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년 보령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한 형사사건은 약 9천 건이다. 모두 초범이라 가정했을 때 연간 약 9천명 이상의 전과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점심내기 화투놀이로, 이웃집 텃밭에서 대파를 뽑아 먹다 절도죄로 입건된 경우 등 경미범죄로 전과자가 된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좀 봐주지, 너무하네 하는 시민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경찰관은 「훈방처분에 대해 검찰이 직무유기로 죄를 물을까」 겁내기 때문에 일선에서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수사권이 없는 경찰에게는「거리의 판사」「민중의 지팡이」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195조, 제196조에는 검사만이 수사의 주체이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령시에서 발생하는 연간 9천 건의 형사사건에 대해 검사의 직접수사 또는 수사지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연간 약 9천 건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가 법률적 수사권한이 없는 경찰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위법이다.
경찰은 강도가 침입했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해 범인을 검거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절차를 검사지휘도 받지 않고 관행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관행적이라는 것은 법에 의해 보장받지 않은 위법적 수사권을 경찰이 행사하고 있는 뜻이며 법과 현실,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하는 형사소송법에 그 원인이 있다.
눈앞에 있는 중대범인을 놓칠 위험이 있는데 한가하게 검사 지휘를 받을 수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다.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제력의 행사에는 반드시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하며, 법률의 근거가 없는 강제력의 행사는 위법한 법집행이기 때문에 반드시 형사소송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검찰의 비호 속에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 왔으니 그냥 그대로 하라」며 형소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검찰 주장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할 소리인지? 국민이 판단해볼 일이다.
또, 검찰은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며 검찰과 경찰의 명령?복종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사과정에서 불법체포·고문·가혹행위 등의 인권침해가 수사의 편의를 위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도 경찰과 마찬가지로 인권침해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수사기관이다. 때문에 검찰이 경찰의 인권침해의 감시·통제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법원·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언론·시민단체등이 담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국이 1958년 수사와 소추를 한 기관에서 담당하면 소추의 공정을 기할 수 없다며 검찰제도를 창설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사권 조정은 검·경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분권과 자율,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다. 수사권 조정의 승자는 검찰·경찰이 아닌 국민이 되어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경쟁적으로 앞다투어 인권 보장책 발표하고 있는 현 사회적 분위기의 혜택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경찰은 국민의 경찰로 다시 태어나고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간혹 언론에 비리 등으로 보도되는 0.1%의 경찰 이면에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밤이슬을 맞으며 골목을 누비는 99.9%의 멋지고 당당한 경찰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한 나라의 국민수준을 알려면 경찰을 보라는 말이 있다.
이제 우리 국민도 떳떳하고 당당한 경찰을 거느릴 자격이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진정 국민을 위한 경찰을 기대한다면, 법에 근거한 법집행을 원한다면, 경찰수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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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24 수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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