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확보는 뒷전, 단속은 강화…운전자 불만비등
동대주공 입구부터 명천 5차 아파트 구간 상습정체
"주·정차위반 과태료 자동차관련 시설에 투자돼야"
토끼몰이식 주·정차 단속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반면 끊이지 않는 단속으로 운전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한마디로 단속기관이 주차장 확보와 근본적인 치유책은 뒷전인 채 단속만 펴고 있어 불만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주·정차 단속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역천통과 명문당 사거리부터 경남여관 구간에는 항상 차량이 즐비하게 서 있어 단속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교통이 혼잡한 곳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일부 불법 주·정차 운전자들은 버스나 택시 승강장까지 마구 침범하고 있으며 인도까지 자동차 앞부분을 올려놓는 얌체 주차도 일삼고 있어 그 심각성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보령시가 단속요원을 집중 배치해 수시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나 기대할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서 나오는 결과다. 또 단속요원이 여성이나 공익요원으로 구성돼 운전자와의 크고 작은 마찰이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욕설까지 서슴지 않는 몰지각한 운전자도 상당수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요원 K모씨는 "주·정차위반 스티커 발급 이전 예고 차원에서 호루라기라도 불게되면 해당 운전자와 인근 상인들이 이맛살을 찌푸리는 등 반말과 욕설을 하는 행위는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며 "심지어 폭력과 위협까지 가리지 않는 운전자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확장된 도로가 '주차장으로'
그나마 단속이 주로 낮에만 이뤄지는 관계로 한계성을 드러내고 구간별 단속으로 차량정체 현상이 두드러져 시민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동대주공아파트 입구부터 명천3차 아파트 단지에 이르는 약 1km 구간에는 입주민을 비롯, 일반 상가가 빼곡이 들어찬 상태다. 이 구간은 동대주공단지 조성과 함께 진입로가 4차선으로 조성돼 과거에는 비교적 원활한 교통흐름을 보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 도로가 말로만 4차선일 뿐 도로 1차선은 이미 주차장화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만 되면 명천2·3·4·5차 아파트와 동대주공 아파트에서 쏟아wu 나오는 직장인들의 차량들이 뒤엉켜 심할 때는 동대주공 입구 신호등까지 줄지어 꼬리를 무는 등 극심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해결책은 쉽지 않다는 게 시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로를 개설하면 무엇하나'라는 비관적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동대목욕탕 앞에서 상양카인테리어 앞까지의 도로가 오랜 산고 끝에 지난여름 4차선에 가깝게 말끔히 단장됐다. 그러나 도로 한쪽부분은 이미 주차장으로 변해 수십억원을 투입한 것과는 달리 확장의 의미를 잃고 있다.
게다가 이 구간은 대형할인 매장이 두 곳이나 위치하고 있어 세일 행사를 하는 기간이면 소비자들이 끌고 나온 차량들로 도로를 가득 메워 노선버스들이 심한 정체 현상을 겪는 등 시민 불편이 두 배에 달하고 있다.
또한 야간에는 주·정차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관계로 시내 유흥가와 아파트단지 등 상가 앞이 온통 주차 천국으로 변하고 있으나 대책은 속수무책이다. 동네 주차문제는 물론이고 아파트단지 부근에는 차고지를 이탈한 건설장비와 대형차량들까지 마구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도심 야간주차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또 건설장비들의 차고지 미 입고에 대해 단속기관이 너그러운 행정을 펴 온 결과이기도 하다.
더욱이 건설장비나 대형차량들은 시동을 한 후 일정시간 예열을 해야하는 관계로 출발이 늦어져 엔진소리가 주택 울림으로 이어지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낮잠자는 빌딩 주차시설
관내에는 모두 101개소의 주차시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유료주차장이 13개소(시운영 2곳, 민간운영 11곳)이고 나머지 88개소는 시에서 매년 읍면동에 조성한 무료주차장이다.
무료주차장에서 1일 수용할 수 있는 차량 능력은 모두 4760대로, 그나마 면단위에 위치해 시내 중심권에서의 주차난 해소와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현행 건축법상 근린생활건축물의 경우 건축면적이 200㎡를 초과할 때마다 1대의 주차시설을 갖추도록 돼 있다. 여기에 위락시설을 조성하고자 할 때는 좀더 강화된 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주차시설보다 실제 건축물 평수에 더 비중을 두는 건물주로서는 어떻게 하면 주차시설을 축소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두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동대동 Y빌딩의 경우 이러한 계산아래 기계식 주차시설을 설치함으로서 건물 평수를 늘리는데는 성공을 거뒀다. 따라서 건평이 늘어난 만큼 임대료 수입도 증가했다. 하지만 기계식 주차시설을 항상 가동해야한다는 법적 의무조항이 없는데다 가동시 운영비까지 따르는 관계로 이 시설이 깊은 잠에 빠졌다. 이 같은 이유로 대부분 기계식 주차시설들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세입자나 건물 방문객들의 차량이 인근 도로에 주차할 수 있도록 잘못된 환경을 조성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자동차세, 자동차관련 시설 외면
이렇게 뿌리내린 주차문화의식에는 시의 적절치 못한 자동차관리 행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차장확보에 따른 장기적인 대책이나 별도의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자동차관련시설이 둔회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까지 보령시에 등록된 차량은 모두 2만9천348대다. 이중 승용차가 1만7천271대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화물은 9196대, 승합이 2707대, 특수차가 174대 등 순으로 밝혀졌다.
시는 이들 차량과 외지 차량을 대상으로 지난해 총 7000건의 주·정차 위반차량을 적발, 한해동안 모두 9억3백30만7000원의 과태료를 징수했다. 시는 또 수입의 절반인 4억5500만원을 같은해 자동차 관련시설에 투입했다. 지출내용을 보면 읍면동 주차장시설 지원, 차선도색 및 유지보수, 주·정차 단속요원 급료 등이다.
특히 지난해 시는 이들 차량을 대상으로 자동차세를 부과, 총 36억8천600만원을 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동차세로 걷어들인 세금은 한푼도 자동차 관련시설에 쓰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 이모씨(40,회사원)는 "보령시가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단속에만 더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며 "자동차관련 세금은 주차장 확보 등 자동차 안전 시설에 쓰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역전앞에서 주차단속요원들이 단속에 나서면 주차중인 차량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점은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시민들의 주차문화 또한 선진화되지 못하고 표류하고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리 몰고 저리 몰리는 악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자동차는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다. 이 같은 여건속에서 과연 주·정차 단속은 합리적으로 실시되고 있는지, 보령시는 자동차 관련 시설 확보에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쯤 짚어볼 때이다.
/박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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