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홍성에 있는 용봉산을 다녀왔다.

양지 바른 곳에는 수줍게 피어나는 진달래와 살짝 건들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목련을 보며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전국에서 온 산악회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고 한쪽에서는 시산제를 지내고 또 다른 쪽에서는 멋거리 축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풍성하다.   

주변사람들은 건강을 생각하며 등산이나 수영을 자주하지만, 우린 그저 마음만 있을 뿐 시간을 내 보지도 못하고 늘 일상 속에 파묻혀 지내곤 했다.

잘 아는 부부를 따라 나선 우리는 산을 찾아온 것이 도대체 몇 년만인지 손가락을 헤아려보곤 두 손가락이 모자람에 피식 웃음이 난다.

날렵하게 산을 오르던 예전 생각에 남편에게 한마디를 던져본다.

“힘들다고 나에게 애처로운 눈빛 보내지 말아요.” 호언 장담을 하며 산을 오른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경사가 어찌나 가파르던지 숨이 턱에 차오르고 점점 나 혼자 처지지 시작한다.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소형 마이크를 단 듯 귀 밖에 너무 크게 들니다. 앞선 부부가 자꾸 나를 챙기느라 제 속도를 못내니 미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해 보지만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첫 번째 봉우리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오이와 귤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왜그리 맛있게 보이는지 그들이 다 먹을 동안 눈을 떼지 못한다. 이정도의 산행은 힘들지 않기 때문에 물이나 과일을 갖고 오지 않았다며 혹시나 해서 챙겨온 우유를 건네주는데 다 먹은 우유팩을 흔들고 또 흔들어서 남은 한방울까지 마시면서 쥐어 짠 우유팩처럼 내 체면도 여지없이 구겨짐을 느낀다.

두 번째 봉우리 부터는 조금의 여유가 생겨 주변을 둘러보며 상큼한 공기와 아스라히 내려다 보이는 정경들을 바라보며 미약한 내 자신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얼마전에 신문에서 본 기사가 떠오른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매년 네팔로 트레킹을 떠나는 내국인이 오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떠나는 이들은 히말라야 고산을 지척에서 경험하기 위해서 고산병에 시달려도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떠난다고 한다. 가본 사람들이 고생스러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또 그곳을 향해 재도전하는 것을 못가본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높은 산을 보며 마음이 순화되기 때문에 떠나는 이도 있을 것이고 히말라야 만년설에 뒤덮인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 욕심과 탐욕에 쌓여 있는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깨닫기에 또 떠날 것이다. 이렇게 나처럼 못가본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나마 많은 그림을 그려볼 것이다.
그러나 정작 가본사람은 느낌표나 말줄임표 밖에는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지금 이순간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느낌 역시 힘든 산행을 인내하며 오른 이들만이 공감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산을 할때도 뒤에서 챙겨 주시느라 고생 많이하셨는데 수덕사까지 가서 맛있는 점심까지 사주셔서 감사한 마음 가득 안고 돌아왔다.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