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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피터 버고지언. 제임스 린지 지음
『개싸움을 지적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어른의 문답법』
책 익는 마을 유 하나
2021년 11월 16일 (화) 11:21:56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대화법이 필요해
 동의보감에 ‘통(通)하지 않으면 통(痛)한다.’라는 말이 있다. 소통이 안 되면 고통스럽다는 뜻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소통과 불통’ 사이에서 늘 문제를 겪고 힘들어한다. 반면 불통의 문제를 인생의 과제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투거나 등을 지면 그만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인 철학과 교수 ‘피터 버고지언’과 수학 박사 ‘제임스 린지’ 두 사람은 논쟁의 달인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들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보자고 제안한다. 그 이유는 건강하게 토론할수록 우리의 관점과 안목, 이해력과 지혜가 더욱 깊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진실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두 저자는 개인적 갈등부터 사회적 담론까지 예의 있고 당당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어른의 대화법’을 이 책에 담았다.
 우리 사회의 대화 전반을 암울하게 하는 소심, 무례, 공포, 불신의 문제를 풀어낼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 책을 읽으면 나 자신의 대화법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나 자신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불통의 문제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가 말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대체로 옳다고 생각하는 ‘확증편향’에서 비롯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36가지 기법은 응용 인식론, 인질 협상과 전문 협상, 사이비 종교 탈퇴, 심리학 제반 분야 등 다양한 영역의 검증된 연구 성과를 토대로 했다고 한다. 지향하는 대화 목표는 다양할 수 있지만 정치관, 도덕관, 세계관이 전혀 다른 상대와 대화하는 기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대화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 상처 배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서로가 더 힘들다고 우겨대는 감정 노동적 싸움을 할 때가 있다. 누가 더 상처받고 힘든지에 대해 배틀을 하듯이 겨룬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설명해 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바로 ‘전환 반응’이다. “나 요즘 너무 힘들어.” “네가 뭐가 힘들어. 나보다 더 힘드니?”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모든 얘기를 내 얘기로 전화시켜 내 상황에 집중시키는 식이다. 주변에 이런 사람 꼭 있다. 전환 반응의 반대 개념은 ‘지지 반응’이다. 상대방의 말에 공감해 주고 들어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바로 이러한 방식들을 배울 수 있다. 가장 활용하기 쉬운 기법부터 난이도 순으로 제시하며 실용적인 조언을 해주어 이해하기가 편하다.
 두 저자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생각이 다른 상대와 원활하게 대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누군가는 관계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논쟁적인 주제를 일부러 피하거나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하느라 피곤함을 느낀다. 반면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다 보면 보통 상대방의 생각을 고쳐주거나 논박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화는 상호 관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 대화법대로 열심히 노력한 쪽이 오히려 감정 쓰레기통이 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저자는 이럴 때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려 “논박하는 것보다 논박당하는 게 낫다.”라고 제안한다. 때로는 친구 말을 그냥 들어주고, 친구가 잘못 알고 있게 놔두고 넘어가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 반드시 옳지는 않다.

■ 화 다스리기
 “분노는 분노를 낳는다.” 대화 도중에 화를 내는 순간 대화는 산으로 가고 관계는 틀어진다. 화의 결과는 처참하다. 화는 답답함 아니면 불쾌함에서 기인할 때가 많다. 친구의 말을 들어주고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 그냥 놔둘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잘못된 생각을 고집하는 사람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이 답답함은 ‘화’로 전이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이 답답한 감정이 당연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를 꼭 익힐 것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역지사지를 해야 하는 건지 애매하기도 하다.
 저자는 이렇게 못을 박는다. “상대방이 그렇게 믿는 감정의 세기를 느껴야 한다. 상대방을 현미경으로 딱정벌레 보듯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딱정벌레로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이 정도로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강력한 제안이다. 아무리 내 의견이 맞는 것으로 판명이 나도 “거봐 내가 뭐랬어.”라고 말하지 않고 “네가 그렇게 생각한 것도 이해는 돼.”라며 퇴로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서로 화낼 일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생각을 바꿀 의향이나 의지가 없는 ‘인식적 폐쇄’의 상태에 놓인 건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두 저자가 끊임없이 주장하는 핵심이 바로 ‘상대방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게 쉽고 빠르다.’이다.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책은 실천을 해야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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