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지나고 또 다시 한해가 시작된 요즈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아무래도 평소와는 다른지, 각자 생활에 바빠 한동안 소식이 뜸했었던 친구들에게서 안부 전화가 오곤 한다.

나 또한 반가움과 더불어 그동안 무심했었던 것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네들과 공유한 추억으로 인하여 자연히 이야기가 길어진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기막혀 하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친구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는 蘭의 말엔 ‘빛 바랜 외모 속에서도 서로의 청춘시절을 떠올려 줄 수 있는 벗이 있어 참 좋구나!’라며 맞장구를 칠 수 있었고 ‘도대체 삼십년 전에 우리에게 무슨 일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서로를 필요로 해야만 하느냐’는 淑의 농담엔 친구라는 존재가 주는 그 일체의 위무감을 떠올리며 이 소중한 인연을 더욱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었다.

얼마 전 다녀온 중국여행에서 우연히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가 서려있는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애당초 목적지를 경유하는 한 도시의 시내 관광인지라 별 다른 생각없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 다니던 중 가보게 된 그곳은 익히 알고 있는 고사성어의 현장인지라 무척 반가 왔었다.

양자강변의 조그만 언덕 입구 문 앞엔 그저 그런 기념품 가게가 있고, 고사성어의 장면을 재현해 놓은 내부도 수리 중이라 어수선하였지만, 석양을 받으며 흘러가는 강물을 배경으로 두 손을 맞잡고 반가이 인사하는 백아와 종자기의 조각상은 지음(知音)이라는 그 유명한 말을 탄생시킨 현장이기에 아직껏 남다른 생각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

초나라 사람으로서 진나라의 고관을 지낸 백아는 거문고의 명인이었는데 오로지 종자기만이 자신이 거문고로 무엇을 표현하려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들어주는 유일한 벗이었기에 후에 종자기가 병으로 죽자 내 음악을 알아줄 이가 없는데, 누굴 위해 연주하겠느냐며 거문고의 줄을 끊고 평생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는 ‘백아절현’의 주인공들이다.

그 후로 이 지음이라는 말은 음악뿐 아니라 문학, 예술 등 다른 방면으로 더 나아가 자신을 이해하고 깊은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완벽한 벗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생활에서 흔히 쓰는 ‘관포지교’나 ‘죽마고우’, ‘지란지교’ 같은 사자성어도 그렇고 ‘친구와 술은 오래될수록 좋다.’라는 말이나 독일작가 실러의 ‘친구란 기쁨을 두배로 하고 슬픔은 반으로 해준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살아가면서 가슴 답답하고 속 쓰리고 온갖 괴로움으로 마음이 헤매일 때 따뜻한 눈빛으로, 부드러운 손길로, 힘이 되는 말 한마디로 내 편이 되어주는 보석같이 빛나는 벗을 가진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