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부삼천지교’ 라는 영화가 있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 맹부 맹만수는 맹모(孟母)처럼 세 번의 이사도 마다 않는 교육열을 갖고 있다. 맹모보다 과감한 결단력과 민첩한 행동력까지 갖췄다.

어떤 장애물도 아들 ‘사성’을 명문대에 보내고자하는 맹만수의 결심 앞엔 맥을 못 춘다. 교육 명당을 찾는 맹만수의 거칠 것 없는 바지바람은 치맛바람보다 정도가 한수 위다. 맹만수는 쪽집게 학원 일등 등록과 잘 나가는 인터넷 과외 강사와 학원 강사 리스트를 주르르 꿰는 못 말리는 교육열의 소유자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영화 속의 맹만수 정도는 아닐 지라도 대한민국 대다수 부모의 교육열은 도를 넘고 있다. 어쩌면 영화 속의 맹만수는 자식 교육에 목을 매는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리고 8일은 어버이날이다. 부모의 역할과 가족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가정을 바로 세우자’는 주장 역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가정에 대한 논의는 늘 부족하다. 대한민국 부모중 상당수는 자신들을 ‘좋은 부모’로 평가하고 있으나 과연 그럴까?

가족의 역사는 인류 역사만큼 오래됐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식교육이 부모에 의해 거의 독점된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교육의 부모 독점은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생겨난 일종의 사회현상이다. 전통사회 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가정교육의 기초를 맡았다. 형제자매도 많아 그 안에서 작은 공동체 교육이 가능했다.

집 밖을 나서면 이웃 어른들과 형이나 누나, 동생뻘 되는 다수의 사회집단이 있었다. 각각의 자식들은 이들을 통해 세상사는 이치를 터득할 수 있었다. 이 때까지는 적어도 부모가 자식 교육의 유일한 통로는 아니었다.

그러나 산업·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현대적 핵가족이 일반화되면서 상황은 크게 변했다. 무엇보다 자녀수가 적어졌다. 또 자녀들이 친척이나 이웃과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도 사회교육에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자식교육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부모들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영화 속의 맹부처럼 명문대 진학을 필수적 지상과제로 삼았다. 문제의 출발은 여기서부터다. 교육의 부모 독점은 학업 면에서 자식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만들지 못했다. 과외 등을 통한 의존적 방식은 책임감 있는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을 멈추게 했다. 결국 부모들의 간절한 염원에도 비행 청소년과 문제 가정은 늘어만 가고 있다.

좋은 부모는 부모이기 전에 자식으로서 자신을 한번 떠올려 봐야 한다.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의 진정한 반성이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화 속의 맹부는 현실의 과장이지 결코 좋은 모델은 아니다. 영화가 전하려는 진정한 메시지를 알아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