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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박성관 글 『다윈에게 직접 듣는 종의 기원 이야기』
책 익는 마을 원진호
2024년 06월 11일 (화) 11:12:56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선의에 찬
 아나키스트이자 공부에 진심이셨던 학인 박성관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지병으로  금년 3월 5일 향년 57세에 삶을 마감했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뵌 건 책익는 마을에서 주최하는 2019년 인문학축제였습니다. 강연제목은 <과학 책을 읽으면 뭐가 좋은가?>였습니다. 강연 전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아름다움의 진화』, 『인류의 미래』, 『호모데우스』, 『트루스 머신』, 『플라이 룸』을 추천하여 이를 읽느라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정작 당신은 이 책들은 우리 다 같이 읽어 보고 싶어 추천한 것이지 강연의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서 저는 까무러칠 뻔 했습니다. 이 책들을 읽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 때 해맑게 웃는 선생님의 모습이란. 
 선생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한 두해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평생 자유연구자로 살기로 맘먹었습니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석박사를 밟았느냐? 아닙니다. ‘수유 너머’나 ‘대안연구공동체’ 같은 강호의 세계에서만 놀았습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하냐면, 어디 강연을 다녀도 대학교수냐, 학위가 석사냐, 박사냐에 따라 강연료가 다릅니다. 약력에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처럼 별무라고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선생님은 독학으로 영어와 일어를 공부하면서 괜찮은 책들을 번역해 냈지요, 『응답하는 힘』,『중동태의 세계』,『분해의 철학』를 번역했습니다. 또한 지적 호기심이 발동되어 현대 물리학에 심취했습니다.『아니슈타인과 광속 미스터리』같은 준수한 교양서를 펴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을 공부하여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소멸의 자연학』을 썼습니다. 2022년 지병을 얻고 투병중임에도 ‘사이버네틱스를 읽자’, ‘강호, 작업장, 정원’강좌를 열어 함께 공부하기를 실천했습니다. 
 저는 가끔 줌으로 공부 모임에 선생님을 뵙고도 전혀 투병하고 있는 줄 몰랐지요. 그러다 부고를 접하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몰랐을까. 선생님은 아나키스트였습니다. 누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거나 어떤 권위에 자신을 위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호기심, 재미, 그리고 힘으로 움직이는 아나키스트. 선의로 형성되는 느슨한 공동체를 지향했을까요? 그리고 지상에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떠났습니다. 무빈소에 신체 기증까지. 아나키스트 답습니다. 유족들은 아쉬운 마음에 추모공간을 마련했지요. 선생님의 아내가 쓴 글에 남편은 ‘참된 호학자이자 대자유인이었고, 숲속에 텐트를 마련해 주고, 뒷산에 해먹을 걸어주자 해드래턴을 쓰고 책을 읽었다’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사람은 자고로 공부를 하며 살아야 한다고. 그 것도 죽을 때까지. 물론 그 공부는 각 자 다 다르겠지요. 어떤 것 하나를 고집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요. 다만 그 자세, 태도가 그래야 한다는 거지요. 그 공부의 자세와 태도를 저는 선생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물론 선생님과의 관계가 깊고도 넓지는 않았지요. 단지 책을 읽는 독자로서, 듣는 청중으로, 가끔 줌으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공간에서 스쳐 뵈웠을 뿐이지요. 그러나 사람을 많이 안다고 아는 것은 아니고, 적게 안다고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저는 책을 읽는 독자로서 선의에 가득찬 아나키스트로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정답인지를 선생님께 배웠음을 이 자리에서 고백합니다. 

■ 다윈에게 듣는 종의 이야기
 이 책은 선생님을 추모하면서 읽었습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한 청소년판 교양서적입니다. 그러나 어른들을 위한 해설서, 입문서이기도 합니다. 아니면 그 어려운 원전을 다 읽은 분들이 기억을 상기하기 위해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구어체, 대화체 문장이 마치 선생님이 살아 생전 던지는 말투와 비슷해서 좋았습니다. 그야말로 선생님이 호기심 가득한 똘망똘망한 초등학생과 티키타카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그 옆에서 살짝 엿듣는 재미가 있었다고 할까요? 
 다윈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많은 유산을 물려 받았습니다. 그리고 22세에 비글호에 승선하여 5년을 항해하고 옵니다. 이후 그는 고향 시골에 머물면서 평생 박물학자로 삽니다. 그는 평생 아팠습니다. 아프면서도 다양한 종류의 동물과 식물들을 연구해서 우리가 지금 아는 진화론를 정립해냈습니다. 
 진화론의 핵심은 ‘descent with modification’입니다. 변이(변화와 차이)와 적응, 그리고 대물림(성선택)를 통해 오늘날 복잡 다양한 ‘장엄함이 깃든’ 생물종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진화의 한 면에는 멸종도 있습니다. 우주는 우주의 나이를, 지구는 지구의 나이를 살며, 생물종들은 주어진 환경에 의한, 또한 그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자신만의 나이를 살아냈고, 또한 사라졌다는 거지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책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후위기의 시대에 인간소멸도 진지하에 다뤄봐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전 생물종이 그랬던 것처럼 장엄하게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우주로, 아님 이 지구상에서 차원이 다른 존재로서 변신해가면 생존해 나갈 것인가?  박성관선생님은 아실까요? 이미 우주의 한 분자와 원자로 흩어져 버린 그 분에게 말입니다. 인간에게는 기억과 추모라는 인지능력이 있어서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 분이 아마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할 수 있지요. 여러 경로로, 다만 그 선택권은 인간 자신에게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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