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에 전 국토가 타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처절한 모습을 힘없이 바라보고 만 있어야 하는 농민, 그리고 도시민들도 그 갈증과 목마름에 애를 태우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평생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자신에게 닥친 일이라면 겪어내야 한다.
여기 이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막 불혹을 넘겼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하기까지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들이 너무나 많았다.
더욱이 그가 태어난 고향에서가 아닌 멀리 타향에서, 그러나 그 어려움을 이기고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한 사람이 있다.
바로 출향인 유성남씨(42세, 주 충신 대표이사)가 그 장본인이다.
그는 두려움을 모른다. 지난 긴 시간동안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제 어떠한 것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지난날 다시 일어섰던 그 모습처럼 앞으로의 주어진 인생도 잘 살아낼 자신이 있다는, 그래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포기보다는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다는 유사장을 오늘 이 사람으로 소개한다.
유사장은 청라면 황룡리에서 10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방앗간을 운영 하셨어요. 유복했죠. 하지만 저와 동생들은 작은 집 소생이었고, 그 혜택이 저희들에게까지 돌아오지 않았어요."
유 사장은 하루 세 끼를 전부 먹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냈다고 말한다.
"고구마나 수제비 등으로 끼니를 채워야 했죠. 초등학교 입학도 늦었어요."
11살의 나이, 유사장은 옥계초등학교에 입학해 16살 때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상급학교 진학을 못했어요. 그래서 졸업 이틀만에 상경했습니다. 제가 떠날 때 눈물지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선해요."
돈을 벌 수 있다는 마을 선배의 말을 듣고 그는 츄리닝 차림 그대로 상경해 버렸다. 그 때가 76년도였으며, 현 중랑구의 전신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가방공장이었다.
"월급을 3천원 준다고 하더군요. 6개월 동안을 열심히 일했죠. 하지만 끝내 급여를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유 사장은 너무 억울했다.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실망도 컸다. 그래서 그는 경찰서를 찾아 호소했다. 그러나 끝내 그가 일했던 땀의 댓가는 받지 못했다.
"경찰과의 인연이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일로 이어졌습니다. 야학을 소개받았어요."
그는 지난날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리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도금공장에서,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는 야학에서 공부를, 야학이 끝난 10시부터는 24시간 영업이 가능했던 클럽에서 웨이터로, 이른 새벽 신문배달까지 정말 열심히 일했다.
"3시간 이상 자 본 기억이 없어요. 그렇게 4년만에 중·고 검정고시를 마쳤죠. 그 후 경기 개방대 인쇄출판과에 입학, 그러나 중도에 그만두었어요. 야학에서 인쇄기술을 가르쳤었는데 그 기계를 매매한다고 해서 학교를 포기하고 그 기계를 구입, 인쇄소를 시작했어요."
그 때가 83년도, 상경한 지 7년여 만이었다. 유사장은 작은 가게를 얻어 '인쇄 사업부'라는 간판을 올렸다.
"혼자 시작해, 직원이 8명으로까지 늘었었어요. 정말 성황이었어요."
그러나 그 인쇄소는 3년 만에 문을 닫고 만다. 이득이 생기는 즉시 모두를 새 기계로 교체하는 데 소비했던 유사장, 더욱이 사회에서 만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만 것이 큰 이유가 됐다.
"친구가 부도난 어음을 저에게 돌렸더군요. 그 때가 85년 5월 20일, 결혼한지 15일만이었어요."
그는 연해됐고, 뒷 마무리 후 나왔지만 회사는 부도 직전이었고 그 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단돈 32만원을 손에 쥐고 짐을 꾸려야 했다.
"용달에 세간만 실고 나와 처가로 들어갔죠."
그 후 그는 1년여간 웨이터로 다시 생활하면서 8백 50여 만원을 모아 세탁 용역업을 시작했다.
"장급 여관과 호텔 등을 새벽에 돌며 이불, 타올 등 세탁물을 모아 공장에 운송해 주는 것이었죠. 가진 돈 모두로 중고 탑 차 5대로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사무실 일을 봐주고 저는 세탁물을 걷어오고 열심히 일했죠."
사업은 호황이었다. 그러나 4년여만에 또 다시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아내가 친구의 가게 계약을 도와주러 나갔다가 그만…."
친구를 도와 가게를 계약하러 나갔던 유사장의 아내, 아내의 친구, 친구의 자녀까지 3명이 모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후로 아내를 볼 수 없었다.
"아들이 5살 때 였어요. 모든 것을 뒤로하고 8개월여 방황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들을 위해 다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서울로 올라와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다행히 91년 그는 친구에게 농약회사를 소개받고 창고담당업무의 일부터 시작했다. 그 후 1년 6개월 여만에 그는 영업부서로 자리를 옮겨 일을 하게 되었다.
"모든 잡념을 버리고 일했어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공부도 했습니다."
7년 직장생활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또 다시 사업을 준비, 창업하기에 이른다. 그 때가 98년도, 바로 농약유통전문회사인 (주) 충신 이다.
"제가 농촌 출신이잖아요. 농민의 입장에서 농민을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신용과 신뢰, 정직과 성실이란 슬로건으로 저를 포함한 임직원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유사장은 특히 (주) 충신을 설립하기 2년 전인 96년, 5살박이 아들을 뒤로 하고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났던 아내를 마음속에 묻고 새 사람을 맞이했다.
"아들이 이해해 주었고, 그래서 재혼했습니다."
유사장을 믿고 따라와 준 부인 역시 누구에 비교할 수 없이 착한 사람이었다.
"아들이 상처받을까봐 많이 걱정합니다. 그리고 먼저 간 아내의 제사를 손수 지내줍니다. 고맙죠. 한 창 사춘기를 맞은 아들이 걱정스럽지만 잘 자라주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상경 후 처음 정착했던 곳 중랑구에서 생활하면서 지역민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그의 공부를 도왔던 태청 야학의 후배들을 위해 꾸준히 후원해 오면서 지난 97년에는 후원회장으로 취임 후 그 활동을 더 바쁘게 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나도 고생을 많이 했고 시련도 많았으며 방황도 많이 했다. 그러나 탈선을 하지는 않았다'라는 말을 합니다.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달라는 당부이죠."
특히 환경감시중랑구지회의 6백여 회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지회장으로 지난 3월 9일 취임 후 환경지킴이로서 보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중랑구 20개동 중 제가 제일 최연소라고 해요. 하지만 협력이 잘되고 그에 힘을 얻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유사장이 이끄는 환경감시단은 제1회 자랑스런 중랑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는 유사장 이하 지회 회원들의 활발한 활동 탓이다.
특히 유사장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10여년간 투병 후 저 세상으로 떠난 어머니의 온기를 느끼기 위해 고향의 집터와 어머니 산소를 2주에 한 번씩 찾는다.
"그 곳에 가지 않으면 내심 불안하고 일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위안을 받습니다. 그 곳을 가꾸고 싶어요. 저 뿐 아니라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싶어요. "
그에게는 작지만 소중한 소망이 있다.
그를 공부시켰던 야학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 또한 그의 바지런함으로 그가 터를 잡고 생활하는 지역민들을 위해 그 열성을 뽑아내는 일이다.
"원래 츄리닝 한 벌이 전부였잖아요. 지금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작지만 열심히 할 수 있는 사업과 소중한 직원들이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어려운 이들을 위해 앞으로 일을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받아들이고 좀 더 발전적인 모습, 탈바꿈의 계기로 삼았던 유사장.
고객중심의 기업, 농민을 위한 기업을 운영하며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기 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베풀며 살아가겠다는 마음 따뜻한 청라 아저씨.
유성남씨는 현재 착한 아내 윤경애(37세)씨와 아들 낙동군(중 3), 그리고 얼마전 태어나 이제 8개월이 된 늦둥이 딸 지윤이와 다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으며 항상 도전하며 개척하는 자세로 위기를 새로운 발전의 기회로 받아들이며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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