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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슬라보예 지젝등 지음 『MATRIX & PHILOSOPHY』
책익는 마을 원진호
2022년 10월 25일 (화) 09:25:58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매트릭스는 영화다. 느끼는 바는 각 자 자유다. 누구는 키아누 리브스의 멋진 가죽 코트와 선글라스, 그리고 총알을 피하는 액션에 환호할 것이다. 누구는 영화의 서사에 관심을 갖고 스미스와 네오세력간의 말싸움에 주목할 것이다. 그러나 철학자들은 매트릭스에서 인류의 미래를 읽고 삶의 의미를 되집어 보려 한다. 이 책은 15명 철학자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플라톤과 데카르트, 칸트와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바라 보기도 하고, 영화에 녹아 있는 불교와 기독교의 시선을 들쳐내기도 한다. 결국 기계가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견줄만한 영역을 갖출 것인지 사고실험을 한다. 당연하게 독자에게 묻는다. 빨간약과 파란약 중 무엇을 선택할 건지. 매트릭스 세계가 부도덕한 것인지 반문하면서 말이다. 

■ 매트릭스 속 사유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들어 보자. 동굴 안에 사슬로 묶여 있는 죄수들이 벽을 바라보고 앉아있다. 그들은 등 뒤의 햇불 때문에 벽에 비치는 자신의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평생 바라보며 산다. 그 것이 진리라고 알면서. 그런데 누군가 밖에 나가서 찬란한 햇빛을 보고 와서 죄수들에게 이야기 한다. “진리는 밖에 있어. 여기는 위선이고 환상이고 거짓이야”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진실의 사막을 보여준다. 네오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괴로워 하지만 결국 받아들인다. 당신이 죄수라면 어땠을까? “제 왜 이래.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왜 지랄이야!” 짜증은 안 났을까? 
 데카르트는 우리가 보고 있고 알고 있는 것이 진짜일까? 의심했다. 우리 감각기관들은 일관성 있어 보이지 않고, 우리가 평생 깨어나지 않는 꿈 속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니면 악령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을 조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지금 현재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 뿐이라 했다. 토마스 앤더슨의  치명적 부분은 뭔가 이 세상이 잘못 되어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이 가시가 되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토마슨이라는 잠재태는 이 생각으로 인해 네오라는 현실태가 되었다.   
 칸트는 해방은 자신의 의지와 실천으로 쟁취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노예가 주인의 선의로 해방이 되었다면, 오히려 당황하고 다시 노예가 되겠노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의 힘으로 얻은 해방이어야 노예는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다. 메트릭스에서 사람들은 평화와 안정을 누리지만, 실재는 평생 고치 안에 사육되고 있다. 모피어스는 이를 노예의 삶이라 했다. 진실은 폐허가 된 인류 문명에 있고, 자유는 노예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시온의 공간에 있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믿지 않았다.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본인이라는 델피의 신탁을. 하여 찾아 다녔다, 현명한 사람을. 그러나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후 그는 평생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무지를 깨닫게 해 주는 사명을 갖고 살았다. 그는 유언비어 유포죄와 젊은 사람들을 선동한 죄로 사형에 처해졌다. 그의 이러한 죽음은 역설적으로 그를 인류 역사에 길이 남는 철학자로 만들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철학의 명령에 소크라테스는 실천으로 응했고, 그 길은 고난과 고통의 길이었다.  네오와 모피어스, 그리고 예언자의 삶도 그렇다. 그들은 고통과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 빨간약? 파란약?
 둘 중 하나 선택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여기의 관점에서도 그렇다. 빨간약을 먹고 진실을 알아도 배신을 할 수 있는 것이고, 파란약을 먹고 매트릭스에 남는다 해도 인간은 완벽하게 통제되는 종은 아닐 것이다. 5만 년 인류 역사의 관점에서도 그렇다. 얼마나 많은 문명과 제도가 태어나고 사라졌는가. 매트릭스라는 문명도 그 중에 하나이지 않겠는가. 기계가 진정 우세종이 되었다면 인간이란 존재가 필요했을까? 물론 기계의 존재 방식이 전자회로 신호이면, 숙주로서 에너지원으로서 인간이 필요하긴 하겠다. 문제는 모든 문명과 제도에는 모순이 있고 쇠퇴의 단계로 진입하는 때가 온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념과 사상으로 무장한 저항세력이 그쯤에서 나오는 것이고, 
 또한 인간은 양면적이고 이중적인 면이 있다. 폭력과 파괴의 대안으로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매트릭스의 세계를 받아들였을 터인데, 그와 동시에 노예되기를 거부하니 말이다. 어찌 됐든 선택은 해야겠는데..당신은 어찌하시겠는가?

■ 인간성의 본질
 책에는 ‘신의를 지키고, 사랑하고, 희생할 수 있는 인간성’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이퍼의 배신에 흔들리지 않는 저항대원들, 모피어스를 살리기 위해 죽을 줄 알면서 뛰어드는 네오, 그 네오를 살리는 트리니티의 사랑을 말하는 거겠다. 매트릭스의 세계에는 이러한 드라마가 없다. 이 것이 인간성의 본질이다. 누구는 이를 사랑이라 하고, 누구는 ‘자신을 섬기는 자’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답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 먹고 잘 사는게 전부가 아닌 우리 삶을 어떻게 표현하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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