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어울려 산다는 것은 마음을 열고 생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커다란 풍요가 있어도 마음을 닫고 생활한다면 하루하루가 고되게 느껴지잖아요."
마을 전체가 눈 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마치 동산에라도 올라와 있는 듯 그렇게 말이다.
지대가 높아서 일까?
아직 그늘진 곳곳에는 채 녹지 못한 눈 얼음이 보이기도 하지만 눈 아래 마을이 보이는 그 곳에서는 봄이 오는 기운이 코 끝 가득 싱그럽게 느껴지는 듯도 하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마치 봄의 따사로움처럼 가까운 이웃들에게 사랑과 정성을 다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오늘 이사람으로 소개 한다.
그는 바로 유승천(61세, 미산면 대농리 오동교회)장로 이다.
유장로는 신앙인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순박한 시골 아저씨로서도 자신 보다 이웃에 더 정성과 사랑을 다하는 사람이다.
"이 곳을 떠난 적이 없어요. 군대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요."
유 장로는 현재 오동교회가 자리한 대농리 이웃 마을인 풍산리에서 4남 1녀중 넷째로 태어났다.
"제가 만 4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께서는 천상 농부셨죠. 고생하시면서 5남매를 키우셨습니다."
어려운 가정, 4째 아들로 성장한 유장로는 어린 시절부터 부친의 농사를 도우며 고향을 지켜왔으며 고향을 위해 무엇인가 도움을 줄 만한 일, 시골에서 생활하지만 모두가 부러워 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생활을 해 나갔다.
"생활이 어렵다 보니, 만족할 만큼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의 반려자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었으면 했고, 그러다 인연이 되려고 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신앙인이었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던 유장로는 그의 바람처럼 신학대학을 졸업한 이성예씨를 중매로 만나 68년 결혼했다.
그 당시 풍산리는 전기불도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그러나 도시처녀 이씨는 시골생활을 마다하지 않고 풍산리로 시집와 호롱불 밑에서 당시 풍산교회의 목회자로, 또한 평범한 시골농부의 아내자리로 생활을 시작했다.
"아내는 시집오면서 풍산교회의 목회를 맡고, 2년여 후 71년도 이 곳 대농리로 옮겨 오동교회를 신축하면서 그 곳에서 목회를 맡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150여명의 신도가 되었던 것 같아요."
가진 것이 없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돌보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시골주민들을 위해 믿음을 심어주고자 했던 유장로와 이목사는 71년도 대농초 부교사 폐교시 발생된 교재를 싼 값으로 구입해 오동교회를 신축했다.
"처음 정말 어려웠어요. 하지만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주저하거나 겁내하지 않았습니다. 교인들이 도와주었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저희들도 열심히 뛰었습니다."
풍산교회에서 오동교회로 이름을 달리한 지 30여년, 오동교회는 이 곳 주민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이들은 항상 바쁘게 생활하는 농촌의 주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바쁜 농촌 일손에 도움이 될까해서 어르신들 식사 준비를 한 적이 있었어요. 오래 전이죠 그러나 저희들의 뜻을 잘 못 받아들인 주민들이 있어서 한 1년여 정도 하다가 중단했었어요. 올 초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경로당이나, 노인회관 어르신들을 모시려고 해요."
특히 이들은 매년 경로당 총회시에는 건강을 돌 볼 여유가 없는 노인과 주민들을 위해 무료진료를 주선하고 식사를 대접하며, 선물을 전달하는 등 4년째 그 일을 계속해 오고 있다.
또한 너무나 어렵게 생활하는 주민들을 위해 유장로와 이목사, 그리고 당사자만이 알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생활에 필요한 쌀과 생필품 등을 전달해 오고 있다.
"잘못 전달이 되면 당사자들이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넉넉할 만큼 저희들이 가져다 드리지도 못하구요."
이들 부부는 또한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부모가 없는 소년소녀가장 6명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려웠던 시절에는 생활비로 조금씩 전달했어요. 그런데, 직접 돈으로 주니까, 푼돈이 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이들은 3년전부터는 6명의 아이들에게 통장을 하나씩 만들어 전달하고, 그 통장에 적립을 시켜주고 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 진학할 때 찾아서 쓸 수 있도록 해 놨어요. 그 때는 목 돈이 한꺼번에 들어가니까요."
이들이 행하는 일들은 몇몇 일들을 제외하고는 그들 부부와 수혜를 받는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은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한 것에 또 아직도 도움을 받아야 만 하는 주민들이 주변에 많이 있음에도 그들의 힘이 모자라 더 큰 사랑을 베풀 수 없음을 가슴 아파한다.
"큰 형님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좋은 일들을 많이 하십니다. 그 형님은 저에게 '나무뿌리란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밖으로 내보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하시는 일들이 꼭 해야 할 일이지 칭찬받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란 말씀이시죠."
유장로는 말한다.
옛날 차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차를 이용해 주민들의 발이되어 주었던 때가 있어 좋았는데, 지금은 교통이 편리해져 차 봉사도 할 수 없다고 말이다.
"교회는 개인재산이 아니예요. 70세가 되면 저희들도 평신도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 때까지 보기좋게 아름답게 잘 관리해 그 다음 믿음을 전파할 분에게 넘겨주는 것이지요."
강산이 세 번 변해, 이제는 많은 것들이 제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동네 곳곳, 마을 길 하나까지도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 믿음을 전파하는 것 뿐만이 아닌, 평범한 시골 주민으로서 소리소문없이 사랑실천에 온 정성을 쏟고 있는 유장로와 이목사의 모습을 세월이 흘러도 옛 모습 그대로다.
"30여년의 긴 시간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지역주민들이 저희들과 함께 계셨고, 앞으로도 더욱 더 열심히 정을 나누고 믿음을 나누며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갑나이인 유승천장로와 이성예목사 부부는 현재 이웃 지역 온양교회 부목사인 아들과 대학을 졸업하고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준비중인 딸 등 1남 1녀를 두고 풍요로윤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이순금차장 sklee@poeyon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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