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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모르텐 알베크 지음 『삶으로서의 일』
책 익는 마을 유 하나
2022년 01월 11일 (화) 11:03:49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워라벨을 반대한다
 저자는 의미 없는 삶은 기후 위기만큼이나 심각하게 대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는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강조하는 ‘워라벨’에 반기를 든다. 워라벨이 한창 유행인 시기에 왜 반기를 드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워라벨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어 살자는 뜻으로 보자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에 이 용어는 스마트폰 등의 기술혁신과 코로나 일상으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개념이 일과 개인 생활을 명확히 분리하자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후자의 차원에서 반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은 나라는 존재가 일과 사생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일에서 의미를 찾아 온전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업무시간, 여가시간 등 시간을 쪼개고 직장 생활, 가정생활, 여가생활 등으로 삶을 쪼갠다. 저자는 시간과 삶을 나누어 여러 역할과 책임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이고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는 방식을 경계한다. 일은 삶에서 친밀하고 실존적인 부분이며 우리에게 대단한 영향을 미친다. 일은 ‘그냥 일’이 아니라 바로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어나서 일하러 가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일어나서 내 삶 속으로 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니 휴가를 가든 여행을 가든 삶의 문제를 다 털어버리고 온다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본질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휴가에 가서도 마음은 회사에 있는 상황에서 입으로는 워라벨을 외치며 직장과 삶을 끊임없이 분리하는 아이러니는 반복된다.

■ 실존적 면역 시스템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우리의 실존적 건강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저자는 실존적 면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건강하게 받아들일 만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제시한다. 실존적 면역 시스템은 회복 탄력성의 다른 말로도 들린다.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삶을 통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회복 탄력성이나 실존적 면역 시스템을 가진 사람들은 그 운명 앞에서 잘 대처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의미’이다. 의미는 자기 인식이며 자기 인식은 곧 자기 존중으로 이어진다. 의미는 삶이 내리막일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만족과 행복에 대한 본질을 의미와 비교하면서 이들을 분명하게 구분하기를 강조한다. 의미는 만족과 불만족, 행복과 불행의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새해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강의를 들었다. 나는 왜 항상 새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는지에 대해 파헤치고 뿌리를 뽑아버릴 작정으로 여러 책과 강의를 오랫동안 찾아 헤맸다. 여러 가지 이유와 해결 방법들을 알아냈지만 오늘은 뭔가 울림이 달랐다. 미션(mission)과 비전(vision)을 구분하지 못한 결과다. 미션은 개인의 철학을 포함해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이며 불변의 가치이다. 비전은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전략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포함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비전에만 몰입했다. 나의 삶의 방향이나 내가 존재하는 가치에 대한 생각이 빠져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의미’가 미션이었다. 의미가 빠진 계획은 결국 순간의 만족이나 행복을 바라는 욕구의 충족으로 전락한다. 내가 되고 싶고, 하고 싶고, 바라는 것만 잔뜩 있는 계획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게 당연하다.

■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책의 4장은 '우리가 일터를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얘기한다. 왜 일은 그토록 공과 사를 구분하여 각박하게 만들고 죽기 전 삶의 후회의 근원이고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니체가 사용한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의 렌즈를 이용한다. 아폴론이 현명함, 이성, 억제를 대표한다면 디오니소스는 쾌락, 혼돈, 무한대를 나타낸다. 저자의 결론은 삶이 의미를 가지려면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통합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절제와 자유, 비극과 희극, 질서와 혼돈 등 이분법적으로 어느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직업적 태도와 인간적 친밀함에 질서와 방향을 조직의 목적에 맞출 수 있는 유연함이다.
 이상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과연 현실에 적용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저자는 묻는다.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모니터링해야 하고 할당제와 보고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면 스트레스나 우울증, 불안에 대해서도 똑같은 일을 하는 게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 일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의미를 주는지 규제하는 게 꼭 비현실적일까?” 저자는 이 책의 목표를 무의미함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2022년 새해에 삶에서 뗄 수 없는 일의 문제를 이토록 진지하게 설득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방향을 잡아주는 책을 만나 다행이다. 앞으로 나의 미션과 의미가 명확해져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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