 백이십도로 끓여 얻는 소금이다. 거방에 간수를 채취할 땐 소에게 나래를 끓게 하여 개흙을 한 꺼풀 걷어내고 다시 흙과 함께 긁어모아 거방에 간수를 거르는 방법이다. 거른 흙을 다시 펼칠 때도 소에게 통나무를 끌게 하고 사람이 그 통나무에 올라서서 소를 몰아 고르게 펼친다. 그렇게 여러 차례 거른 물이 적당한 염도를 갖추었는지 측정하는 방법은 큰 상수리 만하게 뭉쳐 노끈에 매단 송진덩이를 이용한다. 송진덩이를 간수에 넣었을 때 밑으로 가라앉으면 염도가 부족한 것이고 위로 떠오르면 충분히 염도를 갖춘 것으로 여겼다. 염도를 갖춘 물을 물지게로 퍼 날라 가마솥에 붓고 송충목(송충이의 피해를 입은 나무)으로 때야만 알맞은 온도 백이십도를 유지하며 소금을 얻을 수 있다. 노인의 말로는 개펄에서 소를 모는 법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워 그만한 경험과 기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거방에 설치하는 나무틀도 흙에서 간수만 빠지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설치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각종 우리 전통의 방식들이 보전되지 못하고 사라져가고 있다는 현실에 답답한 마음이 되어 깊은 골 굄낭굴 고개를 넘어 면소재지로 나와 천궁으로 향했다. 천궁마을은 삽개나 오마니보다 크고 넓은 마을이다. 50여 가호에 120여 명의 여러 성씨가 모여 사는 마을로 모두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마을엔 아주 오래된 고옥이 있는 마을이다. 전해지는 말로는 김직각 집이라고도 하고 옛날 중종대왕의 둘째 딸과 결혼한 한경손(韓景孫)이 살았다고 청궁(淸宮)으로 불리다가 천궁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도 한다. 당시엔 아흔 아홉 칸이나 되었다는 이 고가는 대부분 폐허되고 그 일부만 남아있다.

마을 앞에 오래된 향나무가 서 있는 샘이 있는데 그 샘 위 논에 향나무가 묻혀 있는데 찾아서
   
▲ 천궁마을 샘과 향나무
파내면 아주 큰 돈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 주민이 전한다. 천궁마을은 옛날 배가 들어올 수 있던 부두로서 샘 위쪽에 배를 잡아매었다는 매채 나무가 있고 마을회관 옆엔 호야나무라고도 부르는 수령이 수백 년이 넘는 정자나무가 있다.

궁포리의 가장 남쪽은 금파동이다. 옛날에 금을 캐내던 곳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한 삼십여 가호가 군데군데 나뉘어 모여 사는 마을로 이곳 주민들 역시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금파의 서쪽이며 금정골의 북쪽에 있는 쇠편은 겨울에도 물이 따뜻하고 눈이 빨리 녹아 온천동이라고도 부른다. 목구멍이 싸하니 감기 기운이 있는 몸을 온천수에 담갔으면 좋을 것 같다.

/프리랜서 안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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