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4일 기초의원 유급제, 중대선거구제, 정당활동을 허용하는 등의 공직선거법이 대폭 바뀌었다. 하지만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10년 동안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난 뒤 이전보다 살기 좋아졌다고 느끼는 주민들이 별로 없다. 또 지방자치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이 더 크게 부각돼 특히 자질 없는 지방정치인들의 부정과 비리가 주민들을 실망시켰다.  오는 5월 31일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방자치시대를 이끌어 나갈 정치지도자들을 뽑게 된다. 월드컵 열기 속에 푸대접 받았던 6.13 지방선거 투표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들어진 1961년 이후 치러진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48.9%였다. 지방자치분권 시대에 지방의 발전을 모색하고 비전을 제시할 지도자를 뽑는데 시민들은 관심이 없다. 이에 <보령신문>에서는 신년기획으로 참여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치분권, 지방의회의 역할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지방자치단체란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일은 주민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마을의 도로 포장, 쓰레기 수거, 상하수도 설치 및 관리, 방범, 소방, 교통 문제, 학교 시설, 복지 시설, 주거 환경 등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들이다. 지방자치를 생활 정치라 부르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지역 살림을 잘 꾸려 나가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또는 자신들의 대표를 내세워 참여하는 터전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실정에 맞는 공공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공급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지방 정치와 행정의 민주화를 통해 지역 주민의 공공복지를 실현하는 데 가치가 있다.

현 단계의 지방자치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방자치가 오랜만에 부활된 데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지방의원들에게 권한이 별로 주어져 있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지방의회의 권한과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효율적으로 견제하지 못한다. 또 주민참여의 통로도 거의 막혀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독선적인 행정을 펼쳐도 견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

참여정부는 지방분권을 추진하면서 3대 추진원칙과 4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3대 추진원칙은 선분권 후보완 원칙, 보충성의 원칙, 포괄성의 원칙이다.

선분권 후보완 원칙은 국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의 연대를 바탕으로 한다.

보충성의 원칙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업무를 주민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포괄성의 원칙은 행정사무를 이양하면서 중·대단위 사무를 중심으로 포괄적으로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4대 추진전략은 선도과제 추진, 정부혁신과 연계추진, 중앙부처의 자발적 참여 유도,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다.

선도과제는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획기적인 재정분권 추진을 말한다. 이 때 중앙의 행정·재정세제 개혁과 연계해서 지방정부를 혁신하는데, 혁신과 기능이양을 잘 하는 부처에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지방분권의 추진을 정치권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학계, 그리고 언론의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제시한 분권로드맵은 7대 기본방향과 20대 중요과제로 구성돼 있다.

① 중앙-지방정부간 권한 재배치

지방분권추진기반 강화,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 지방자치경찰제도 도입,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

② 획기적 재정분권 추진

지방재정력 확충 및 불균형 완화, 지방세정제도 개선, 지방재정의 자율성 강화, 지방재정운영의 투명성·건전성 확보

③ 지방정부의 자치행정역량 강화

지방자치권 강화, 지방정부 내부 혁신 및 공무원 역량 강화

④ 지방의정 활성화 및 선거제도 개선

⑤ 지방정부의 책임성 강화

지방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체제 확립, 지방정부에 대한 평가제도 개선

⑥ 시민사회의 활성화

다양한 주민참정제도 도입, 시민사회 활성화 기반강화

⑦ 협력적 정부간 관계 정립

중앙-지방간 협력체제 강화, 지방정부간 협력체제 강화, 정부간 분쟁조정기능 강화

◈ 지방의회의 연혁과 역할

지방의회는 1952년부터 1961년까지 9년간의 기간과 1991년부터 다시 시작됐다.

제1대 지방의회(1952-1956) 지방자치법이 1949년 제정공포 됨에 따라 4월 25일에 시·읍·면의회 의원선거 실시 5월 도의원선거가 실시됐다.

1대 의회는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간에 엄격한 권력분립원칙을 적용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 불신임권을 주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의회 해산권을 부여했다.

제2대 지방의회(1956-1960)는 시읍면장의 선임방법이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고 시읍면의회와 자치단체장이 가지는 불신임의결권과 의회 해산권을 폐지 의원의 임기를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제3대 의회(1960-1961)출범 5개월 만에 5.16혁명으로 중단, 제4대 의회(1991-1995)1990년 12월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을 제정 1991년 선거 실시 30년 만에 지방의회가 부활했다.

제5대 의회(1995-1998), 1995년 6월 27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의해 시도의회의원과 시군구의회의원 선출 임기 3년의 제5대 지방의회 출범했다.

제6대 지방의회(1998-2002)1998년 6월4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의해 구성, 제7대 지방의회(2002-2006) 6월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이뤄졌다.

지방의회는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로 나뉘며 광역의회는 서울특별시를 비롯 16개로구성, 기초의회는 시군자치구의회 232개로 시의회 72개, 군의회 91개, 구의회 69개로 이뤄져있다.

지방의회는 주민이 선출한 의원으로 구성되며 자치단체의 중요의사를 심의결정 하는 주민대표 기관으로써의 지위와 의결기관으로 중요사항에 대해 자치단체의 의사를 최종결정 즉 자치단체의 주민부담에 관한사항, 조례제정, 단체운영 등 그 지역의 전반적인 정책을 심의 최종결정 의결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또 자치단체의 법령인 조례제정의 기능 등의 입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며 집행기관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행정을 집행하고 있는가를 감시하는 감시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지방의회의원은 그 자치단체 주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서 선출되는 대표자로서 선거직공무원이며 지방공무원법상 특수경력직인 지방정무직 공무원의 지위를 갖는다.

지방의회의원은 공공이익우선 의무, 청렴품위유지의 의무, 회의출석 및 직무전념의 의무, 직권남용금지의 의무, 일정한직의  겸직 및 거래등의 금지의무, 질서유지의 의무를 갖는다.

지방의회의 회기는 1년에 2번 정기적으로 여는 ‘정례회’와 필요한 경우 수시로 여는 ‘임시회’가 있으며 연간회의를 할 수 있는 총 일수는 120일로 제한하고 있다.

정례회는 매년 2회 개회1차, 2차를 합해 40일간 운영하며 임시회는 시장 또는 재적의원 3분의1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의장이 15일이내의 회기를 소집, 연간 80일 이내로 한다.  

의안처리는 의원10인 이상의 연서발의 또는 자치단체장 제출, 위원회제안이 있으며 제출된 의안을 본회의에 보고하고 의장이 결정 상임위원회에 회부하게 된다. 제안자의 취지설명 및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후 질의답변토론을 통해 심사 의결해 본회의에 부의, 소관위원장이 심사과정, 제안이유, 주요골자, 심사결과를 본회의에 보고, 본회의장 토론 후 표결로 의안을 처리하게 된다.

◈ 맺는 말

지방자치는 ‘지방의 일을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다. 지방의 일이라 함은 특정지역의 정치와 행정을 말한다.

스스로 다스린다는 것은 자기의 일을 남의 간섭 없이 자신의 의사나 능력을 바탕으로 해서 독립적 자율적으로 처리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는 ‘일정한 지역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을 기초로 주민이 선출한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해 주민이 부담하는 조세를 사용해서 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착된 그 지역의 사무를 단체 자신의 권위와 책임 아래 단체구성원인 주민의 의사에 따라서 결정 집행하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시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자치권을 갖는 지역 단체의 존재와 그 단체의 사무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라고 한다.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는 자주 책임의 원리와 더불어 지방자치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 반드시 충족돼야 할 전제 조건이다.

지방자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민이 지방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있어야 한다. 지방정치 차원에서 채택할 수 있는 주민참여제도로는 주민발의제도, 주민투표제도, 주민소환제도 등이 있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통해 지방자치의 활성화에 커다란 구실을 하게 될 주민투표제는 이미 도입돼 있다(지방자치법 제113조).

오랫동안 국회의 직무유기로 주민투표법이 제정되지 않아 실제로 시행되지 못하다가 참여정부에 들어와 비로소 주민투표법을 제정했다.

주민투표제도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통해 지방자치의 활성화에 커다란 구실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발안제도는 선거권을 가진 일정수의 주민이 조례의 제정·개폐, 정책대안 등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한 제도이다. 주민소환제도는 지방의회의 해산이나 단체장의 해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주민발안제도와 주민소환제도도 도입돼야 한다.

지방정부의 행정사무에 대해 주민들이 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주민감사청구권(지방자치법 제 13조의 4)은 소구권 성격에 가까운바, 이를 주민의 직접참정권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주민소송제도와 민원배심제도도 주민참여의 중요한 통로이다. 민원배심제도는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시민의 판단에 의해 민원을 해결하는 제도로 일종의 옴부즈만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는 민원의 해결에 공무원이나 전문가가 아닌 민간인의 참여를 보장하게 된다. 또 지방의회에서 주민질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거나 지방의회의 결의안에 대한 주민의 이의제기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충청도에 행정복합중심도시가 건설되고 충남도청이 이전될 예정이며 서울에 집중돼있던 중앙부처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등 지방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오는 5월31일 다시 지방분권을 확실하게 이룰 지도자를 뽑게 된다.
지방자치분권은 자치단체, 주민의대표인 의원, 주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