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예비후보들의 등록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이 사실상 개막됐다.

각 정당들은 자당의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매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떤 인사가 최종 결선에 출전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제는 과거의 부정적이고 우울했던 정치행태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선거문화가 정착돼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입후보자나 유권자들, 모두가 각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역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는 후보, 그러다보니 공약들 마저 공허하기 마련이며 당선만을 위해 현실성도 없고 실현가능성도 없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공허한 공약을 제시해 유권들을 헷갈리게 했었다.

예를 들자면, 임기내 1억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느니, 농어촌회생 종합대책이니, 사회양극화해소 등 마치 대선에서의 공약과 비슷한 핑크빛 헛 공약들을 쏟아냈었다.

유권자들 또한 입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나 자질, 그리고 실천 가능한 공약인가를 따져보기보다는 지연, 혈연, 학연 등 친소관계나 근거없는 여론에 따라 선택하는 누를 범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방선거도 정책대결로 가야 한다. 정당들 또한 이번 선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지역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사를 후보자로 내세워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도 후보들의 공약에 의지와 신념이 담겨 있는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지지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에 등장한 것이 이른바 ‘매니페스토(manifesto)’운동이다.

매니페스토는 라틴어로 ‘선언'이란 뜻으로 구체적인 일정과 예산을 갖춘 공약을 말한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매니페스토를 제시해 집권에 성공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매니페스토는 이웃 일본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가나가와현 지사에 당선된 마쓰자와 시게후미 현 지사를 들 수 있다.

마쓰자와 지사가 약속한 공무원 1,500명 감축, 공무원 인건비 억제, 환경보존세 도입 등의 37개 공약은 모두가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것이어서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추상적이고 실천 불가능한 선거공약을 내세운다든지,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도 실천하지 않았던 정치행태를 바꿔보자는 시도다. 즉, 선거공약에 목표, 기간, 재원, 공정, 우선순위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선거공약이 실현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당선자가 선거공약을 실행했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미가 있다.

시민단체들이 매니페스토 선거운동 추진본부를 만들어 불을 지폈다.

모두들 엉터리 공약이나 이벤트 공약을 응징하겠다고 의욕이 대단하다.

턱없고 막연한 공약들로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우롱했던 사탕발림성 공약은 사라지고 그야말로 실현가능한 정책들이 제시되지 않으면 발붙이지 못할 형편이다.

매니페스토운동은 비단 선거 때만이 아니고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임기 중 사후 평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심행정 역시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니페스토가 정착된다면 선거운동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명확한 판단자료를 제공해줌으로써 선거를 정책선거로 이끄는 유효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즉흥적이고 선심쓰듯 하는 공약은 걸러냈으면 한다. 또 선거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