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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마중 청양 여행】
걷는 힘, 느끼는 힘, 생각하는 힘으로 머물다
정혜사-칠갑산-천주교성지-우산성과 백세공원-알프스마을
2023년 12월 05일 (화) 12:41:42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충남지역 풀뿌리지역언론사 연대모임인 충남지역언론연합이 충남 시군 여행지를 회원사별로 월 1회 소개합니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해당 지역언론사가 추천하는 지역 명소에 많은 관심바랍니다.  이 달은 청양신문가 추천하는 청양 명소입니다 -편집자 주] 

 시린 하늘에 달린 주황색 밤이 예쁩니다. 사각사각 참나무 낙엽을 밟습니다. 나의 발자국소리는 어떨까, 계절이 내는 소리, 우(성)산에서 칠갑산에서 장곡사에서 정혜사에서 솔가리가 님의 발을 받치며 내는 부드러운 소리 들어보시지요. 

   
 

■ 정혜사, 더 이상 고요할 수 없는 곳
 신라시대(841년)에 세워진 정혜사는 청양의 남쪽 장평면에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차례 고쳐 지었으나, 1907년 큰불에 타버리는 바람에 이듬해 다시 지었습니다. 오세창선생이 쓴 편액이 조그만 옛 대웅전 문설주에 걸려 있으며, 백제 성왕이 마셨다는 전설의 우물이 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 ‘박하경여행기’의 국어선생 박하경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 벽에 부딪힐 때, 멍때리며 걷기 좋은 곳이지요. 툭툭 머리 위로 떨어지는 참나무 잎을 맞으며 자연스레 굽고 경사진 산길을 걸으면, 푸다닥 혼비백산 달아나는 장끼로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비구니 기도 도량 중암(혜림암)은 언제 와도 먼지 한 올 없습니다. 스님들의 칼큼함이 고스란히 절집에서 우러나옵니다. 화사한 주홍의 곶감 위로, 낮은 대문에 걸린 작은 금종 위로 햇빛이 눈 부십니다. 상암인 석굴암에서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낮게 쌓은 기왓장 너머 반짝이는 장평면을 봅니다. 고만고만한 계곡 사이로, 들 가운데로 빛나는 지천이 금강을 향해 흐르고 있습니다. 

   
 

■ 평범해서 마음이 더 가는 칠갑산과 그 언저리 
 청양의 동쪽 칠갑산도립공원에는 칠갑산을 비롯하여 천장호와 출렁다리, 아흔이골과 장곡사, 도림사지와 자연휴양림이 있습니다. 어린 도마뱀들이 헤엄치는 칠갑산자연휴양림의 작은 연못은, 그날 일진이 좋으면 원앙새도 만날 수 있습니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많은 칠갑산은 높지도 낮지도, 사납지도 마냥 순하지도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편안합니다.   

   
 

 장곡사 입구의 잘 늙은 느티나무를 지나면, 키 큰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내려봅니다. 나무의 형태를 살린 뒤틀어진 장승이 많아 마음이 저절로 푸근해집니다. 나를 보는 듯하여, 내 편을 하나 더 만든 듯하여 정겹기 그지없지요. 천년고찰 장곡사에는 천 년이 되어가는 괴목도 있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2개의 대웅전이 상‧하로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옛 선조들의 손길을 느끼며 색 바랜 설선당 마루에 앉아, 아담하고 단아한 대웅전을 올려봅니다. 칠갑산 바람과 햇살에 몸을 맡깁니다. 좋습니다. 
  
 늘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천문우주 테마과학관인 칠갑산 천문대는 지난 가을 ‘붉은 단풍 푸른별’이란 프로그램으로 천문대를 찾은 방문객의 혼을 쏙 빼놓았습니다. 칠갑산 맑은 하늘 위에서 빛을 내는 달과 목성, 토성 때문이었지요. 카시오페아가 머리 위에서 빛내며 북쪽을 알려줍니다. 맑아서 더 푸른 달, 더 반짝이는 별들이랍니다.
 칠갑산자락 밑으로 밥집이 많습니다. 칠갑산에서 농사지은 콩으로 만든 두부도 유명하지요. 고추두부, 구기자두부, 서리태두부, 두부콩두부 등 고운 색색의 두부는 바닷물을 떠다 만듭니다. 물론 두루두루 산나물이 섞인 산채밥이 있으며, 야생버섯찌개도 있습니다. 칠갑산 도토리를 갈아 만든 묵과 가루로 부친 얇은 묵전은 언제, 누구와, 무엇하고나, 함께 먹어도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칠갑산에서 발원한 지천은 어을항천, 작천, 지천, 금강천으로 불리며 아름다운 물 흐름으로 금강에 합류합니다. 지천구곡이라 부르지요. 특히 구치리와 까치내의 지천은 그 모양새와 계절 따라 변하는 주변의 식물로 인해 아름답습니다. 칠갑산오토캠핑장과 까치내 유원지가 지천따라 있어, 여름은 물론 가을‧겨울의 낭만도 끝내줍니다. 구불구불 흐르는 지천구곡에 봄이면 벚꽃이, 가을이면 붉고 노란 단풍잎이, 겨울이면 소담스런 흰 눈이 뚝뚝 날려 떨어지지요. 
 
 모경숙덕(慕卿宿德), 고종황제가 면암의 깊은 덕을 사모한다고 밀지에 썼던 모와 덕을 따서 ‘모덕사’라 하였습니다. 조선 후기 의병장이었던 대학자 면암 최익현선생의 영정을 모신 사당으로 청양의 동쪽 끝 목면에 있습니다. 잘 정돈된 사당에는 희고 붉은 배롱나무가 울타리가 되었습니다. 면암선생이 약 6년간 거주했던 고택의 마당에도 나이 많은 배롱나무가 있어 꽃이 피면 사진작가들이 많이 옵니다. 구불구불 구부러진 연회색 매끄러운 나무껍질에 터질 듯한 붉은 꽃은 백일동안 면암의 정열을 사모하듯 피어나지요. 

   
 

 ■ 천주교성지와 번암선생과 황금빛 나무 
 청양의 서쪽에는 붉고 굵은 소나무가 많습니다. 화성면 다락골에는 천주교 순교자들의 줄무덤(줄묘)이 있습니다. 병인박해(1866년)와 무진박해(1868년) 때 순교한 무명순교자들의 묘지입니다. 한 무덤에 여러 사람이 함께 묻혀서 줄묘라 하지요. 주로 홍주감영이나 공주 황새바위에서 순교한 분들이지요. 또한 다락골은 한국의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신부의 출생지이기도 합니다. 
 세 그루의 성황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지키는 어저울마을에는 번암 채재공선생의 생가터가 있고, 큰길 건너 구재리마을에는 번암의 영정을 모신 사당 ‘상의사’가 있지요. 선명한 붉은색의 화려한 ‘금관조복’ 차림의 초상화는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남양면에는 청양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된(약 700년)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봉암리 나래미마을의 수호신입니다. 나이도 나이지만, 나무 밑에 서면 거대한 자태로 금방 숙연해집니다. 찻길에서도 큰 키의 은행나무는 금방 눈에 띕니다. 매년 음력 정월 초이레에 마을주민들의 안녕과 마을 발전을 기원하는 행단제(향단제)를 지냅니다. 술 대신 식혜로 제를 올립니다. 은행잎이 단풍 들면 주변은 온통 황금빛으로 변합니다. 은행나무는 나이만큼이나 많은 토종 은행알을 떨궈 은행알 줍는 것도 큰일이지요. 
 은행나무는 조선시대 전통한옥으로 도지정문화재자료인 방기옥가옥의 담 앞에 있어 집안을 늘 내려보고 있습니다. 아담한 한옥카페 주인장인 방할아버지의 예쁜 손주가 자란 과정도 다 알고 있지요. 은행나무를 보며 자란 손주는  은행처럼 야무져 대추차를 비롯한 한방차를 잘 만듭니다.  

   
 

■ 녹색길 따라 미루나무가, 백세천 따라 왜가리들이
 백제시대에 축조한 것으로 알려진 산성, 우산성(우성산성)이 청양읍에 있습니다. 참나무가 우거진 산성 옆을 걷노라면 청설모나 다람쥐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새까맣고 긴 꼬리의 청설모는 큰 소나무를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힐끗힐끗 눈을 맞춥니다. 날 잡아봐라죠. 우(성)산에 오르면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청양읍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보물로 지정된 석조삼존불입상이 있고, 아담한 3층석탑도 있습니다. 오래된 소나무가 많고 산책로가 잘 정비돼 편하게 오를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좋아합니다. 특히 솔가리가 등산로에 쫙 깔려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 같습니다. 소나무숲으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치면, 붉고 노란 기둥으로 변하는 소나무는 마치, 신전을 걷는 기분을 만듭니다. 
 청양읍 백세공원으로 흐르는 지천을 따라 미루나무가 가로수인 녹색길이 있습니다. 왜가리와 뭇 물새들이 끼륵끼륵 소리치며 날아오릅니다. 

 곧 눈으로 세상이 하얗게 덮이면 더 신나는 곳이 있습니다. 칠갑산 얼음왕국 알프스마을입니다. 얼음 조각상 사이로 눈썰매를 타고 다닙니다. 칠갑산에서 난 밤과 고구마를 장작불에 손수 구워 먹습니다. 한겨울 어느 낮과 밤을 동화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지요. 금방 어린이가 됩니다.     
 평범함과 무난함, 깊어서 더 시린 달과 별, 지천처럼 마음이 흐르는 곳, 청양에서 잠시 ‘나’를 잊고 새로운 ‘나’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청양신문 김현락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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