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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유선경 지음 『어른의 어휘력』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20년 11월 10일 (화) 11:28:13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상황 1
 진료실에 있는 진찰침대의 베개를 덮는 것이 있다. 환자 위생을 위해 일회용으로 쓰는 거다. 새로 나온 것이 있어 직원에게 건네면서 이 거 한 번 써 보자 하는 데, 직원이 겉포장을 보고 꺄우뚱한다. 내 왈 “이거는 저거에 씌는 거야~저 거” 손으로 배게를 가리키자 직원이 “아~ 이거여~” 내가 말한 그거와 직원이 말한 이거는 ‘일회용 베개 종이포’다.

■ 상황2
 목욕탕에 그 거를 놓고 왔다. 남탕에 전화를 걸었다. 사장이 전화를 받아 내 이름을 대고 캐비넷에 벙거지-맨 먼저 떠오른 단어이기에-를 두고 왔다고 했다. 몇 번이냐고 물었으나 번호가 확신이 없다. 다만 위치는 알겠다. 근데 그 위치를 설명하기가..“사장님 앉아 있는 자리 쪽 라인에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에 맨 끝 위쪽 캐비넷이여” 그 분이 그렇게 이야기 하면 몰러여~한다. 사장 입장에서 앉는 자리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니까. 내가 생각한 그 자리는 오리무중일 터. 겨우 캐비넷 번호를 기억해 알려줬는데..대뜸 그 분이 “챙 달린 모자여?”한다. “무슨 색깔여?”한다. 눈 앞에 잡힐 듯 생생한 그 모자와 색깔이 냉큼 입에서 안 나온다. 옆에서 듣는 안사람이 답답해 한다. “챙 없는 털모자와 주황색!”. 아 맞다 그거.

■ 건망증과 어휘력
 나이가 들면 잘 잊어 먹는다. 해서 말도 잘 놓친다. 그러나 일상은 익숙이라 근처 사람끼리 ‘척’하면 ‘착’하고 알아듣고 지낸다.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다. 또한 급박한 상황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때는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언어력을 탓하게 된다. 저자는 이를 어휘력의 부족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어른들은 보통 수능이 끝난 이후는 별도로 시간 내어 어휘를 배우지 않는다. 어휘력이 부족하면 ‘글눈과 말눈이 어두워져’ 소통에 불편을 느낀다고 한다. 저자는 어휘력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힘이자 대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며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3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고, 1993년부터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5권씩 읽는 다독가이다. 이러한 내공에서 나오는 문장이 정갈하면서 분명하다. 또한 나의 빈약한 어휘력을 되돌아보게 되고 각성하게 만든다. 
 책의 구성은 총 4장으로 나뉜다. 1장은 ’적절한 낱말을 몰라 서술로 풀어 놓는 일상 어휘‘를 소개한다. 2장은 ’대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휘력으로 직결되는지‘에 대한 썼다. 3장은 ’어휘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 4장은 ’놀다, 먹다‘등의 낱말을 예를 들어 ’어떻게 어휘력을 늘리고 사고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썼다. 책을 통해 독자는 자신이 사는 세상의 사물과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어휘를 찾는 방법을 알게 된다.    

■ 어휘력 키우기
 책을 보면 저자가 국어사전을 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찾아보고 인용하고 비교하고 적용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사전만큼 중요한 도구가 있을까? 요즘엔 핸드폰에서 포털 검색창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니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두 번째는 초(抄)하기. 저자도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읽고 빛나는 문장이나 어구가 있으면 노트에 기록을 해 놓았다고 한다. 직업적 필요성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리는 각 자의 처지대로 기록하고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면 되겠다. 세 번째는 역시 글쓰기. 글쓰기의 신비는 쓰면서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는 것이다.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면서 지식이 정리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단 내용이 있는 초안을 만들어 놓고 새롭게 어휘를 넣고 빼고, 문장을 다듬으면 좋겠다.

■ 외국어 실력은 국어 실력
 이란 말이 있다. 유수의 외고 학생들이 대화나 문제풀이식 외국어는 곧잘 잘하지만 외국문학작품을 잘 읽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역으로 우리의 소설을 외국어로 번역하기는 더 어렵다. 왜일까? 모어의 어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외국어가 모어는 아니기에 일단 우리 말로 생각하고 외국말로 번역하는 과정이 외국어 배우는 것이라면 우리 말 실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동시통역 기술이 고도화되면 굳이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전 세계 시민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니 모국어 기반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어휘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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