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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 로마의 휴일
2021년 06월 08일 (화) 11:29:42 박종철 논설주간 webmaster@charmnews.co.kr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면 ‘로마의 휴일’이란 영화를 거의 기억한다. 미국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지난 1953년에 만든 흑백영화다. 윌리엄 와일러가 메가폰을 잡고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주연을 맡았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크게 히트를 쳤지만 유달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끈 것으로 알려진다.

왕실의 바쁜 스케줄에 지친 앤공주(오드리 헵번)와 신문기자인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가 로마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즐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영화로 유명하다. 두 주인공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이들이 남긴 작품은 지금도 종종 브라운관에 등장한다.

그런데 실제로 ‘로마의 휴일’은 1년에 며칠이나 되었을까. ‘커튼 뒤에 가려진 세계사(이경주, 김경훈 편저)’에 따르면 로마 시민들은 거의 매일 공중목욕탕에서 목욕을 즐기거나 격투장, 연희 등에 참석하며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휴일이 많지 않았다면 이 같은 생활은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로마는 정부에 따라 정해진 휴일이 조금씩 달랐다.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1세기 중반에는 휴일이 159일, 2세기에는 200일이나 됐다.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았던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아봐야 1년에 110여일 안팎을 감안할 때 당시 로마의 휴일은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로마의 이 같은 휴일에는 로마가 지배하고 있는 여러 지역의 방대한 노예들의 노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순하게 경제력만 따진다면 먹고 살게 그만큼 풍족했다는 얘기지만 로마의 휴일에도 그만한 희생과 암흑이 존재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만약에 우리가 1년에 200일이나 되는 휴일시대를 맞이한다면 우리는 과연 그 휴일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로마인들이 공중목욕탕이나 콜로세움, 대형경기장에서 시간을 보냈듯이 우리도 대형 사우나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장과 유희장을 찾아 시간을 보낼까, 아니면 또 다른 세계를 향해 달리고 있을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세상은 변해있고 또 빠르게 변할 것이란 게 미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일본의 자민당이 최근 주 4일 근무제를 도마에 올렸고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 2019년도에 이미 주 4일 근무제를 검토했다. 경제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가까운 시기에 휴일이 늘어날 수야 없겠지만 우리사회도 점점 ‘로마의 휴일’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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