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댄 뒤 확성기로 일장연설을 한다.

아파트 단지가 온통 쩌렁쩌렁 울린다. 시장 후보가 왔다 가면 도의원 후보가 들어오고, 도의원 후보가 끝나면 시의원 후보가 나서고, 후보들의 선거차량이 들락날락 이어진다.

“으이구~! 이느므 슨거 빨랑 끝나야지 원 시끄러서 살 수가움네.”

주민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다.

이처럼 요즘 선거운동이 혼란과 소음과 무질서로 한몫하고 있다.

지난 대천장날 시내를 나가보니 거리 곳곳마다 선거차량이 도로를 점거해 교통을 막고 운동원들은 색색의 복장과 갖가지 율동으로 난리법석을 떨어대며 분주했다.

“네기럴 선걸랑사리 남은 장사 안돼서 죽겄는디 그나마두 뭇헤먹게 정신 빼가네.”

물건을 사고파는 장꾼들보다 선거운동원이 더 많은 장날이라며 선거에 대한 관심보다 장사 못하겠다는 짜증뿐이었다.

지난 24일 중증장애인자립연대 행사장에서도 그랬다.

회원 50여명 남짓에 봉사요원까지 합쳐 백여 명인데 반해 5.31 지방선거 후보를 비롯한 선거운동원들, 이른바 우르르 몰려드는 선거꾼들의 수가 더 많았다.

어떤 이는 봉사요원의 힘을 얻어 찬조출연, 선거로고송으로 노래와 율동까지 하겠다고 나서서 행사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도 했다.

“업쎄! 왜 이냥 밥보담 꼬치장이 더 많댜?"

매끄럽게 이어져야 하는 행사가 자꾸 끊기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보다 못한 한 회원이 불평하며 던진 말이다.

행사가 끝날 무렵 어느 한 후보가 늙수그레한 이에게 명함을 건네주자 오히려 손에 든 명함뭉치를 내보이며 질문한다.

“뭐루 나오신규? 원 하두 많으니께 대체 누가 뭘루 출마허는지 알 수 있으야지.” 

한마디로 피차간에 버겁고 짜증나는 일이다.

단 한 표라도 더 얻어 보겠다고 분주하는 후보들이나 달갑지 않게 대하는 유권자들이나 서로가 힘겹고 불편한 기간임이 분명하다.

이는 이번 선거법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지방자치의원들의 선거구를 광역화해 복수당선제로 바꾼 것이 이 혼란을 부추겼다. 그러잖아도 지방자치 선거는 광역단체장 선거부터 지방자치의원과 비례대표선거까지 다양해 유권자들이 정확히 인식하기에 매우 번다스러웠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엎친데 덮쳐서 타구역 후보였던 이들까지 나타나 명함을 떠맡기니 유권자의 입장에서 대혼란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어떤 이의 발상으로 이런 선거제도를 마련했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개탄스럽다.

더구나 정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으려는 면도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이렇게 많은 정치인들의 난마가 정치에 대한 인식을 더더욱 땅에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처럼 혼란한 선거 판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자신을 알리고자 애쓰는 후보들이 안쓰럽다. 그만큼 이번 5.31 지방선거는 후보자들을 배로 힘겹게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지역을 위해 좋은 일을 해보겠다고 나선 이들 아닌가? 기왕 치룰 선거니 다소 불편스럽지만 우리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유세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그래야만 후보들을 돕는 일이며 5.31 선거를 올바르게 치룰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한 후보의 선거차량이 또 들어오더니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빈 주차장에 서서 청중 없는 연설을 몇 십분 떠들고 나간다. 왠지 씁쓸하고 공허한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