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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비, 시립노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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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임야비 지음『그 의사의 코로나』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23년 05월 09일 (화) 11:23:16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서사, 사회
  여기 대한민국의 40대 중반 남성이 있다. 한 때 의사였다. 내과의사. 경력 20년. 2019년에 그만두었다. 소설가로 음악평론가로 연극연출가로 전환하고자 했다. 2020년 대장 파열에 의한 패혈성 쇼크와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100일 후 폐섬유화증을 앓던 아버지가 급성담낭염으로 입원 후 돌아가셨다. 그 후 8개월 동안 폐인으로 지냈다. 그리고 2021년 코로나 바이러스 판데믹 한 가운데로 뛰어 들었다. 년 초 코로나 창궐에 전국의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이였을 때 대한의사협회가 전국 의사를 대상으로 의료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이에 응한 것이다. 첫 번째 근무지, 강원도에 있는 소현정신병원. 국내 최대의 정신병원. 입원 환자만 천 명. 이 곳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한 건물을 코호트 격리시키고 전국의 코로나에 확진된 정신과 환자를 몰아 넣고 있었다. 근무기간 한달 반. 두 번째 근무지, 델타 유행이 한창일 때, 서울에 있는 공공정신병원. 4개월 근무. 또 추가로 3개월 근무. 세 번째 근무지, 오미크론 변이가 휩쓸 때, 서울 시내 코로나 전담 요양 병원. 사실상 ‘코로나 확진자 임종 병원’. 2022년 봄 코로나 확산이 한 풀 꺽이고 정부의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저자의 코로나 봉사일지는 끝났다. 
 저자는 소현 병원에서 ‘숭고’를 보고 느끼고 배웠다 한다. 공공정신병원에서는 ‘양심’으로 병원의 나태와 무능, 무책임을 고발했다. 요양병원에서는 정부와 사회가 암묵적으로 포기한 DNR(연명 의료 중단 동의서) 노인 환자들의 죽음을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저자는 의사라는 직업의 새로운 가치를 깨달았다 한다. 책에는 아주 상세히 이 과정이 기록되어있다. 

■ 서사, 개인
 여기 부모를 100일 간격으로 여윈 아들이 있다. 물론 세 누이도 함께 했다. 37세 노산으로 낳은 아들은 ‘더럽게도 말을 듣지 않았’다. 어머니는 수다를 좋아했고 겁이 많았다. 막내 아들을 낳고 좋아했다. 아버지는 말 수가 적고 깔끔했고 참을성이 많았다. 아들은 어머니의 23X와 아버지의 23Y를 닮아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는 꼼꼼하고 깔끔한 내과의사가 되었다. 의사인 아들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투병을 간병하는 일지를 꼼꼼하게 작성했다. 어머니는 대장파열로 수술했다. 이후 합병증이 연이어지면서 한 달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페혈증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온 몸에 온갖 의료장치를 장착하고 끝내 숨을 거두었다. 연속되는 의료적 문제에 가중되는 환자의 고통을 어디서 끊어낼 것인가. 계속되는 처치에 대한 동의서와 끝내 요구되는 DNR에 우리는 무력하고 무력할 수 밖에 없다. 지나고 나면 should (not) have p.p 만 남는다.  
 아버지의 100일 간병일지도 마찬가지다. 남자들 세계가 다 그렇듯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도 은근히 벽이 있다. 그 어색한 벽이 허물어지고 서로를 이해하고 정이 순해질 때 아버지는 아들을 떠났다. 아들은 어머니가 입던 옷과 아버지가 끼고 있던 콧줄을 지퍼락에 담았다. 어머니의 향과 아버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었다. 

■ 그 의사
 이 책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그 의사(평범은 아닌, 아마 이미 알려진, 그러나 독자는 잘 모르는)라 부르는 개인의 서사와 사회적 서사가 씨줄과 날줄로 엮어져 구성된 것이다. 본인은 이 책이 감염병 경과기록지도 아니고 정신병동 관찰기나 소설, 다큐도 아니라고 한다. 단지 ‘새로운 길을 찾아 몸부림쳤던 한 40대 중반 남자의 성장기’라고 말한다. 그의 글을 통해 독자는 ‘베토벤 현악 사중주 15번 3악장’이 ‘병에서 회복된 자가 신에게 올리는 감사 기도’임을 알았다. 모차르트의 진혼미사곡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수 많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음도 알았다. 책을 읽으며 이 곡들을 들었다. 

■ 나의 서사  
 그리고 나의 처지도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 그 거 별거 아니라고 얼마나 많은 건강한 이들에게 떠벌리고 살았던가. 그러나 췌장욤이라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제 1형 당뇨가 된 7살짜리 아이가 있었음을, 혈소판감소증으로 혈장수혈을 받아야 했던 68세 여성과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기력, 체력저하로 일상생활을 힘들어 했던 수 많은 분들을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지만 알 수는 없다. 또한 쉽게 잊는다. 원래 인간이 짐승이므로 그런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야말로 인간일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성찰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것을 우리가 서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또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수단이 이야기이고, 책이다. 코로나에 걸려서 ‘희생된 사람은 숫자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에게 모든 봉사 근무를 마치고 바라본 4월의 벚꽃은 ‘유행병으로 져버린 사람들의 만가’였다고 말한다. 이 세상 죽어간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빈다. 당신들은 하나의 도서관이었으며, 우리는 도서관 하나를 잃은 것이다. 영혼이 있다면 우리의 가슴에 남아 우리를 지켜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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