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쓰면 '약' 모르고 쓰면 '독'…절전요구에 전기소비자 불만
18평형 에어콘(2kw) 매일 3시간 사용시 월 183% 누진률 발생
지난해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전기요금 누진제에 따른 가계부담률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률 적용 이후 1년중 가장 전기 소비율이 높다는 여름철을 처음 맞이한 소비자들은 많게는 3-4배에 가까운 요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는 300kwh 이하의 전기를 쓰면서 누진 미적용 요금을 내 오던 가정들이 에어콘 등 난방기를 사용함으로서 100-200% 상향된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아보고서야 인상률을 실감하고 있다.
평소 전기요금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지 않다가 전력소비증가 시즌이 되면서 자연스레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들이다. 때문에 전기요금 누진률을 잘 분석하여 평소 절전하는 지혜를 기르는 한편, 전기사용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때다.
한전 보령지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전기요금 조정시 주택용은 전체 전기요금 평균 인상율(4%)보다 다소 낮은 3.3%을 인상했다. 특히 주택용의 경우 서민생활보호 및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월 300kwh 이하 사용가구에 대해서는 요금을 동결하고, 300kwh 초과 사용 가구에 대해 20-40%씩을 각각 차등 인상했다.〈표 참조〉표제목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현황〉
절전효과 정책에 '가정만 고통'
이에 따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률이 종전 최고 13.2배에서 18.5배까지 대폭 강화됐다.
월 301kwh-400kwh 사이를 사용하는 전력소비자는 누진률 9배가 적용돼 20%를 더 부담해야하며, 401kwh-500kwh를 사용하면 무려 40%의 누진률이 적용된다.
평상시 300kwh의 전기를 쓰는 가정에서 18평형 에어콘(2kw)을 하루 3시간씩 1개월을 사용 했을 때 총 사용전력은 480kwh로서 종전에는 40,990원의 요금만 내면 됐지만 올부터는 183%의 누진률이 적용돼 116,130원을 부담해야한다.
평상시 두 달 분에 가까운 75,140원이 추가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전기요금 부담으로 인해 정부는 일반 가정의 전력소비가 크게 줄어 연간 2천300만kwh의 소비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전력 최대수요기간인 여름철 수급안정 도모를 통해 13,000kw 규모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내놓았다.
그러나 여름철 난방기를 사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반 가정에서 높은 전기료를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삶의 질 향상에서 오는 최소한의 문화생활까지 억제하려는 정책에 많은 시민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 박모씨(회사원, 동대동)는 "결과적으로 가장 크게 전기료를 부담하는 곳은 가정"이라며 "이제는 여름 한 철 에어콘도 제대로 사용치 못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업소용, 산업용 등의 전기요금에 있어서는 이보다 훨씬 싸게 책정해 일반 주택 전기소비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업·농사용은 생산원가도 못 미쳐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발전소별 발전 원가는 kw당 유연탄 36.61원, 원자력 36.79원, 수력 64.41원, 중유 68.15원, 복합발전 89.99원, 무연탄 94.48원, 액화천연가스(LNG) 94.75원 등이다. 여기에 송전·배전 등 판매비용 17.84원과 업무비 등 7.46원이 붙어 kw당 총 원가는 73.56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단가에 있어서도 주택용의 경우 kwh당 107.30원을 책정한 반면, 산업용은 58.30원, 심야전력은 24.52원씩을 각각 결정했다.
특히 이번 제도 도입 취지가 에너지 절약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57.3%를 쓰는 산업용과 19.9%을 쓰는 일반용(업소용)을 제외하고 전체의 15.9% 밖에 사용치 않는 가정용에 누진제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만이 좀체로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사용 43.04원, 가로등 65.92원 등으로 이 분야는 생산 원가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판매가격을 결정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주택용 요금을 과다 징수해 이러한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합리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전 보령지점 관계자는 "현행 용도별 차등요금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기관에서 연구용역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며 "빠르면 올 연말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산업자원부가 누진제를 면밀히 분석해 다시 손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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