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서와 통념
 이 책의 번역 제목은 ‘49가지 단서로 예측한 중국의 미래’이다. 그러나 원서의 제목은 ‘중국에 대한 49가지 통념들’이다. 어감이 다르다.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전자가 맞지만 책의 내용에 부합하는 것은 후자가 맞다. 저자들은 노르웨이 국방부 소속의 중국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정부와 대학에서 중국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연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통념들을 언급하면서 진짜 그럴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책에서는 이 통념들은 ‘경제, 정치, 국민, 세계와 중국, 역사, 미래’라는 총 6개의 범주로 나누었다. 2016년에 나온 책이니 급변하는 오늘날의 정세를 고려하면 때 지난 이야기를 다루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들이 미국과 중국 국적이 아닌 북유럽 사람인 것이 맘에 든다. 최근에 읽은 『오래된 전쟁』이라는 책에서 미중의 대립이 ‘투키디데스의 함정’ 구도로 대결과 분쟁, 전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주장을 접했다. 그러나 저자가 미국의 정책전문가였기에 그대로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프레임에 한국은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고달픈 위치에 서게 된다. 사실 세계가 다양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가고, 기후위기같은 인류 생존의 문제가 임박해 있고, 우주시대 같은 범지구적 과제가 놓여 있는 이 시대에 미국의 중국 배제정책(decoupling)이 실효성이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미국의 패권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속으로는 중국과 교류할 것은 다 하고, 겉으로는 으르렁 거리면서 하위 동맹국들을 줄 세우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면에서 주류 언론이나 권력이 만들어 낸 관념에서 벗어난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궁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미중의 대립이 전쟁으로 비화할시 그 장소는 단연코 그들의 본토는 아닐지언정, 그들이 이야기하는 국지전이 우리에게 일어난다면 우리에게는 전면전일 터. 결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각오로, 하여 전쟁을 불사한다는 각오로 전쟁을 막겠다는 각오를 우리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여 우리에게는 100%는 없다. 0~100% 사이에서 중심을 잘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준은 한국민의 생존과 안녕일 터. 마침표를 찍되 물음표를 던지고, 섣불리 느낌표를 던지지 않는 자세로 이 신냉전의 시대를 살아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이 잘못된 통념에 지나지 않는 지 계속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이야기 방식이 독서시민들의 사고 훈련에 작으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적은 내부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시장과 자본의 논리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방식은 중국은 권위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미국은 시장자유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은 집단주의와 자기수양, 근면, 이타주의, 도덕성이라는 가치를 내세우고, 미국은 자유와 개인주의 가치를 우선한다. 그래서 잘 돌아갈까? 돌아가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국은 권위주의, 부정부패, 배금주의, 정실인사등으로 언제든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미국은 타락한 민주주의와 금융자본주의의 부도덕성으로 무너질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이유로 두 강대국이 모순을 외부로 돌려 엉뚱한 곳에서 불장난을 칠 수도 있겠다. 미중의 엄청난 군사력 강화는 그 희생양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 것이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고 중국의 지배계층을 공고히 하는 길일 것이다. 하여 미국과 중국의 지배세력은 자신을 위하여 서로가 필요한 사이, 즉 적대적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한국이 둘 중 어느 한 편을 들어야 한다는 통념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난 유연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국민을 믿고, 민주주의를 신뢰하고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가치를 인정하는 토대하에 움직이는 정치인 말이다. 사실 우리의 주변국을 보면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는 국가가 있나 보자. 중국은 시진핑 공산당 독재가, 일본은 자민당 독재. 러시아는 푸틴 장기집권,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 희망은 한국에 있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우리의 장점을 밀어 부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 통념 하나: ‘하나의 중국’이라는 꿈
 중국은 다민족국가이다. 공식적으로는 56개 민족으로 구성된다. 그중 인구의 90%는 한족이다. 그렇다면 한족은 인종적인 범주로 정의되는가? 아니다. 이 것도 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한漢’이라는 이름은 19세기 말 장빙린이 중국 민족을 지칭하기 위해서 만든 말이다. 또한 지리. 언어. 민족. 세대의 차이가 너무 커 중국인은 똑 같다는 말은 그저 관념에 불과한 말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통일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다. 

■ 통념 둘: 중국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체제불안을 야기할까?
 실제로는 중국사람들은 불평등을 수용한다. 오히려 지금의 자유주의 체제가 마오쩌둥의 경직된 사회주의 체제보다 더 공정하다고 본다. 개혁 이전의 사회에서는 교육수준이나 근면성실한 노동이나 혁신적인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액수의 수입을 가져갔다. 이러 경험에 비추어 중국인들은 30년간의 시장개혁으로 인한 소득의 불평등을 대체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렵지만 열심히 일하면 나도 상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진다고 한다. 이러한 믿음은 근면이 부를 창출한다는 미국의 철학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물론 2016년 당시 현재까지의 이야기이다. 앞으로는 계속 그럴지는 모를 일이다. 하여 베이징의 지도층은 2011~ 216년 5개년 경제 계획의 핵심의제를 ‘평등하고 차별 없는 성장’으로 잡았다고 한다. 지금의 중국인들에게 참을 수 없는 것은 불평등이 아니라 정치적 인맥과 지위를 이용한 개인의 축재라고 한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면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