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의 응급실 운영이 제한된다는 소식이 연일 전파를 탄다. 아마추어 정부가 생산한 대 국민 혼란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길어지면서 의사들의 피로도가 쌓이고 이미 물리적인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전공의들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모두가 현장 의사들의 힘이지만 이제는 그마져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의사단체의 주장이다. 이른바 응급실 ‘셧다운’이라고 하는 병원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셧다운’되는 병원들이 전국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환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과 관련해 “의원에 있는 원장들을 데려다 쓰겠다”고 어설픈 대책을 내놨으며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해 의료공백을 메꾸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군의관’과 ‘공보의’, 그리고 군 병원이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그래도 윤 대통령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비상진료 체계는 원활히 가동 중에 있다"고 말했으며,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에야 이른바 ‘여야 의·정 협의체’ 구성에 동의했지만 이 역시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의 평소 성품으로 볼 때 ‘여야 의·정 협의체’가 원만하게 돌아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의대증원 정책이 ‘우수혁신사례’로 뽑힌 것도 문제다. ‘우수혁신사례’ 선정은 계획한 정책이 목적에 맞게 성공을 거뒀을 때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게 원칙이지만, 행정안전부는 의대증원을 ‘우수혁신사례’로 선정했다. 국민들의 생각을 떠보겠다는 수작인지, 국민정서를 무시해도 된다는 발상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각 부처가 이 같이 ‘대통령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는 사실이다.

윤 정부에 ‘예’와 ’아니오‘를 구분할 모르는 아첨꾼들이 그만큼 득실거린다는 반증이며, 그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바닥을 드러냈다. 한국갤럽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23％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7%로 나타났으며 부정평가 1위는 단연코 ’의료대란‘이 차지했다. 윤 대통령이 자화자찬에 빠져 ’남탓‘과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사이 국민들은 회초리를 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