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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책익는 마을 원진호
2023년 01월 31일 (화) 11:03:59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소설은 
 총 12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은 서로가 연결되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룬다. 1975년 12월에 ≪칼날≫이 발표되었고, 이로부터 3년 후 초판이 나왔다. 22년 7월까지 320쇄 148만부가 팔렸다. 내가 읽은 책도 2013년판 147쇄였다. 197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1981년에는 영화로도 나왔다. 이 소설은 1970년대 도시빈민의 삶을 통해 산업화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전환기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자리 잡고 있다. 

■ 난장이 가족이
 사는 낙원구 행복동에 이십 일 안에 자진 철거하라는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었다. 동생 영호는 집에서 떠날 수 없다고 버티었고, 막내 영희는 훌쩍훌쩍 울기만 했다. 어머니는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표찰을 떼어 간직했다. 새 아파트에 들어갈 형편이 되지 않는 행복동 주민들은 하나, 둘씩 입주권을 팔기 시작했다. 입주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갔다. 난쟁이네는 쉽게 입주권을 팔고 전셋돈을 빼 줄 수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을 이어 나르고 시멘트를 직접 발라 만든 집이었기 때문이다. 이웃 집 명희 어머니는 명희가 죽고 남긴 통장에 든 돈을 꺼내 난쟁이네 전셋돈 빼주는 것으로 빌려 주었다. 명희는 나(난쟁이네 큰 아들)를 좋아했다. 그녀가 바라던 건 내가 다른 아이들처럼 공장에 가지 않고 공부를 많이 해 큰 회사에 취직하는 거였다. 그러나 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명희는 다방 종업원, 골프장 캐디, 버스 안내양으로 전전하다가 통장에 십 구만원을 남기고 자살했다. 나와 동생은 아버지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 되자 인쇄공장에 나가게 됐다. 아버지는 당신의 형편에 어울리지 않게 길건너 고급 주택에서 가정교사를 하는 지섭과 얘기를 나누곤 했다. 지섭은 사랑이 없이 욕망만 떠도는 땅을 떠나 달나라로 가야 한다고 아버지에게 말하고 『일 만년 후의 역사』라는 책을 빌려주었다. 인쇄 공장 사장은 불황이라는 단어를 빌미로 삼아 우리에게 쉬지 않고 일할 것을 강요했다. 나와 영호는 사장에게 가서 힘든 노동 시간에 대해 협상하려다 공장에서 쫓겨났다.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아버지는 나와 영호에게 큰 일을 한 거리고 추켜세웠다. 입주권 가격이 자꾸 오르자 난쟁이네 가족은 이십 오 만원을 받고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에게 입주권을 팔았다. 집은 헐리고 영희와 아버지가 사라졌다. 영희는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는 영희에게 대꾸하지 않고 말만 잘 듣는다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영희는 남자를 따라가 좋은 음식을 먹고 남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영희는 자신이랑 환경이 많이 다른 남자의 집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 곳에서 뭐하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희는 남자의 금고에서 자신의 집 대문에 달려 있는 알루미늄 표찰을 되찾아 가지고 도망나왔다. 영희는 아파트 입주 신청서에 아버지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적어 넣었다. 신애 아주머니는 열이 나 아파하는 영희를 방에 데리고 가 간호를 해 주며 말했다. 아버지가 굴뚝 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 됐다고.(출처: 2013년 중2 이은결 독후감. 책 익는 마을 카페)

■ 조세희선생님이 
 돌아가셨다. 2022년 12월 25일. 향년 80세. 달나라 천문대 일을 보고 있는 난장이 아버지에게 가셨다. 지금은 두 분이 ‘오십억 광년 저쪽에 있다는 머리카락좌의 성운’을 보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일 만년 후의 역사』를 같이 보고 있을려나. 그 옆에 큰 아들 영수가 듬직하게 우주로 날아 올릴 쇠공을 다듬고 있을 거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선생은 나의 정신적 스승이었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시대의 어른으로 청년이었던 나에게 든든한 심리적 지지자였다. 선생을 추모하면서 옛 책을 들췄다. 2013년 당시 중 2였던 친구들이 이 책을 가지고 독서토론을 했다. 옮겨보았다. 당시 그들은 난쟁이 가족과 달나라가 각각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현대 사회의 난쟁이 가족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를 가지고 토론했다. 문득 그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잘 살고 있겠지. 고군분투하면서. 

■ 변하지 않는 것들
 난장이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굴뚝 속으로 떨어져서. 가족들은 보았다. ‘까만 쇠공이 머리 위 하늘을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을’.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아버지의 몸은 작았지만 아버지의 고통은 컸었다.  아버지는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인간다운 권리는 얻지 못했다. 하여 아버지는 죽어서 몸보다 컸던 고통을 벗었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그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사람처럼 살고 싶은 사람에게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책을 들출 수 있게 하는 세계가 아버지가 원하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무지. 잔인. 행운. 특혜등으로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세상이 아니라, ‘사랑. 존경. 윤리. 자유. 정의. 이상’이 대접받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 가치들 이어야 함을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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