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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허 태균 지음 『어쩌다 한국인』
책 익는 마을 유 하나
2020년 11월 17일 (화) 11:31:24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왜 이러는 걸까?”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도통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우리만의 독특한 심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쩌다 한국인』은 ‘대한민국 심리’에 관한 집요한 통찰로 우리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책이다. 심리학은 원래 인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발전한 학문이기에, 문화와 사회적 환경 속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왔다고 한다. 여기에 저자의 문제의식이 있다. 각자의 특성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어떤 사회를 이루고 어떤 문화를 구성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빠져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심리학 역시 개인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연구외에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는 고민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은 흥미롭다.

■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게다가 각 분야마다 개인들이 펼치는 세계적 역량을 요즘 더욱 실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경제발전 이면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우리만의 아픔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OECD국가 대비 자살률과 사회적 갈등지수는 최상위이며 국민행복지수는 최하위 수준이다. 국민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던 시기를 거의 끝마치고 숨을 고르는 사이에 우리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욕구와 변화에 직면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 유•아동기의 폭풍성장이 지나고, 채워지지 않는 현재의 욕구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사춘기 청소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석한다. 물질적 풍요와 그것에 수반되는 기술에 매달려 온 한국인의 특성은 무엇인가. 그 특성이 어떻게 ‘핼조선’이라는 오명을 만들어 냈는가에 대한 탁월한 분석은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 한국 사회를 만든 6가지 동력
 우리는 어떻게 그토록 빠른 시간 안에 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을까. 한국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 조직을 가족으로 인식하고, 모두가 똘똘 뭉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해 온 가족확장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가족확장성은 집단과 조직안에서 공식적인 역할보다는 개인의 관계를 중시하는 관계주의와 연결된다. 이것은 한국인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보다는 그 행동 뒤에 숨겨진 마음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심정주의로 이끌면서 한국 사람들끼리의 끈끈함을 만들어냈다. 모든 것이 서로 통하고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은 매우 어렵다. 싸면서도 질 좋은 상품을 요구하듯이 그 어느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특성은 선택을 피하고 포기를 못하게 만드는 복합유연성의 특성을 보인다. 게다가 자신이 영향을 받는 대상이 아닌 영향을 주는 주체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 자신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는 주체성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꺼리고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왔다. 단기적인 성과와 결과만을 중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가치를 경시하는 불확실성회피의 성향은 많은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가
 저자가 해석한 한국인의 6가지 해석은 우리 사회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었지만 그 반면에 부정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다. 아직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 받고 있는 부정부패, 허례허식, 학연•지연 중심의 연고주의, 사교육 열풍, 법 보다는 자신의 판단이 우선시 되는 무원칙과 무질서, 물질 만능주의, 결과 중심주의, 단기주의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우리는 이 부정적인 모습들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대한민국은 잘 사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은 나라로 전락해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느 연예인이 한국인 비하 발언이라도 하면 온 국민이 발끈하여 언성을 높인다. 마치 대단한 애국자들인 것처럼. 저자는 이러한 모습들이 우리가 겪을 수 밖에 없는 사춘기적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치열한 자기 고민과 내적 갈등을 겪는 청소년시기를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역시 경제적 성장에 비해 정신적 성장이 따라가지 못한 것에 대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성장통을 겪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 갈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제대로 고칠 것 아닌가. 한국 사회가 지금 어떤 성장통을 겪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이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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