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큰아들은 우리부부에게 큰절을 올리고 무릎을 꿇고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아버님 어머님! 제가 임무를 잘 마치고 돌아 올 때까지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요”그리고 동생들에게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잘 모시고 있으라”는 특명을 내리고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벌판으로 떠나는 사람처럼 비장한 모습으로 군 입대를 위해 집을 나섰다.

그리고 3일후 우리가족들은 학생중앙군사학교문무대에서 학군장교 임관식과 더불어 소위가된 아들의 “충성”이라는 우렁찬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를 받고는 저 혼자만이 가야 될 길, 그래서 어쩌면 힘들고 고독할 것 같은 황량한 벌판 같은 아들의 인생길위에 그 애를 떼놓고 돌아오는 길, 이제 저것이 혼자서 헤치고 나가야 될 고난의 길이 걱정되어 자꾸만 뒤 돌아 보았다. 아들은 여전히 손을 흔들고 서있었다.

나는 어여 갈 길로 가라고 손사래를 쳐 댔지만 아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아들이 내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가자 나는 차 유리가 왜 이리 뿌연해서 밖이 안보이냐며 손수건으로 계속 닦아내고 남편은 차가 왜 이리 안 나가냐고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다며 혼자말로 두런거렸지만, 정작 닦아내야 할 것은 자꾸만 가슴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나의 눈물이었고, 남편이 뒤에서 무겁게 잡아당기는 것 같다는 것은 부자간의 안쓰러운 정 때문이었으리라.

입영을 앞두고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앞으로 네게 다가오는 도전들은 혼자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 눈 보라 속을 잘 견디어낸 매화꽃 향기가 멀리 가듯. 누구든지 고통의 과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고 노력 없이 우연히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 부모그늘을 떠나 순전히 네 의지로 통과해야 될 첫 관문이니 강하고 담대하게 마음을 먹고 고된 훈련에 직면해 잘 이기라고 조언을 했지만 마음은 한없이 무겁게 내려 앉는다.

언젠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한밤중에 전화 걸어 군대간 우리아들 어쩌냐며..슬프게 울며 애달파하던 친구의 그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네가 떠나고 난 빈자리에 찬바람만 휭~휭~불어대기만 하더니 이제 봄이 오려나보다.

아직 잔설이 남아 있는 산모퉁이 바람이 매섭기는 하지만 어서 산뜻한 봄이 와서, 너를 보내고 나서 내내 칙칙하고 우중충 하기만한 엄마의 이 겨울을 화사한 봄빛으로 바꾸어 놓았으면 하는 바램이 봄을 더 기다려지게 하는구나

엄마는 오늘도 상큼한 새벽공기를 가르고 기도하기위해 교회로 나선다. 하나님께서 너를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로 주셔서 23년 가까이 감사와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셨듯이 이제 엄마도 너를 그 이름도 거창하게 나라를 위해 선물로 보냈다고 생각을 바꾸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구나... 이제 네 자신도 그곳에서 사랑받는 아름다운 선물이 되길 바란다.

소대장으로서 병사들에게 솔선수범으로 본을 보이는 것은 기본인 것 같고. 자기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 하거라. 엄마의 경험으로 볼 때 자기발전을 위해서는 독서가 최고더구나. 책을 보면 마음의 평정을 찾게 되고, 폭 넓은 교양을 갖추게 되고.. 모쪼록 책을 통해 훌륭한 상식의 소유자가 되어 경험 많은 병사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길 바란다. 또 안다고 잘난 체 말고 겸손하게 몸을 낮추어라.

네 등 뒤에는 너를 위해 기도하는 부모님이 계시고 가까운 곳에서는 너와 함께 동행해주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이 계심을 기억하기 바란다. 아참, 오늘 아침 10시경 방송국이라며 전화가 왔더구나..

너하고 통화하며 방송을 하기를 원했지만 통화가 안돼 아쉽다며, 10시 15분경에 99.1MHz 이문세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에서 이대연소위가 입영하면서 보냈다는 음악과 사연 잘 들었다.
세심하게 배려해 준 네 마음 고마웠다. 그럼 늘 건강하길 빌며

힘내라!! 굳세어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아자! 아자! 아자자!! 2005. 3. 2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