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남포 보령RPC(미곡종합처리장) 앞에서 벌인 농민집회와 관련 경찰이 김영석 전 보령농민회 대표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가운데 보령의 농민단체들이 보령경찰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7일 오전 보령경찰서 앞에서 ‘농민집회 과잉대응, 보령경찰서 규탄대회’를 열고 ‘정보과장 인사조치’와 ‘경찰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이다. 보령농민들은 지난해 11월 12일 남포에 있는 보령RPC에서 ‘농협개혁 및 쌀값보장’을 촉구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문제는 농민들이 집회신고 장소인 보령RPC 정문 앞에 천막을 치자 보령경찰서 측이 천막을 친 곳이 차량통행이 많은 곳이라 위험하기 때문에 RPC 외곽으로 천막의 이동 조치를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농민들이 경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천막을 RPC 안쪽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농민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경찰은 당시 RPC측에서 농민들의 내부진입을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농민들은 RPC 대표에게도 RPC(마당)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사전에 통보했으며, RPC 측의 동의 하에 안으로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당시 RPC 관계자가 농민들이 내부로 진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내부로 진입해서는 안되며 집시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고 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다르다보니 결국 RPC측이 어떤 입장을 견지하느냐가 이 쟁점의 핵심이 됐다. 경찰의 주장이 맞다면 농민들이 집시법을 위반한 것이 되고, 농민들의 주장이 맞다면 경찰이 과잉대응을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밖에도, 당사자에 해당하는 농협이나 보령RPC에서 고발을 한것도 아닌데 경찰이 나서서 당시 농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이자 농민회 회장이었던 김영석 대표에 대한 기소장을 검찰로 송치 한 것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이와관련 보령RPC 김흥진 대표는 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당시 RPC마당으로 들어오라고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RPC앞 도로가 너무 위험해 (RPC 내부에 텐트설치가) 어쩔수 없는 상황이기에 묵시적으로 동의해준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농민들이 텐트를 설치 한 후에도 건물내부로 진입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가달라는 별도의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소 당사자인 김영석 전 보령농민회 대표는 “정식 집회 신고를 내고 집회를 했지만 경찰이 천막을 친 장소가 위험하다며 천막을 치지 못하게 했다”면서 “어쩔수 없이 농민들이 RPC안에 천막을 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RPC는 우리 농민들이 출자해 세운 것이고 RPC 대표에게도 RPC(마당)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사전에 통보했다”며 “RPC측의 동의 하에 안으로 들어갔음에도 경찰조사까지 받고 사건화돼 검찰에 송치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령농민회 이종협 회장은 이날 규탄대회에서 “바쁜 농번기에 이렇게 농민들이 일손을 놓고 경찰서 앞에 나온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 정보과장의 인사조치와 경찰서장의 사과를 받아낼때가지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