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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호르스트 부르거 지음 『아버지에게 던지는 4가지 질문』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20년 12월 01일 (화) 10:44:56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아들과 아버지
 이 책은 16세인 아들이 16세의 나이로 제 2차 세계 대전 때 나찌 소년병으로 참전한 아버지에게 묻고 답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1976년 출판되고 독일문학상 특별상을 받았다. 1987년 당시 서울고 독어 교사인 김용신선생이 번역했다. 그는 후문에서 친일잔재 청산 없이 청년세대의 비판을 봉쇄해 버리는 기성세대를 탓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제자들의 질문에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답하겠노라고 말한다. 문제는 교사나 아버지들이 그런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과 제자들이 차차 질문을 잃어가고 있다는데 있단다. 추천사를 쓴 송건호선생은 ‘반성할 줄 모르는 한국의 아버지들이 이 책을 통해서 깨닫기를기대한다’했다. 나찌가 벌인 전쟁을 통해 당시 독일 인구 8천만 중 9백 50만을 잃고, 유태인를 비롯한 인종청소에 5백 70만이 희생되었다. 독일 국민들은 나찌의 싸움에 동원되었고 또한 적극 참여하였다. 그리고 패전. 그리고 극적인 가치전도. 십 수년의 세월이 흘러 전후 태어난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을까?

■ 4가지 질문
 “유태인 문제는 어땠었죠? 왜 그런 짓을 하게 내버려 두었나요? 아니면 모두들 정말로 그 일에 대해서는 몰랐었나요?” 10살 아버지(발터)는 학교 체육관에서 학대받는 유태인들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교장선생은 프랑스에서 독일 외교관을 암살한 유태인에 대한 응징이며, 페스트처럼 우리를 싫어하는 유태인에게 본 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우리를 보호해주는 친위대와 돌격대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발터에게 어디 가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한다. 발터는 ‘네가 바라는 사람이 되라, 단 네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라고 말한 아버지의 말이 얼마나 지키기 힘든 일인지 직감한다.
 이어 아들은 학교나 히틀러 유겐트의 생활과 16세 때 참전한 전쟁의 경험을 아버지에게 묻는다. 43년 전황이 열세로 돌아서고 연합국의 공습이 잦아지면서 마을 사람은 수시로 방공호에 숨여야 했다. 거기에서 정권을 비판하는 이가 뭇매질을 당했고, 학교 선생님은 나찌를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학생 작문에  이런 평가를 하기도 했다. ‘도의적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한 민족을 일개 중대와 똑같이 정열시켜 행진시킬 수 없습니다. 가장 열심히 예배에 참가하는 사람이 꼭 최선의 신자가 아니듯이, 하일 히틀러를 열심히 부르짖는 사람이 총통의 충실한 추종자, 좋은 독일인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이 일로 곤혹을 치른다. 
 발터는 격추된 비행기에서 나와 항복한 영국 조종사가 마을 사람들에 의해 맞아 죽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군대에 자원입대한 그는 전투와 패배의 경험을 통해 순식간에 전쟁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바꿔 놓’음을 깨닫고, 오직 살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같이 간 친구들은 전사했고, 발터는 살아 고향으로 돌아왔다.

■ 마지막 질문
 아들은 아버지에게 ‘당신은 마지막까지 버티며 조국을 지킬 생각이었는지’, ‘히틀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가족,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싸웠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에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다. 아버지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다만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눈을 감아 버린 것은 잘못되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자신의 이익 추구에만 정신이 팔린 지금의 개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낸다. 그 것은 또 다른 비인간성의 연장일 따름이라고 하면서. 전쟁이라는 북새통에서 용감함, 희생정신, 의무감은 있었으니 역사를 하나의 시각으로 도매급으로 넘겨버리면 안된다고.

■ 민주주의의 핵심
 패전 후 발터는 수용소에서 나온 정치범(라데만)과 동행을 한다. 발터가 “우리는 히틀러 사람들로 그렇게 키워졌다”고 항변하자, 그는 히틀러가 져서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전쟁은 국내의 분쟁을 다른 나라로 전이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사회개혁으로 국내 적대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그리고 “파시즘이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머물러서는 안되고 그들과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여러 민족은 서로 손을 마주잡아야 하고, 서로 사랑하지 않아도 서로 미워하길 그만 둘 수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독일도 패전의 책임을 주로 밑에 사람이 지고,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들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었다. 발터는 전후 다임러 벤츠의 기계 기사로 일하는 라데만을 찾아간다. 그는 한 시민 집회에 참석을 하고 거기서 행패를 부리는 우익단체 사람들과 몸싸움을 한다. 경찰조사를 받고 난 다음날 아침 그는 자살을 했다. 그는 ‘완전히 절망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생전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마다 전체를 위해서 각각 얼마간의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지. 모두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해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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