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꽃샘추위도 지나고 이제 온 사방 천지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새순이 돋고 꽃들은 피어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한없이 바쁘게 만들어놓는다.

산이나 들녘으로 뛰어나가 초록의 기운을 가슴 가득 들이마시고 부지런히 눈 사진도 찍어둬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가 즐겁다.

자연은 이렇듯 쉼 없이  우리에게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데 단지 바쁘다는 이유로 소경 아닌 소경이 되어 무심히 지나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신기루 같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우린 너무 많은 날을 지나치게 정신없이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소유하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정작 소중한 것들은 소리 없이 잊혀져 가는 게 현실이다.

부(富)란 대체 무엇일까.

살아가는 데 있어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물질적인 소유를 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잣대가 나이 들수록 고무줄처럼 흐느적거리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다만 불편한 것이라 했는데......

그러나 부유하다는 것은 가난보다 더한 불편을 동반한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시시때때로 깨닫게 된다.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살아갈라치면 결국 그것들에 의해 끝없이 제지당하고 또한 발목을 잡힌다.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 속에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불안과 속박에서 숨막혀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그렇다면 ,가난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세상에 태어나 한번쯤 가난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어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그 순간부터 우리 모두는 너무도 가난한 모습이었으니까.

비록 가난했지만 밤하늘의 별보다 더욱 영롱하게 빛났을 순수.

달빛보다 더 온화했을 우리들의 정서가 난 요즘 너무도 사무치게 그립다.

비록 겉모습은 한겨울  얼어붙은 개울물처럼 추운 모습이었을지언정 그 밑으로 유유히 흐르던 수정보다 맑았던 영혼이 분명 내 안에 존재했었을 텐데 그 귀한 것들은다 어디로 갔을까.

가진 것이 없어도 사랑할 수 있었고 내 슬픔이 아니라 해도 끌어안고 긴긴밤 깊은 한숨으로 수없이 뒤척였던 가난 속에서의  그 정서가 마냥 그리운것이다.

우리 모두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다.

그렇지만 행복까지 보장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이순간이 어쩌면 최고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소중한 사람에게 가끔은 가던 길 멈추고 여유를 부리며 살아보자 말하고 싶다.

비가 온다 하여 달아나듯 뛰지 않으며 바람이 불어도 순식간에 옷깃을 여미지 않으며 말이다.
초록이 움트는 산뜻한 봄날에 걸맞게 내 안의 불필요한 것들도 모두 들어내고 절간처럼 간소하게 단장하고 싶다.

그리하여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이 언제든 들어와 안식할 수 있도록 맑은 가난을 동경하며 그렇게 욕심 없이 살아가고 싶다.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