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마른 땅 보령에
첫 삽을 떠내며
어렵게 지폈던 미약한 불이
열여섯 촉(燭)으로 밝혀진 오늘

얼마나 기쁘고 뿌듯한 날인가
이 자랑스럽고 갸륵한 모습인가

열악한 붓으로 지켜온 그 뒤안길은 
때때로
천대와 학대아래 짜낸 피땀도 있었지
설움과 고통으로 맺은 열매도 있었지

멸시와 무시로 얼크러진 가시 밭 보령에서
그나마 천애고아(天涯孤兒)가 아니었지
묵묵히 지켜준 이름들이나 희생한 몇몇 얼굴들이
건너온 사명(使命)의 강(江)에 징검다리가 되었지

듬직하다. 곧게 세운 촉(鏃)이여
티 없고 꿈 많은 소년 보령신문이여
이제 지닌 꿈만큼 활개를 펼쳐라
참 뜻 좇아서 기운차게 날아올라라

먼 길 왔듯이 멀고 먼 갈 길도
하늘께서 능히 너를 도우리

열여섯 붓이 만만(萬萬) 불꽃으로 필 그날까지
의로운 빛으로 밝혀다오
의(義)의 나팔을 불어다오
아직도 거친 땅, 이 보령에.

축시  안 학 수
ㆍ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
ㆍ동시집 [박하사탕 한 봉지] 펴냄
ㆍ동시집 [낙지네 개흙잔치] 펴냄
ㆍ민족문학작가회 회원
ㆍ충남아동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