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5열사는 해방 후인 1948년 보령지역의 유림들이  항일운동에 큰 족적을 남긴 유림계의 명망인사 백낙관 황재현 백관형 유준근 김복한  열사 등 다섯분을  선정하여 추모대회를 가진 데서 비롯됐다. 이후 지금까지  보령 5열사는 우리 보령지역의 항일운동과 관련해 오랫동안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 돼왔다.  물론 보령지역에서도 보령 5열사 외에 많은 선열들이 자기 한 몸의 안위을 돌보지 아니하고 항일 운동에 기꺼이 뛰어 들었다. 따라서 현재 보령 5열사 선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 지역에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내려온 것이기에 사실을 인정하고, 그 분들의 행적을 기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오늘날 일본의 독도 침탈 의도, 교과서 왜곡 문제 등에 직면하여 우리 보령지역의 상징적 항일운동가로 알려져 온 보령 5열사의 행적을 5회에 걸쳐 게재해 항일운동의 뜻을 되새기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게재 순서 1. 백낙관  2. 황재현  3. 백관형 4. 유준근 5. 김복한

김복한(金福漢, 1860～1924)의 본관은 안동이고 호는 지산(志山)이다. 홍성군 홍성읍 소향리 조휘곡에서 김봉진의 아들로 출생하였다.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순절한 선원 김상용의 후손이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집안 어른인 김민근의 보살핌을 받았으며, 성장하면서 농은 이돈필에게서 수학하여 남당 한원진의 학설을 배웠다.

▲ 김복한 열사 초상화

33세에 별시문과에 합격한 후 교리(校理)를 거쳐 형조참의, 성균관 대사성, 승정원 승지에까지 올랐으나, 일본이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여 오던 1894년 4월에 벼슬을 버리고 고향 홍성으로 내려왔다.

그 후 을미년(1895년)에 명성황후의 시해 사건이 일어나고 단발령이 내리자 이에 분개하여 지역 유림들인 이설, 안병찬, 이근주 등과 의논하여 의병을 일으켰다가 함께 궐기하기로 했던 홍주목사 이승우의 배반으로 체포되어 홍주옥에 투옥된 후 경성감옥으로 이송되었다가 재판을 받고 10년의 유배형을 받았지만 고종의 특사로 석방되었다.

귀향한 그는 1897년 4월 보령 길현(吉峴, 현 청라면)으로 그리고 이어서 운대(雲臺, 청라면 울띠)로 이사하여 은거하면서 쓰러진 집과 무너진 담에서 벌레와 뱀이 나와도 편안하게 지냈다. 그리고 후학양성에 전념하면서 최익현 윤석봉 유호근 조구원 심의덕 임한주 등과 학문을 논하였으며, 웅천의 집성당 동대동 심의덕가 등에서 향음주례(鄕飮酒禮)를 주관하면서 지역의 문풍(文風)을 진작시키고자 하였다. 이어 조정에서 성균관장에 임명하여 불렀지만 나가지 않고 고향에서 후진양성에만 전념하였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상경하여 을사 5적신들을 처단하고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상소문을 올린 뒤 투옥되어 갖은 고초를 당하다가 석방되었다. 1906년 민종식이 을사조약에 항거하여 일으킨 홍주의병당시에는 의병이 홍주성을 점령한 뒤 의병진에 참여하기 위해 홍주성에 들어가려고 성문 앞까지 왔다가 들어가지 못하고 퇴거하고 말았다.

1907년에는 민심을 선동한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보령군 관노청에 구금되었다가 공주 감옥으로 압송되어 가는 도중에 교자가 청양 구수리 근처에 이르자 왜경이 의병의 소재지를 대라며  그를 곤봉으로 무수히 난타한 다음 총으로 쏘며 위협하였으나 명중을 면하여 살아났다. 이때의 모진 고문으로 수족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여 식사와 대소변도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야 하였다.

공주 감옥에서 풀려난 김복한은 1907년 보령에서 다시 홍성군 서부면 이호리 산수동으로 이거하였고, 그 동안의 고초로 인해 중풍까지 겹쳐 밥을 먹고 책을 넘기는 일도 어려워졌다.

 1910년 국망의 소식에 통곡하며 죄인으로 자처하였다. 음식을 물리치고는 모든 집안일은 장자인 김은동에 맡기고 손님도 접견하지 않고 자신을 수양하는 일에만 전념하는 생활을 하였다.
1919년 고종의 죽음에 그는 천자의 8일 성복(成服)의 예에 따라 복을 입고 애도하였다. 전국적으로 3.1운동이 일어났지만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고 미국 대통령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발표되고 파리에서 강화회의가 개최되고 있음을 전해 듣고, 과거 의병 동지들과 연명하여 파리강화회의에 글을 보내 독립을 청원하는 장서운동을 계획하였다. 마침 영남 유종(儒宗) 곽종석도 같은 일을 계획함에 호서 유림들과 함께 서명하여 장서를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서명순서에서 곽종석이 첫 번째로 하고 김복한이 두 번째로 했는데, 주위에서 여기에 여러 이의가 있었지만 김복한은 “모든 것은 우리의 성의(誠意)에 있는 것이지 어찌 서명의 선후를 다투겠는가. 비록 가장 말석에 참여한다 해도 달게 받겠다”라 하여 항일 독립이라는 지상과제 아래 영남과 호서 유림간의 학파와 당색의 벽을 불식시키고자 하였다.

이 사건으로 김복한 다시 공주감옥에 투옥되어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였다. 이때 성리설의 입장차이로 소원했던 간재 전우가 글을 보내어 다음과 같이 김복한의 충심을 기렸다. 「멀리 생각하니 육순에 병든 늙은이가 외롭게 판자집에 누워서 숟가락질도 못하고 몸도 덮지도 못하며 외로운 뜨거운 마음이 오직 본분으로 일을 행하는구나. 내가 육태상(陸太常)의 옥중시를 외워 생각을 돕고자 한다. 일신을 일찍이 나라에 허락했으니 아홉 번 죽더라도 그 은혜 어찌 잊으리까. 빈 뜰에서 밝은 달 바라보니 옛날의 도가 천지를 비추는 구나」

1922년 홍성 이호리 산수동에 인지재(仁智齋)라는 서당을 짓고 시국(時局)에 관련된 내용을 우선으로 하여 항일정신을 고취하면서 후학을 양성하였다.

1924년 병이 더욱 깊어져 65세를 일기로 생애를 마쳤다. 그는 마지막으로 “왜적이 망하거든 나의 영혼 앞에 왜가 망했다는 사실을 전해다오” 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묘소는 홍성군 서부면 이호리 산수동에 있다.

김복한은 홍성에서 태어나서 홍성에서 주로 활동하였지만 지역적 구분을 넘어 당시 위정척사사상을 가진 보령지역의 많은 선비들과 교유하며 자주 왕래하였고, 특히 보령의 유호근 심의덕 조구원 등과는 절친한 지기였다. 그리고 말년에는 청라면에 10여년간 은거하기도 한 관계로 보령 5열사의 한사람으로 추앙받는다.

▲ 추양사 뒤편에 위치한 김복한 열사의 묘

1963년도에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고 그 후 생존한 제자들 중 한학자였던 전용욱(1900-1987) 등 유림들이 주동이 되어 사재를 모아 이호리에 ‘인지재’ 서실’을 보수하고 홍성군의 지원으로 1975년 사당인 추양사(秋陽祠)를 건립하고 묘소 주변을 정화하고 매년 음력 3월 15일에 제향을 올리고 있다. 그의 문집 「지산집(志山集)」이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