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honor among thieves” 라는 말이 있다. 지금도 서양에서는 자주 쓰이는 말로 주로 정치인들에 대해 하는 말이다. 번역한다면, “도둑도 의리가 있는 법”이란 뜻이다.

‘Honor Among Thieves’ 라는 말을 맨 처음 쓴 사람은 로마시대 정치인 키케로(Marcus Cicero, 106~43 B.C.)였는데, 그는 ‘도둑도 규칙과 의리가 있는 법' 이라고 했고, 셰익스피어는 '도둑끼리도 약속을 어기면 천벌을 받는 법' 이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에드가 왈라스 같은 작가는 “도둑사이에 의리는 없고 좋은 도둑 사이에만 의리가 있다”라고  했다.

아직도 의리있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곳은 서양보다는 동양이다. 그러기에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임금에 대해, 동지에 대해 신의를 지킨 고려말 정몽주나 조선조 수양대군과 성삼문으로 대표되는 사육신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교훈으로 여기지고 있다.

배반과 변절이 많은 세상이다 보니 신의를 중시하는 것 같다. 특히 철새 정치인이 많은 우리 정치 문화에서는 정책 부재의 정치인도 의리만 있으면 한수 접어주는 게 우리네 정서다.

지난 3일 이시우 시장의 국민중심당 탈당으로 지역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이 시장의 탈당 이유는 전략공천 요구에 대해 국민중심당이 거부해서라고 한다. “국민중심당 내 타 후보들에 비해 행정경험, 인지도, 여론지지도, 정치경력 등을 고려해 볼 때 전략공천 주장은 당연한 것이어서 그 동안 중심당 대표나 지역 국회의원을 통해 전략공천을 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해 왔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아 중대결심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충남도당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이 이 시장의 열린우리당 입당을 공식적으로 제의하고 나섰다. “유능하고 능력 있는 이 시장 영입을 위해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접촉하고 있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 시장이 이병준 예비후보를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이 시장 영입에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시우 시장은 “현재 입당여부를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듯 하다. 그동안에도 열린우리당의 이 시장 영입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왔었다. 이제는 설로만이 아닌 현실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상대성이 있듯이 만일 이 시장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지금까지 열심히 표밭을 일구고 있는 이병준 예비후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필자를 비롯한 관심있는 시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아무리 정치판이 진흙밭이라고는 하지만 각본대로 움직이는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그 도를 넘어선 것 같다. 남의 집 안방을 넘보는 사람이나 안방 마님이 마음에 안든다고 안방을 비우라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말이다.

오늘의 영어 한 마디, “There is honor among thieves” (도둑도 의리가 있는 법)라는 의미를 음미해 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