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과 함께 살다 분가해서 아파트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오년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여러 집을 살 때마다, 불만과 감사함은 짝이 되어 나와 같이 살아왔다. 단독주택은 넓은 마당을 쓸고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예쁜 꽃을 심고 기르는 마음은 가슴을 설레게 했다.

시집을 와 살면서 이 고장이 좋은 것은 거리마다 화사하게 핀 예쁜 꽃들이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 겨울 눈 속에서도 삐죽 삐죽 돋아나 있는 수선화 잎을 보노라면 여리지만 생명의 강인함과 여러 모양과 색깔의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신비로움 마저 들었다. 

그와 함께 밥풀데기의 매화꽃도 좋아한다. 어릴 때 정다운 친구들과 친척을 멀리하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갈 때 싸리문 옆에 하얗게 더덕더덕 피어 있는 밥풀데기 꽃만 바라보고 모든 미련을 떨치고  들뜬 마음으로 갔더니 얼마 되지 않아 베어버려서 못내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가깝게 볼 수 있어 정겹기만 하였다. 

그래서 어머니의 뜰에 색과 모양이 다른 매화, 수선화, 목단 꽃들을 하나하나 옮겨 심는 것은 큰 기쁨이 되었다. 

요즘 건강하셨던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로 힘없이 병원에 계신다. 

몇 해 전만해도 얼마나 건강하셨는지 모른다. 비가 오면 비옷을 입고 고구마 순을 놓았고, 눈이 오면 눈보라를 맞으며 갯바닥에 가서 굴을 따오셨고, 날이 좋으면 온 산과 밭을 두루 다니면서 열매 산나물 채소 등 먹을 것을 구해 오셔서 찬거리가 늘 풍족하였다. 

아마 어머니만큼 부지런한 분은 없을 것이다. 

언제나 끝이 없는 일을 쉼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하셨다.  그래서 자식들이 오면 무엇이라도 주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자식은 어머니의 정성과 고마움을 얼마나 되 뇌일까? 받은 사랑은 잊어버리고 내가 드린 것만 헤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난해에 병원 치료를 받으시면서 가축을 키우는 것도 줄이고 찬찬히 밭일이나 하신다고 했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다시 병원 생활을 하셔야 되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얘야 어디가면 달래가 있고, 어디에 가면 뭐가 났을 것인데” 하신다.

마음은 벌써 천리도 걷다 오셨을 것이다.

아이들은 할머니께 위로가 될까싶어 꽃 봉우리가 맺은 화분을 사들고 갔는데, 활짝 핀 꽃도 채 못 보고 다른 큰 병원으로 옮기시게 되어 화분을 도로 집으로 가지고 와야 했다. 

어머님이 가까이 계실 때 퉁퉁거리기도 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얼른 돌아서 온 것도 후회된다. 어머니께 잘 해드리는 것이 곧 나를 위함인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어머님은 아이들에게 갈 때마다 용돈을 주신다.  그 속에는 어머님의 한없는 사랑을 담아 주고 싶은 마음 가득하셨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하루 일찍 가서 어머님이 비워두신 공간을 사랑으로 곱게 채워놓고 싶다.

어머님이 걱정하실 마늘밭에 풀도 매고 예쁜 딸처럼  다가가고 싶다.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