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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정신건강의학자 양창순 지음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책익는 마을 유 하나>
2022년 07월 05일 (화) 11:08:07 김종윤 기자 jjong8610@hanmail.net
   

■ 휘둘리지 않고 살고 싶다면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미개척 분야가 인간관계'다.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의 말이다. 인간관계의 그 심오함과 어려움이 너무나 잘 전달되는 표현이다. 관계에 대한 의식이 없던 시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했다. 나에 대한 탐구가 없었으니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있을 리 없었다. 이 상황에서 남 탓과 환경 탓을 하는 것은 나를 위로하고 합리화를 시키는데 가장 쉽고도 빠른 방법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일침을 놓는다. 나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는 이타심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세상 살기가 좀 더 수월해질 터다.
 저자는 서양의 정신의학만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한계를 느껴 명리학과 주역을 공부했다. 내담자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명리 심리학을 발전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명리 심리학은 내담자들이 자신의 길을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10년 전에 집필되었고 50만 부가 팔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집 사춘기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나 자신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문제는 이제 너무나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조되는 흔한 말이지만 세상의 이치는 늘 똑같다.

■ 거부 불안에 대하여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가장 기본적인 불안감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거부당할까 두려워하는 거부 불안'이라고 한다. 거부 불안은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거절조차 당당히 하지 못하게 만든다. 1,2 장에서는 유난히 거절에 취약한 나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다양한 사례로 등장한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아주 흔한 사례들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 내재된 정신과적 문제들은 쉽게 간과할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사사로운 일로 치부되어 원인과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같은 상황 속 문제를 반복한다면 삶의 질마저 떨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상대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관계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른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한다. 나를 싫어할까 봐, 나를 떠날까 봐, 나에게 실망할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모두가 같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고통이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며 너무 깊이 생각해서 좋을 게 없다. 저자는 두려움과 피해의식과 같은 감정을 소모하느라 내게 정작 필요로 하는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함을 강조한다. 내가 사용해야 할 에너지의 선택과 집중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경험이 곧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고치려고 애쓰는 케이스는 드물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앞을 또 가로막는다.

■ 까칠하게 산다는 건
 저자는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또 반대로 누군가에게 상처는 주지 않았는지 늘 전전긍긍해 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그렇게 사는 게 몹시 피곤하게 느껴졌고 앞으로는 까칠하게 살겠노라고 세상을 향해 커밍아웃을 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 스스로에게 실수를 허락하고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마음. 누가 내 험담을 한들 인생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의 변화가 필요했다. 저자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 우울과 불안, 초조와 갈등에 대한 감정들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까칠함에서 찾아냈다. 저자는 이 책의 영어 제목을 'I decided to respect myself'로 번역했다. 저자가 말하는 까칠함이란 결국 나 자신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줄 형편이 안되면서도 거절을 못 하는 것은 나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나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성장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필요로 한다. 3장에서는 까칠한 방식의 인간관계 처방전이 7가지로 제시된다. 그중에서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SEC 법칙'이다. 멈추고(stop), 조절하고(control), 벗어나라(escape)이다. 자아의 힘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기억하며 살아야겠다. 관성의 법칙은 우리의 삶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관계도 늘 하던 대로 돌가 가기 마련이라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은 흔하다. 이 책은 삶의 참고도서로 곁에 두고 자주 펼쳐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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