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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휴먼카인드』
책 익는 마을 유 하나
2021년 06월 22일 (화) 11:32:46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이 책은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오래전부터 지배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발상이다. 진화에 의해 증명되고 일상생활에서 확인된 아이디어이다. 그야말로 환각성 마약 같은 것이다.” 첫 줄부터 도발적이다. 뭔가 일을 낼 것만 같은 이 책의 저자는 지금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이다. 그가 주장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시키고 들어가는 것일까. 유발 하라리가 오랫동안 이어온 자신의 신념에 도전하게 만들었다는 이 책의 저자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념을 집요하게 부숴버린다.

■ 우리는 정말 ‘호모 이코노미쿠스’일까?
 경제학자들은 우리 종을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로봇처럼 개인적 이익에 몰두하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정의한다. 사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 문제를 놓고 수백 년 동안 고심해왔다.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자연 상태에 있는 인간의 삶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 명한 홉스와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선함이 자리 잡고 있으며 문명이 우리를 망치고 있다’고 선언한 루소가 대표적이다. 저자 역시 우리 인간이 전쟁이나 대참사의 위기가 닥칠 때, 바로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온갖 악질 범죄가 발생하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현실은 그 반대가 진실이라고 저자는 주장하며 확고히 루소의 손을 들어준다. 이 선택은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성이 이기적이며 재난 상황에서 공황 상태에 쉽게 빠진다는 것이 오랫동안 지성사를 이끌었던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단편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면 전쟁을 포함하여 여전히 존재하는 잔인한 사건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선한 존재이다'라는 이 단순한 명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교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 역시 우리에게 좋은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이 있는 복잡한 존재임을 인정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논쟁의 핵심은 우리가 자신에게 어느 쪽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악이 아닌 좋은 면을 강하게 선호하는 존재이며, 인간 본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브레흐만이 제시하는 근거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사상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결과물이다.

■ 내 마음에 무엇을 먹일 것인가.
 저자는 우리가 내 몸을 위해 먹는 음식을 신중하게 고르듯이 내 마음에 어떤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과거 인류가 수렵-채집을 하던 시절, 거미나 뱀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죽게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의 관심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많이 이끌린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비관적인 뉴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저자는 이 지점을 지적한다. 문제는 우리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미디어 매체들이 인간의 이러한 본능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우리가 무엇에 충격과 공포를 느끼는지, 무엇이 우리에게 클릭을 하게 만드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오히려 점점 더 선정적으로 발전하는 뉴스로 인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유발하는 ‘잔혹한 세계 증후군’으로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 이 세상에는 끔찍한 사건보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뉴스를 멀리하라. 뉴스의 진실은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왜곡시키고 썩은 사과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부정적인 편견을 활용할 뿐이다.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회사의 관리자나 아이패드와 같은 기술 엘리트들은 자신의 아이가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보내는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독성 사업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렇다고 눈과 귀를 닫고 살 수는 없다. 지금까지 보고된 잔혹한 역사적 사건들, 인간 내면에 숨겨진 악의 본능을 들춰내는 문학 작품이나 영화, 수많은 과학실험의 결과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또 나 자신의 선택만이 남는다. 나는 내 마음에 어떤 것을 담을 것인가.

■ 현실주의자가 된다는 것
 책을 읽다보면 나 자신이 얼마나 다양한 '편향'을 가지고 세상을 살았는지 충격을 받게 된다. 무슨 충격까지인가 하지만 진짜 머리가 멍해지는 순간이 여러 번 온다. 필자는 지금까지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읽으며 무인도에 남겨진 아이들이 소설과는 반대로 행동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본 적이 없었으며, 타이타닉호가 침몰 할 때 노약자를 배려하며 질서정연하게 대피를 시도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영화에서 패닉상태가 된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들을 당연한 듯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었다. 역시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 악의 본능이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개인적이든 세계적이든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그 문제들은 분명 우리를 불안과 공포로 밀어 넣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외면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정화된 영혼을 가지고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동안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부정적인 세계관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왔고, ‘부정 편향’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더라도 내 삶의 얼마나 큰 변화가 있겠는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변화는 무엇인가. 좋은 책을 만나면 수 많은 의문점들이 머리를 어지럽히는 현상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참으로 친절하다. 저자는 독자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같다. 그것도 아주 간결한 한 문장으로 정리를 해주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면서 복잡해진 마음을 해결해주고 끝을 낸다. “우리는 너무 많은 내적 성찰과 너무 적은 외적 성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한 문장이 왜 그렇게 위로가 되는 것일까. 저자는 자신의 책이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는 점도 짚어준다. 모든 문제의 귀결이 나를 향하게 하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참 다행이다. 저자의 친구는 이 책을 쓰는 것이 그의 인생관을 변화시켰는지 물었고, 저자는 ‘그렇다’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책을 쓰면서 삶이 바뀔 수 있다니 정말 놀랍고도 멋지다. 우리는 마지막에 저자가 인간 본성에 대한 현실적 견해를 바탕으로 세운 ‘열 가지 삶의 규칙’을 읽으면서 이 책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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