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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유전무죄’
2021년 08월 24일 (화) 11:10:29 박종철 논설주간 webmaster@charmnews.co.kr

   
지난 2009년 12월29일 이명박은 당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특별사면’ 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8월 이건희는 배임과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불과 4개월 만에 특혜를 누린 셈이다.

더 웃기는 건 경제인 하나만을 위한 사면은 이건희가 헌정사상 처음이었으며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아닌 연말에 사면이 이뤄진 것도 역사 이래 처음으로 기록됐다. 이건희가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는 게 특별사면의 가장 큰 이유였다.

누구보다 법을 존중해야 할 대통령이 이처럼 더러운 짓거리를 일삼자 여론은 부정적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이를 비판해야 할 상당수 언론은 고개를 숙였다. 진보성향의 몇몇 매체들만 쓴 소리를 냈을 뿐 이른바 재벌의 입으로 불리는 ‘조·중·동’은 환영했다. 삼성에서 광고를 얻어 먹다보니 언론으로서의 제구실을 포기했던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문재인도 이명박과 다를 바 없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가석방했다. ‘공정’과 ‘정의’를 최대 과제로 내세웠지만 문재인 역시 재벌에게 꼬리를 내린 셈이다. 삼성은 삼성대로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파운드리, EUV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임했으나, 총수의 부재로 투자판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늘 징징거렸다.

그러나 삼성전자 정도의 세계적인 기업이 총수가 부재중이라고 해서 특정 사업이나 투자에 크게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판이다. 어차피 중요한 사안은 법인의 이사회가 의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용은 이미 353일을 교도소에서 보냈고 남은 형은 1년 6개월뿐이다. 50억 이상의 횡령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해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돼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재용은 이미 특혜를 봤고 이번에 또 특혜를 누린 셈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유행어는 지난 1988년 10월16일, 일명 ‘지강헌 사건’에서 유래됐다. 이날 서울 북가좌동 한 가정집에서 지강헌을 비롯한 탈주범 4명은 한 가족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10시간 만에 자살 또는 사살되는 유혈극을 벌인다. 처음 12명의 미결수 탈주범 중 마지막 인질범은 최후의 순간에 비지스(BeeGees)의 ‘홀리데이’를 들으면서 깨진 유리로 자기 목을 그었다. 이들의 탈주 계기가 된 것은 형량의 불평등이었다. 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이 없으면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된다.”며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라고 죽음으로 항변했다.

그러나 달라진 게 없다. 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 3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건재하다. 이명박 정권이나 문재인 정권이나 모두 그 밥에 그 나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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