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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김형숙 지음『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책익는 마을 원진호
2021년 02월 16일 (화) 11:20:52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초대형병원 중환자실
 저자는 66년생으로 간호학과를 나와 서울의 큰 병원 중한자실에서 20년간 근무한 간호사이다.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는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병원, 우리 국민들이 아프면 치료받고 입원하고 싶은 병원, 그러한 병원에서도 이 분은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일했다. 최첨단 의료장비와 기술로 무장하고 중한 환자들을 살려낸다는 자부심과 사명감. 이 분이 여기에서 일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가망 없는 치료를 받는 환자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것이 최선인가?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유년시절 시골에서 보았던 죽음들을 떠올리며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죽는다는 것은 어떤 가를 따져 보았다. ‘환자에게 자존과 존엄을 잃지 않고 가족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환자를 살려내야 한다는 최선의 현장에서 이 가치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생각의 결과물이다.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사례들을 모아 논 이 책은 우리가 환자로서 보호자로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한지를 고민하게 해 준다. 그리고 중한 질환과 죽음이 막상 닥치면 아무 것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미리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해준다. 이 책이 2012년에 나왔으니 세상은 9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사이 대형병원 중환자실은 얼마나 변해있을까?

■ 중환자실에서의 죽음
 우리는 병에 걸리면 치료를 받는다. 불치병도 완해, 완화치료를 받는다. 그사이 혁신적인 치료법이 소개되어 근치가 될 수 있다. 기적이라는 것이 있어서 일찍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 이상 치료가 안 되는 시점이 온다. 환자는 의식을 잃고 일반병동에서, 혹은 응급실을 통해 중환자실에 입원한다. 심장모니터를 하고 기도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단다. 약물 투입을 위한 중심정맥관 삽입과 투석용 카테타가 상지 혈관에 장착이 된다. 그리고 버티는 시간. 결국 오고야 마는 심정지. 의미 없는 심폐소생술 30분. 아니 중요보호자가 오기를 기다리기 위해 계속되는 심장압박. 그리고 사망선언. 보호자는 그동안 중환자 대기실에서 그야말로 절인 가슴을 안고 피폐해진 정신상태로 오고간다. 그러나 정작 환자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대화도 못 나눈다. 오로지 주치의의 눈치만 살피고 간호사스텝들에게 주억거리기만 한다. ‘살려달라고’. 가난한 이는 가난한 이대로, VIP들은 나름 그들대로. 사람이 환자가 되면 주체에서 대상으로 전락해버린다. 중환자실에서의 죽음은 그 극단적인 전형을 보여준다. 

■ 사전의료의향서
 1997년 ‘보라매병원사건’이후 의료진은 환자의 심장이 멈출 때 까지 치료 의지를 중단해서는 안된다. 가망 없는 치료의 중단과 퇴원을 보호자가 요청해도 안 된다. 환자의 의지가 중요한데 알 길이 없다. 다만 병원에 왔다는 것은 치료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사이 의료진과 보호자 무엇보다도 환자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다. 뇌사자의 경우는 장기기증을 한다고 하면, 예외적으로 사망이 선언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심장이 멎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물론 멎으면 심폐소생술을 한다. 그 소생술에 반응이 없을 때까지 말이다. 여기에 구조적 모순이 있다. 이 모순으로 의료진과 보호자들이 본의 아니게 갈등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는 2016년 2월에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 19세 이상 국민이면 이 법에 근거해서 ‘사전의료의향서’를 쓸 수 있다. 이는 ‘생명의 연장과 이를 위한 특정 치료 방법 여부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서면으로 미리 밝히는 공적 문서’로서 ‘환자 본인이 의사 결정 능력이 있을 때 자신의 연명 치료에 대한 의향을 미리 남겨, 죽음을 앞두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게 하려는 취지’를 갖는다.

■ 아름다운 이별
 나는 살아 숨 쉬는 책 내용을 토대로 펄펄 뛰는 삶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무미건조한 법 내용을 소개했다. 저자가 책 내용에서 줄기차게 주장한 것이 이 법이었을거라 생각했다. 이 법이 제정된 후 중환자실 풍경은 많이 바뀌었을거라 생각이 든다.   
 글을 읽으면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를 내내 생각했다. 위천공으로 수술 후 복막염으로 진행된 친할머니는 기도삽관을 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말 한마디 못 나누고 돌아가셨다. 외할머니는 관절염으로 고생하시고 스테로이드 약물로 인한 쿠싱증후군과 심부전으로 돌아가셨다. 집에서. 가족들에 둘러쌓여. 아직도 외할머니의 볼에서 느꼈던 따뜻함이 기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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