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5.31 지방선거도 끝이났다.

선거 며칠 전 선거 열기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을 때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김없이 몫(?)좋은 자리엔 유세 차량이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이 최고의 상품이라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고, 조금 높고 눈에 잘 띠는 건물에는 아주 큰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

그러한 풍경의 거리를 지나면서 행인들이 쑥덕거리는 말인즉 “선거는 왜하는지 몰러. 시의원, 도의원 뭐하러 뽑아, 하는 일이 뭐 있다고?”

일반 시민들의 눈에는 별로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으면서 뽑히고 나면 목에 힘이나 주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31년 전 잠깐 하다 만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처음 실시된 것이 1991년 3월 이었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아직도 많은 시민들은 지방의회나 의원들이 무엇을 하는가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시민들의 무관심으로만 돌릴 것인가. 왜 그렇게 비쳐졌을까를 곱씹어 보면서 좌초 위기에 처해있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회생을 위해 몇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는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했던 출마자들의 현수막에 내걸린 내용을 보면, 가장 많은 문구가 ‘바꾸겠다’ 는 것과 ‘전문가’ 라는 단어였다. 또 ‘능력 있는’ ‘힘 있는’ 등이 주를 이루었다. 바꾸겠다는 것은 무엇을 바꾸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그 깊은 뜻이야 다 알 수는 없지만, 이 말의 의미는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전제로 나올 수 있는 말일 것이다.

다음으로 ‘전문가’ 라는 단어다. 전문가도 각양각색이다. 경제전문가, 행정전문가, ○○전문가 등등. 이 말의 뉘앙스는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지금까지는 의원들이 전문가도 아니면서 자기 선거구 일에는 큰소리로 앞장서고 있다는, 지역민원 해결사(?) 쯤으로 많은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일 것이고, 또 하나는 이제는 시민 의식이 성숙해져서 다른 감언이설 보다는 ‘전문가’ 라는 말이 가장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힘 있는’ 지역 일꾼이 되겠다는 것은 의원이면 다 같은 의원이 아니고 힘 있어야 무슨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선거는 끝났다. 우리 보령에서는 시장을 포함해서 시ㆍ도의원 15명이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점 앞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당선된 뒤 인사말에서 이구동성으로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그 초심이란 만나던 유권자들 앞에서 지극히 낮아지고 겸손해지던 초심이다. 섬기는 자세다. 초심을 잃지말기를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

둘째는 제발 ‘밥값 하는 의원’ 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이제 의원직이 명예직에서 연봉제로 바뀌게 됐다. 들어 내놓고 말들은 하지 않지만 많은 시민들은 여기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말 밥값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부탁하고 싶은 것은 너무 힘 있는(?) 의원 되려고 혼자만의 목소리를 고집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는 그 나름대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는 우선순위가 있기 마련이다. 힘으로 자기 지역 우선 주위를 주장해 숲이야 망가지든 말든 한그루의 나무만 키우겠다는 생각을 접고 시 전체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중국 고전인 『대학(大學)』에 보면 ‘십목소시 십수소지 기엄호(十目所視,十手所指,其嚴乎)’ 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여러 사람이 보고, 많은 사람이 가리키는 비평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라는 말로 세상의 이목(耳目)은 준엄하다는 뜻이다.

당선의 영광을 안은 의원들은 새겨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