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비준안이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WTO체제 속에서 시장개방화와 신자유주의 무역에 따른 우리 농업의 생존전략과 함께 보령농업의 대안은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그에 따라 미래농업의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WTO와 우리농업의 현실 2. 보령농업의 대안, 브렌드쌀 3. 보령농업의 대안, 특용작물

▲WTO와 FTA의 현실

WTO(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를 대신해 세계무역질서를 세우고 UR(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의 이행을 감시하는 국제기구이다.

주로 UR협정의 사법부 역할을 맡아 국가 간 경제 분쟁에 대한 판결권과 그 판결의 강제집행권이 있으며 규범에 따라 국가 간 분쟁이나 마찰을 조정한다.

WTO 설립은 산업·무역의 세계화와 함께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하는 새로운 국제무역환경 기반을 조성, 현재 148개 회원국이 있고,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FTA(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는 특정국가간에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서로 부여하는 협정으로서 가장 느슨한 형태의 지역 경제통합 형태이며 국가 간의 경제통합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 해당한다. 또 회원국 간에 관세철폐를 기본으로 하고, 각종 교역장벽을 없애서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지난 60년 창설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94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이 출범시킨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92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태국 등 아세안 6개국이 2008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아시아자유무역지대(AFTA)’ 등이 대표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FTA에서는 회원국 간 무 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반면, 비회원국에게는 WTO에서 유지하는 관세를 그대로 적용한다. 또 회원국 간에는 상품의 수출입을 자유스럽게 교역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반면, 비회원국의 상품에 대해서는 WTO에서 허용하는 수출입의 제한조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세계의 각 나라는 경제발전단계가 서로 상이하고 국민경제가 처한 정치·경제·사회적 제반 여건이 달라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고 철폐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있어선 WTO에서는 물론 FTA에서도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차가 큰 것이 국제통상무대의 현실이다.

▲쌀비준안 통과와 수입쌀 시판

지난해  11월23일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 협상에 대한 비준 동의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쌀 수입이 가시화됨에 따라 국내 쌀 농가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쌀 협상에 의하면 지난 95년 5만1천 톤(1%)에서 2004년 20만5천 톤(4%)으로 늘어난 의무수입물량은 2005년도 22만5천여톤(4.4%)을 시작으로 2014년 40만8천여톤(7.96%)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시판용 쌀은 올해 3만4천여톤, 2007년 4만7천여톤, 2008년 6만3천여톤, 2009년 7만9천여톤으로 늘어난다.

그동안 가공용으로 공급돼온 수입쌀은 올해부터 밥쌀용으로 시판되게 되며, 밥쌀용 시판 물량은 향후 2010년까지 30% 9만8193톤(68만석)까지 확대되게 됐다.

전체 수입쌀 시판 물량의 81%는 미국, 중국, 태국산 쌀이 차지한다.

미국산 쌀 ‘칼로스’는 이미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품질 쌀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산 쌀은 주로 흑룡강성, 길림성, 요령성 등 동북 3성에서 생산된 것이 들어올 전망이며 우리 쌀과 같은 자포니카 종으로 알려졌다.

또한 태국산 쌀도 시중에 유통, 판매된다.

우리가 흔히 ‘안남미’로 부르는 태국산 쌀은 밥을 지으면 푸석푸석한 인디카 쌀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다.

그러나, 미국산이든 중국산이든 가격경쟁력에서 국내산 쌀을 앞선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대형 급식업체나 일반 식당 같은 쌀 대량 소비처에서 국내산 쌀과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요소로 우리농가에게 충격은 상상외로 크다.

쌀 소비가 감소하고 재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수입쌀이 시중에 풀린다면 우리 쌀은 또 다시 가격하락을 피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쌀 협상에 대비해 쌀 소득보전, 공공비축제, 쌀 품질 고급화, 농촌 삶의 질 향상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쌀시장 개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양정제도를 개편, 가격 지지가 목적인 ‘추곡수매제’를 ‘공공비축제’로 바꾼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에 식량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전망이다.

WTO 협상 결과 쌀 의무수입량이 2014년에는 41만 톤으로 증가하게 됨에 따라 쌀의 자급률이 낮아질 것으로 농업 전문가는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DDA 협상과 FTA 등으로 농산물시장 개방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국내 농산물의 가격경쟁력 조건과 농지면적과 경지이용률이 감소하고, 이농과 농업노동력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국내 농업 생산기반의 쇠퇴와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다국적곡물메이저횡

다국적 곡물메이저의 횡포도 심각한 수준이다.

곡물의 저장, 수송, 수출입 등을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다국적 기업인 7개 곡물메이저(grain major)가 세계 총 곡물교역량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7대 곡물메이저는 카길, ADM, 콘아그라, 콘티넨탈그레인(이상 미국계), 루이드레퓌스, 분게, 앙드레(이상 유럽계)등이 있으며 쌀을 취급하는 곡물기업에는 미국의 미국쌀경작자협회(RGA)와 코넬 등이 있다.

카길을 예로들면 1998년에 북한의 아연과 구상무역 형태로 밀 2천 톤을 수출하기로 계약했으나, 북한의 아연이 준비되지 않자 운송 중이던 밀을 즉각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도 했던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옥수수, 사료용 밀, 대두 등의 곡물 수입량의 60%를 다국적 곡물메이저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이중 옥수수는 카길에서 50%가량 공급받고 있다.

1980년 우리나라의 쌀 생산이 냉해로 인해 크게 감소하자 RGA와 코넬은 가격을 3배가량이나 올려서 판매를 하기도 했고, 1991년 일본의 쌀 생산이 냉해로 인해 감소하자 RGA는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쌀 수입을 못하게 미국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쌀 가격을 2배로 올려서 일본에 판매했다.

한편 곡물 수출국들은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경우에 자국 내 식량 확보와 물가안정을 이유로 쌀 등 곡물의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WTO 출범 이후 1995년 태국의 쌀 수출금지조치, 1995년 헝가리의 옥수수·밀·보리 수출금지, 1996년 유럽연합의 밀과 밀가루에 대한 수출세 부과 및 체코의 밀과 귀리 수출금지 등 수출제한조치가 취해졌던 선례가 있다.

미국은 1996년 농업 법에, 유럽연합은 1999년 채택된 ‘아젠다 2000’에 ‘필요한 경우 곡물의 수출을 제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인 무역질서를 지키고 감시한다는 WTO도 수출제한조치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단지 농업협정문 제12조(수출금지 및 제한에 관한 규율)는 수출제한조치를 취하는 국가에 대해 식량수입국의 식량안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거나, 필요한 경우 수입국과 협의할 것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농업개방화에 대비한 마케팅전략 제기

WTO세계농업개방화를 맞아 지방자치단체별로 대처능력을 발휘, 지역농업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지역농업마케팅을 체계화하는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농업을 살리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수익창출능력이 확보돼야 한다. 

농업국 다자간협상으로 시작된 WTO농업개방화는 최근 DDA와 FTA 등으로 농산물의 시장개방 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값 싼 해외농산물이 국내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다. 또한 농가부채증가와 도농 간의 소득격차 심화, 이농현상 등 복합적인 농촌문제가 증가되고 있어 지역농업은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국내 소비시장 또한 도시화와 소득증가의 영향으로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개인적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소비성향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농업은 식품안정성과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가기 위한 지역농업 특성화정책이나 특작개발 및 친환경농업, 브랜드쌀의 이미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료 농림부, 외교통상부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