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유기(西遊記)’에 보면 원숭이 손오공은 돌에서 태어났으며, 도술을 써서 천제의 궁전이 발칵 뒤집히는 소동을 벌인 죄로 500년 동안 오행산(五行山)에 갇혀 있었는데, 당(唐)나라 황제의 칙명으로 불전을 구하러 인도에 가는 삼장법사가 구해 주고 종자로 삼게 되는데, 손오공의 머리에는 ‘금고아’ 라는 테를 머리에 씌우게 된다.

매니페스토는 손오공의 머리에 씌여져 있는 ‘금고아’ 와 같은 것이다. 손오공이 천축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벗고 싶은 것이 자기 머리에 씌여진 ‘금고아’였다.

근두운을 타고, 여의봉을 휘두르며 천상을 뒤흔들 던 제천대성 손오공을 힘없는 삼장법사가 통제하던 것이 긴고주(금고아를 조이는 주문)이다. 마치 손오공같이 나라와 지역을 주물럭거리는 정치인과 정당에 씌우는 금고아가 바로 매니페스토이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는다” 는 속담은 우리 국민성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일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은 선거판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후보자들은 ‘일단, 당선되고 보자’ 는 식이거나 ‘아니면 말고...’ 라는 무책임한 행동이 난무한다. 그래서 판치는 것이 선심공약이다. 그야 말로 ‘빌 공’(空)자, 공약(空約)인 셈이다.

예컨대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 당시 이시우 후보가 내 놓았던 ‘보령신항 개발 가속화 및 민자유치를 통한 대규모물류단지 조성’ ‘웅천 공군폭격장 이전에 최선’ ‘대천대학 4년제 대학 승격 적극추진’ ‘어항 구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차 없는 거리 조성, 풍물시장으로 전환’ ‘체육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령시 직영 체육팀 창설 운영’ 등의 공약을 쏟아 놓았으나 어느 것 하나 실현된 것이 없는 헛 공약으로 그치고 말았다.

선진국들은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일찍부터 ‘매니페스토’ 개념을 도입해 사용해왔다.

매니페스토는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가능하며(Measurable), 달성가능하고(Achievable), 타당하며(Relevant), 기한계획(Timed)이 포함된 5가지 요건(SMART)이 충족돼야 한다. 따라서 ‘매니페스토’는 후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계약’과 같은 제도라 할 수 있다.

검증이나 평가가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수치. 달성시기, 재원적 뒷바침), 실행체제와 장치, 정책실현 로드맵 등을 포함한 국민과 정권 담당자의 계약을 매니페스토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보다 현실적이며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을 하는 선거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 매니페스토 운동이다.

이를 토대로 시민단체와 언론이 검증작업을 실시해 공약의 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이행의 정도에 따라 다음 선거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하는 매니페스토를 우리 지역에서도 이번 5.31 지방선거에 도입해야 한다.

이에 이번 5.31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입후보자들은 물론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더 이상 시민들을 얏보고 우롱하는 헛 공약은 내 놓지 말고, 위에서 말한 SMART의 5가지 요건이 갖춰진 실현가능한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입후보자와 정당의 대표들이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협약서에 서명하고 정책선거를 하겠다는 서약을 할 것을 제안하며, 이의 실천을 시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