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17 화 14:13
의정비, 시립노인병원
 
> 뉴스 > 교육/문화
     
[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김도경 지음 『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
책 익는 마을 유 하나
2021년 12월 07일 (화) 11:05: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안동에 가다
 나는 지난주에 ’책익는 마을‘ 회원분들과 안동에 문화유산 답사를 갔다. 우리가 찾은 곳은 고려 시대 목조 건축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극락전이 있는 ’봉정사(鳳停寺)‘, 서애 유성룡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병산서원(屛山書院)‘, 독립운동가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인 ’임청각(臨淸閣)‘ 등이다. 안양대 류호철 교수님을 비롯해 여러 해설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뜻깊은 공부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반면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나의 무지로 인해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껴 스스로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래서 현장에 있을 때 보고 들었던 소중한 이야기들이 이대로 사라질까 얼른 도서관을 찾았다. 우리나라 건축에 관한 책을 골라 기본이라도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몇 권을 골라봤다.
 그중에서 『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은 우리 건축의 구조와 의장을 중심으로 한국 건축의 우수함을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집은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사람, 자연과 더불어 하나이며,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할 존재이다.“ 저자는 한국 건축을 통해 집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왜 고택이나 산사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꾸 찾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과 자연을 하나로 생각하는 우리 건축에 담긴 철학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전해졌고 난 그저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항상 숨가쁘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의 방식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이 아니다. 결국 우리에게 제일 편한 것은 자연이 주는 '있는 그대로의 방식'임을 깨닫는다.

■ 알아야 보이는 것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서양 문화에 큰 매력을 느꼈다. 결국 전공도 서양문학을 선택했다. 그들의 신화와 철학은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어쩌면 그들의 우월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럽게도 우리 역사와 전통에는 그리 관심이 없었다. 나의 뿌리와 정체성을 배우는 일에 관심의 잣대를 들이댄 것 자체가 참 무지한 생각이었음을 이제라도 깨닫게 되어 다행이다. 화엄(華嚴)의 가장 핵심이 바로 상호 간의 관계성이라고 한다. ‘나와 네가 다를 게 없고 모두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모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는 개인주의가 익숙해지고 상호 간의 관계성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듯 하다. 옛 건축에 담긴 사람과 자연에 대한 철학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느낀다.
 답사 현장에서 배우고 책을 통해 다시 공부한 두 가지가 있다. 봉정사 극락전의 기둥을 자세히 보면 일직선이 아닌 약간 둥근 모양이다. 이러한 기둥을 ’배흘림 기둥‘이라고 한다. 이것은 착시현상을 교정하여 안정감을 주고 기둥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이다. 또 한 가지는 자연 초석 위에 세워진 기둥에 관한 것이다. 초석 윗면에 맞추어 기둥밑동을 잘라내는 작업을 ’그렝이질‘이라고 한다. 그렝이질 하여 세운 기둥은 이를 지탱해 주는 별도의 부재 없이 단독적으로 설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보는 이의 세심한 감각까지도 계산하여 기둥을 세우고, 돌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 나무 기둥과 정확히 맞물려 자연 그대로의 멋을 살린 선조들의 지혜와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참 근사하다.

■ 사람-건축-자연을 생각하다
 이 책의 첫 장은 ’채 분화와 공간 특성‘에 관한 것이다. 이 첫 장의 설명이 곧 한국 건축을 통한 우리 선조들의 사상과 지혜를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건축은 전반적으로 ’채 분화‘의 특성이 강하다. 채 분화는 독립된 채가 모여 복합적인 전체 기능을 충족하는 공간구성 방법이다. 이것은 뚜렷한 사계절의 존재, 개방성을 선호하는 심성, ’인간-건축-자연‘을 하나로 여기는 사상 등과 같은 여러 요인들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특성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병산서원의 만대루(晩對樓)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은빛 백사장과 병산의 장관이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닐 테다. 병산서원의 내-외부 공간의 불분명한 경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보완하며 자연과 어우러지게 설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참고도서로 『공간이 만든 공간』을 보면 인간-건축-자연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한국 건축의 사고방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 동양은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방수를 위한 지붕이 가장 중요한 건축 요소라 한다. 그리고 그 지붕을 받치기 위한 나무 기둥을 이용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감이 발달하게 된다. 집의 내부와 바깥 경치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선조들의 멋과 지혜를 문화유산 속에서만 느껴야 한다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빌딩 숲을 이루는 현대 도시가 가장 지향해야 하는 지점이 자연과의 조화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시기임을 생각하며 답사의 추억을 마무리한다.

보령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보령신문(http://www.charm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가장 많이 본 기사
국민의힘, 국회의원 보궐선거 장동혁
"권승현 후보를 지지합니다"
[박종철 칼럼] 노무현과 정도전의
6월 1일, 보령시민은 1인당 8표
"숙원사업 완벽한 해결위해 나섰다"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에 행정력 집중
보령소방서, 2022년 상반기 전술
농촌협약 공모 선정 위해 '총력'
해양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우편번호 33436 충남 보령시 신설 3길 11, 1층(동대동, 모스트센터) | Tel: 041)936-0005 | Fax:041)935-1356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연중
Copyright 2009 보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jong86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