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자녀를 졸업시키는 학부모가 아닌 나의 졸업이기에 더욱 감회가 새로운 것이다.

입학했을 당시 4학년 선배들을 보면 까마득하게 느껴졌었다. 바쁜 일상 생활에 공부라는 것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과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나도 그들의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무늬만 학생으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다른 일들은 순위 밖으로 밀려나고 최우선은 공부라고 생각하고 시작은 했지만 도대체 책을 보고 돌아서면 공부한 내용이 생각 나지 않기 예사고, 주체할 수 없이 책만 붙들면 쏟아지는 잠은 또 어떤가.

일학년 때 보령 학우 중에서 제일 먼저 출석 수업을 받고 와서 교수님의 열강에 매료되어서 내가 자청해서 어설픈 강의를 그들 앞에서 재현해 본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아마도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날 두고 하는 말 일 것이다.

가장 어려웠던 때는 처음 맞이하는 학기말 시험준비하면서 교통사고가 나서 차와 함께 내 의지마저 폐차장으로 갈 뻔했던 때이다. 시험은 다가오고 병실에서 고통스럽게 지낼 때 공부하던 책들을 챙겨다 준 남편에게 어찌나 고맙던지. 그 힘들었던 시간을 잘 이겨내었기에 수없이 찾아드는 유혹과 고통의 시간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부족한 내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인지, 욕심이 앞서서 인지 시험 때만 되면 난 시험 증후군에 시달리곤 했다. 고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매 시험마다 긴장되고 가슴이 조여오고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먹으면 체하고 토하는 증세는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지곤 했다.

그리고 졸업 논문 통과는 의례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졸업논문을 심사하신 교수님이 보내준 장문의 편지는 앞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용기와 힘이 될 것이고 감동으로 가슴에 간직되었다.

또 마지막 시험은 공부를 많이 못한 불안감과 이것이 정말 끝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뒤엉켜서 어찌나 긴장이 되었던지, 시험 끝나고 나오는데 복도를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고 탈진된 느낌으로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힘들고 어렵게 공부하던 시간들이 한 컷 한 컷 또 오른다. 총총히 떠있는 별들을 보면서 벅찬 가슴으로 도서관을 나오던 그 느낌은 공유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에 이르기까지 도전에 쏟는 집념과 총명과 용기이다.’라는 괴테의 말처럼 나는 늦깍이 대학 공부를 하면서 졸업장에 연연하는 것도 아니었고, 좋은 점수로 장학금을 받으려함도 아니었다.

다만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것과 새로운 것에 늘 도전하고 싶은 열정이 내 미래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가끔 나는 학문적인 깊이에 만족하는가 자문을 해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의문이 들고 갈등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더 큰 위안을 주는 것은 각양각층의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서 인생의 또 다른 깊이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값으로 평가할 수 없는 무한의 재산을 얻은 것이다.

퇴직을 하시고 법학을 전공하시며 로스콜 입학을 꿈꾸시는 Y소장님을 뵐 때마다 나에게는 충분한 자극을 주셨고, 사년 만에 졸업할 수 있도록 도서관으로 끊임없이 불러들였던 C언니와 K에게 진정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만학도들은 자기와의 싸움이지만, 결코 혼자 하기엔 벅찬 것도 사실이다. 서로 서로 챙겨주고 도와주어야 더욱 가치 있는 것이다.

졸업과 동시에 또 다른 도전이 내 가슴을 일렁이게 하고 있다.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