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의 인류문명사
  정설은 이렇다. 20만년 전 현생 인류가 등장하고 같은 종의 인류와 경쟁하고 제압하면서 지구의 우생종이 되어갔다. 5만 년 전 도구와 언어를 획득한 인류는 전 세계로 생존의 범위를 넓혀 갔다. 그들은 4만5천 년 전에 라스코동굴에 그림을 남기기 시작했다. 1만 년 전 지구는 온난화되었고 건조해졌다. 인구는 늘었고 인류는 먹고 살기 위해 강가로 내려와 집단 생활을 하며 농경을 시작했다. 수렵인 한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100만 제곱미터가 필요로한다. 농경민에게는 500제곱미터가 필요하다. 농업을 하면 2천 명이 예전의 땅에 모여 살 수 있는 것이다. 초기의 농경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고 부르는 중동에서 시작되어 위도를 따라 전 세계로 퍼졌다.(진짜 그랬을까?) 최초의 길들여진 말은 터키 위에 있는 스탄계열의 국가들 위치에서 나왔다. 작물처럼 같은 경로로 말도 퍼졌을 것이다.
 강수량에 따라 재배 작물이 달랐다. 강수량 1000 미리 이상에서는 벼농사를, 그 이하에서는 밀농사를 지었다. 벼농사는 여럿이 함께 해야 하는 농사다. 밀은 혼자서 하는 농사다. 벼농사 땅은 습해서 땅에다 기둥을 박고 지붕을 얹는 건축을 했다. 밀농사 땅은 건조해서 벽중심의 건축을 했다. 기둥중심 건물은 내외가 소통하는 열린 공간을 창출했고, 벽중심 건물은 내외부가 명확한 구획된 공간을 만들었다. 이러한 차이가 동서양 문명의 차별점이 되었다.
 서양은 본질성을 추구한다. 동양은 관계성을 추구한다(진짜 그럴까?) 저자는 체스와 바둑을 가지고 비교한다. 알파벳과 한자를 가지고 비교한다. 벌집과 개미집을 가지고 비교한다.  건축에도 이러한 차이가 반영된다. 서양 건축은 직사각형, 도형, 방향성, 좌우대칭성, 직선, 기하학. 수학, 3인칭 전지적 관점, 개인성, 벽중심을 갖는다. 동양 건축은 처마(밖과 안의 전이공간, 중간지대)와 담장(밖과 안 사이의 중간지대 제거)이 있다. 여백(비움)과 사물과 소통하는 양방향성, 경계의 모호성, 비대칭성, 곡선, 상대성, 격자형 기둥구조, 자유로운 평면, 유동적인 공간, 일인칭싯점, 기둥중심이 동양건축의 특징이 된다.

■ 융합
 동양과 서양은 각자의 길로 가지 않았다. 서로 교류하고 섞물렸다. 실크로드로 로마와 한나라가 연결되는데 유목민, 낙타, 대상이 그 중간을 채웠다. 동양에서 서양으로 비단과 향신료가 전해졌다. 삼각돛의 발견으로 15세기 대항해 시대가 열렸다. 1492년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중국에서 종이, 화약뿐 아니라 무거운 도자기도 배로 수입되었다. 서양은 멕시코산 은으로 비용을 댔다. 중국은 그 돈으로 만리장성을 복원했다. 일본이 중국에 이어 도자기 수출기지가 되었다. 도자기에 그려진 중국과 일본의 정원에 영감을 받아 조경에 반영되었다. 파고라, 시누아즈라, 픽처레스크정원 디자인이 그 예이다. 도자기를 싼 목판화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에 영향을 받아 고흐의 그림, 신조형주의(몬드리안, 뒤스뷔르호)등이 나타났다. 
 20세기에는 건축에 영향이 미치게 된다. 강철과 엘리베이터의 보급도 영향을 주었다. 필로티, 옥상 정원,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리본 수평창이라는 근대 건축의 5원칙이 세워졌다. 저자는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미스 반 데어 로에(철과 유리의 적극 도입:벽돌시골집, 베를린 국립미술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허블하우스)와 르 코르뷔지에(철근 콘크리트 기둥구조 사용:빌라 바크레송, 빌라 사보아, 밀 오너스 빌딩, 카펜터 센터)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20세기 후반으로는 루이스 칸(중앙의 높은 빈 공간, 자연 채광의 도입: 킴벨 미술관, 예일대학교 아트 갤러리, 소크연구소), 안토 다다오(건물 하나는 서양적, 전체 배치는 동양적: 물의 교회, 바람의 교회)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이후 건축의 사조로 해체주의(피터 아이젠만의 하우스), 포스트 모더니즘(과거에서 영감을 찾는 경향: 필립 존슨의 AT & T 건물), 네오 모더니즘(IT기술과의 결합: 피터 아이젠만의 폼지), 국제주의, 파라메트릭건축, 건축에 인공지능 도입(쉐입그래머, 핀터레스트), 3D 프린터 건축을 소개한다.  

■ 새로운 시대의 건축
 인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제로의 생태계을 만드는데 집중하거나, 우주시대로 나아가는 노력을 할 것이다. 건축도 여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문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가치와 진정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를 끊임 없이 묻는 것이다. 그러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기술에 묻혀 획일화 되는 건축사조에 다양성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생각은 위기와 다름에서 시작되었다 한다. 위기와 다름은 갈등과 충돌을 야기하지만 이를 화합시키려할 때 새로운 생각은 나온다고 한다. 저자는 현대의 건축학이 여러 학문의 융합 역할을 하고 있는 면에서 고대의 철학자들이 하는 일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것이 비단 건축학도의 자질이겠는가. 남북한을 통합하는 새로운 가치들을 생산해 내는 면에서도 맥을 같이 할 것이다. 앞으로 미래의 건축학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게 하는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