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비상을 꿈꾸지 마라
드높이 날아오르는 새
생존을 위한 본능일 뿐이다
때로 오염된 강 하구에서
머리를 처박고 먹이를 찾는 무리
소량의 독극물에 널부러지기도 한다

인간의 언어로만 상처를 내 뱉어라
햇살이 맑은 날엔 하늘을 향해
가슴을 활짝 펴보아라
더 이상 상처를 곪아터지도록 방치하지 마라
멀쩡한 부위마저 옮아가리라

수 억 만년의 빙하 속에
지구의 변화가 저장됐듯이
지축이 흔들릴 만한 고통도
인간의 독특한 기호로만 새겨 놓아라
그리하여 새처럼 영혼이 날아오르는 날
누더기였던 환부는 새살로 차오르리라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