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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빅터 프랭클 지음 『무의미의 의미』
책 익는 마을 유 하나
2023년 09월 12일 (화) 10:42:51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과 로고테라피(Logotherapy)
 빅터 프랭클은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다. 그는 나치 죽음의 수용소에 있는 동안 수감자들의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과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는 삶의 의미 탐색을 인간 존재의 중심 동기로 강조하며 자신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로고테라피’이론을 발전시켰다. 로고테라피는 개인이 자신의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고 추구함을 중심으로 하는 심리치료 접근법이다. 나는 몇 년 전에 『죽음의 수용소』를 읽으며 로고테라피에 대한 관심이 생겼지만 이제야 그 문을 열었다. 최근까지 더 이상의 자기 해석을 원하지 않았고 좀 더 처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는 내가 생각한 자기 분석의 차원이 아니었다.
 오늘날 무가치한 느낌이나 공허감, 무의미한 느낌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과거와는 대조적으로 무엇을 책임지고 해야 하는가에 대해 더 이상 전통이나 가치의 소리를 따르지 않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에 책임이 있는지 알지 못하며, 때로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조차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한다. 프랭클은 이 무가치한 느낌이나 공허함을 ‘실존적 공허’라고 정의한다. 나도 비슷한 감정에서 비롯한 번뇌로 고통받았던 한 사람으로 무척이나 끌리는 주제다. 하지만 실존적 공허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기인했는가에 대한 이해는 복잡한 여정이다.

■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 인간
 자신의 생각, 감정,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자기 해석’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프랭클은 ‘자기 해석’이 세상 속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고 성장에 기여하기에 필요한 과정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를 넘어 자신의 선택을 내면의 가치에 맞추고 삶의 깊은 만족감으로 이어지는 ‘자아실현’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실 그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개인의 자아실현을 넘어 세상 밖에 있는 의미를 실험하고 실현하는 ‘자기 초월’이다. 그는 이것을 ‘의미에의 의지’라고 명명한다.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데 있어 인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안내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양심’이다. 양심은 개인의 도덕적 내면의 나침반으로서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의 이익을 고려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곧 ‘자기 초월’을 실현하는 가이드가 되는 것이다.
 프랭클이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실존적 공허’와 연결된다. 무의미가 만연하는 시대에 전통과 지식의 전달을 교육의 중심에 놓지 말고 자신의 양심에 의해 삶의 의미가 스스로 발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삶의 의미나 목적을 처방하듯 제공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이론은 절망적인 상황에 무기력한 희생자가 되어 갇히고, 바꿀 수 없는 운명에 직면하더라도 인간은 삶의 비극을 승리로 바꿀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프랭클은 ‘실존적 공허’로 인한 의미의 좌절은 정신과적 질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랫동안 우울증과 함께 살고 있는 나 역시 어쩌면 우울증이라는 정신 병리적으로 치료해야 할 질병을 가진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혹시 지극히 인간적인 문제에 직면해 의미 추구에의 노력이 좌절되어 영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중은 아닐까? 어쨌든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좌절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이유는 ‘자기 해석과 자아실현’에만 몰두했던 결과 일지도 모른다.

■ 내면적 자유와 의미 찾기
 자유로운 의지와 의미 찾기 능력은 프랭클의 ‘의미 발견’ 이론의 핵심 개념이다. 그는 인간은 환경에 종속되지 않고 극한 상황에서도 내면적인 자유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 한 권을 읽고 내가 경험하는 모든 문제들과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실존적 공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좌절의 실마리는 잡았다. 나는 한동안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에 무감각해 있었다. 자기 돌봄을 포기했던 시간들이 쌓여 심리적인 피로와 불안, 만족감 부족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자기 돌봄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면서도 타인과의 관계,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이 진정으로 내면의 성장과 만족을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도 새삼 깨닫는다.
 의미를 찾는 것은 개인의 선택과 욕구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것은 가족과의 관계, 사회적인 목표와 기여, 종교나 철학적인 신념, 예술과 창작, 지식과 학문, 자연과의 연결 등 주관적인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의미를 찾는 과정을 통해 인생을 보다 의미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이해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자기를 돌보고 존중하면서 동시에 타인과 세상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그렇지만 조급함을 버리고 천천히 나아가면서 균형을 찾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함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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