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5일부터 도입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놓고 각 가정과 시행처간 갈등이 불거지자 산업자원부는 부랴부랴 이 제도의 시험대를 7월로 삼겠다고 밝힌바 있다.
전기요금 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난방기 등의 사용으로 전력 소비량이 크게 늘어난다는 7월 요금을 파악한 뒤 새로운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일반 가정용 전기소비자들의 요금부담액은 지난해에 비교할 때 얼마나 증가했을까.
박모씨(동대주공 13평 APT)는 지난해 6월7일-7월6일까지 299 kWh의 전기를 사용해 4만790원의 요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올 같은 기간 에어콘 사용으로 420 kWh를 사용한 박씨는 무려 100%가 추가된 금액인 8만9천430원을 납입했다. 전력사용 면에서는 불과 121 kWh를 더 쓴 것에 지나지 않지만 요금은 6단계 누진율을 적용한 것이다.〈표참조〉
비교적 전기를 많이 쓴다는 7월7일-8월6일까지 박씨는 또 올 520 kWh의 전기를 사용해 14만5천200원의 납입 고지서를 받은 상태다. 여기에는 부가가치세 1만4천992원과 전력기금 0.0323%가 포함돼 있다. 이 기간 지난해 같은 량의 전기를 사용했다면 11만9천30원만 내면 되는 금액이지만 누진율 7단계에 해당돼 요금이 크게 뛰었다
정부에 납부하는 0.0323%의 전력기금이 누진제 실시이후 새로이 생겨나 전기 소비자의 부담도 다소 늘어났다. 전력기금이란 한전이 분할 매각되면서 도서지역 전기공급을 위한 각종 시설비용이나 양질의 전기생산을 위한 연구비로 쓰기 위해 정부가 새로이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이번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본 각 가정들은 이러한 제도에 대한 불만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부대, 농사용, 일반용, 가로등, 심야전력 등에는 가정용의 절반수준에 머무는 요금체계를 적용, 결과적으로 산자부가 가정용에만 쇠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따라서 산자부가 '적게 쓰면 덜 나온다'는 미명아래 시행중인 누진제가 결과적으로 가정용 전기소비자 들에게만 절전을 강요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분석이다.
특히 누진제 도입취지가 에너지 절약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57.3%을 쓰는 산업용과 19.9%을 쓰는 일반용을 제외하고 전체의 15.9%밖에 사용치 않는 가정용에 이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만이 거세다.
농사용의 경우 전력량요금(kWh당)을 최저 21원40전에서부터 최고 37원80전까지 3단계로 정했다. 따라서 월 100 kWh 미만(81원70전)에서부터 많게는 kWh당 639원40전까지 책정한 가정용에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일반 가정에서 월간 사용하는 전력량이 201-300kWh 수준에 머물거나 301-400kWh를 쓰는 세대가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누진제 형평성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사그러 들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이 같은 전력소비자에게는 누진율 4-5단계가 적용돼 사용요금도 kWh당 177원70전-308원을 매월 부담해야 한다.
시민 김모씨(회사원 대관동)는 "가정에만 절전을 강요하는 산자부의 강압적인 정책이 빚어낸 불공평한 결과가 서민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며 "이번 통계를 바탕으로 보다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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